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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몸에는 피부에 붙어서 피를 빠는 진드기와 같은 외부기생충도 있지만, 뱃속에서 영양을 빨아 먹는 내부기생충도 있다. 초식동물을 잡아 먹고 감염되는 사자촌충(Taenia simbae) 역시 그런 내부기생충의 하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자의 몸 안에 있는 이 촌충이 사람의 장기에 기생하는 촌충과 가장 가깝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사실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생충은 보통 기생충의 애벌레에 감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했을 때 감염된다. 사람은 사자 가까이에 다가가지 않는다. 사자의 음식을 먹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자도 도시에 살지 않으며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사먹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두 동물이 몸 안에 같은 기생충을 품을 수 있을까.
인류에게 제3의 촌충이 있다
먼저 중요한 기생충 세 가지를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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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촌충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흥미롭다. 원래 갈고리촌충과 민촌충은 감염 경로가 서로 다르다. 갈고리촌충은 돼지고기, 민촌충은 쇠고기를 통해서다. 그런데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역학적으로 이상한 감염 사례가 발견돼 왔다. 쇠고기를 먹지 않는데도 민촌충에 감염된 사례가 나온 것이다. 예를 들면 1980년대에 서울대 의대 연구진은 소록도에서 민촌충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마을에는 소가 전혀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과거에 외부에서 들어온 민촌충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이런 예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만과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발견됐다.
이후 대만 연구자가 이 촌충이 돼지의 간을 거쳐 인체에 감염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기존에 알던 민촌충과는 전혀 다른 경로였다. 하지만 감염 경로와 생활사(애벌레 크기)가 다르다는 점은 밝혀냈지만, 성충의 형태를 구분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새로운 종이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필자의 연구팀은 여기에 그 동안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감별 기준을 통해 생김새 차이 즉 형태학적 차이를 찾아내고, 중간숙주(돼지 간), 생활사 등을 종합적으로 밝혀내 새로운 종인 ‘아시아촌충(Taenia asiatica)이라고 이름 붙이고 학계에 발표했다.
신종 발표는 기생충학자에게는 큰 영광이다. 마치 얻기 힘든 보석을 발굴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인체 감염 촌충의 경우에도 18세기에 린네와 괴제가 각각 갈고리촌충과 민촌충을 분류한 이후 200년 이상 새 종이 없었다. 세 번째 종은 그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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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종을 둘러싼 논란
즉각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어났다. 먼저 이 연구를 선도하고 있던 대만 연구팀은 “아시아촌충은 민촌충의 아종일 뿐”이라며 새로운 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호주나 영국 학자들도 대만의 손을 들어주며 맹렬히 공격해왔다. 하지만 미국이나 스페인, 벨기에, 중국 등에서 새로운 종임을 주장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두 입장이 팽팽히 맞서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분자생물학 연구도 큰 역할을 했다. 1994년에는 민촌충과 아시아촌충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형이 가깝기 때문에 아종이거나 변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1995년에는 미토콘드리아 콕스원(cox1)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염기서열이 4.6%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99년에도 촌충이 속한 테니아 속의 종을 가로-세로비, 생식관의 위치 등 27가지 형질을 이용해 연구한 결과, 두 종이 서로 다른 종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논란은 2000년 이후 미국에서 발행되는 의학 교과서에 아시아촌충102이 기술되기 시작하며 반전됐다. 아시아촌충은 새 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인체감염을 일으키는 제3의 촌충으로 가르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핵 유전자와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연구가 활발했다. 필자의 연구팀도 전장 유전체 분석방법을 이용해 인체 감염 촌충을 쉽게 진단하는 방법을 활발히 연구했다. 또 이 방법을 이용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한국 등에서 아시아촌충과 민촌충이 같은 지역에 산다는 것을 증명했다. 두 종이 서로 혼동돼온 데에는 지역적으로 구분이 안 된 탓도 있었던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세 촌충이 어떤 비율로 감염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갈고리촌충과 아시아촌충, 민촌충은 1:17:5로 감염돼, 아시아촌충의 감염이 다른 종에 비해 월등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동안 우리는 가장 감염이 많이 이뤄지는 기생충의 존재조차 몰랐던 것이다. 필자가 설문조사를 해보니 전국 거의 모든 지역의 시골에서 돼지 간을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시골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그 동안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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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촌충, 사자 기생충과 비슷하다?
이렇게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까지, 아시아촌충에 대한 연구는 최근까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필자 역시 아시아촌충을 연구하기 위해 짬짬이 전세계를 여행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촌충, 그 중에서도 아시아촌충과 민촌충이 사자촌충과 생김새가 가장 비슷했다. 즉 형태학적인 특징이 가장 가까웠다. 이 촌충의 기원도 아프리카인데 뭔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기생충은 살아 있는 화석이다. 어쩌면 백수십만 년 전 인류의 식습관과 관련
이 있지 않을까.
2000년 미국의 기생충학자 에릭 호버그 미국 농무부 박사팀과 필자는 이런 문제 의식과 그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미국 기생충학’ 저널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사람의 민촌충과 아시아촌충이 같은 군집을 형성하며, 갈고리촌충과는 구분된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민촌충과 아시아촌충은 서로 매우 가깝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도 사람의 갈고리촌충보다 사자촌충이 민촌충, 아시아촌충과 더 가깝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호버그 박사와 필자는 이런 결과를 놓고 “인류가 진화의 긴 역사 중 한 때 사자와 같은 기생충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사람과 사자 촌충의 공통 조상은 그 기원이 200만~25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는 호모 하빌리스 등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속의 다양한 인류가 태어나던 시기다. 이 시기까지 사람과 사자는 먹이와 기생충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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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사자와 경쟁했다
이 가설을 바탕으로 과거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일을 좀더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자. 사자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기생충이 있다. 기생충이 사자에게 효율적으로 감염되려면, 먹이인 초식동물의 몸 안에 애벌레 상태로 숨어 있는 게 유리하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촌충의 적응 방식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여기에 인류가 끼어들었다. 이 초기 인류는 사자와 경쟁하며 초식동물을 먹기 시작했다.초식동물의 몸에 있던 사자 기생충의 애벌레도 자연히 사람에게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물론 야생동물의 기생충이 아무리 사람에게 들어간다 하더라도 곧바로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친척 인류는 계속해서 초식동물을 먹었고, 결국 어느 순간 그 안의 기생충이 사람에게 정착해 자손을 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한 개체가 다른 개체에서도 번식에 성공하는 과정을 ‘숙주변환’이라고 한다.
생김새의 특징이 닮았다는 사실, 즉 형태학에 기반한 이 가설에 주목한 필자의 연구팀은 이를 분자생물학으로 증명하기 위하여 2009년부터 애써왔다. 그러나 큰 난관이 있었다. 사자에서 기생충을 얻을 수가 없었다. 촌충은 동물의 내장에 기생한다. 찾으려면 배를 갈라 내장을 뒤져야 한다. 그런데 상대는 백수의 왕 사자다. 위험한 것은 둘째 치고, 보호종으로 돼 있는데 어떻게 기생충을 얻을 수 있을까. 사자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기생충은 귀하다. 지금도 야생동물의 기생충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고, 이를 제대로 보존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2010년, 기생생물자원은행과 탄자니아야생동물연구소가 상호협력협정을 맺고 초원의 사자 기생충을 연구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세렝게티 인근에는 나이 들거나 병든 수컷을 중심으로 사자를 한 해에 네 마리씩 합법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 사냥 지역이 있다. 돈을 받고 관광객에게 사냥 기회를 파는 셈이다. 어차피 경쟁에서 밀려나 죽을 개체니까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필자의 연구팀은 탄자니아에 머무르며 이런 사냥 때를 미리 알아뒀다가 미리 방문해, 막 죽은 개체에서 기생충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과 박한솔 충북대 기생충학교실 연구원은 사자촌충을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과는 그간의 가설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호버그 교수와의 공동 연구 결과가 실제로도 맞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까지, 아시아촌충에 대한 연구는 최근까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필자 역시 아시아촌충을 연구하기 위해 짬짬이 전세계를 여행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촌충, 그 중에서도 아시아촌충과 민촌충이 사자촌충과 생김새가 가장 비슷했다. 즉 형태학적인 특징이 가장 가까웠다. 이 촌충의 기원도 아프리카인데 뭔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기생충은 살아 있는 화석이다. 어쩌면 백수십만 년 전 인류의 식습관과 관련
이 있지 않을까.
2000년 미국의 기생충학자 에릭 호버그 미국 농무부 박사팀과 필자는 이런 문제 의식과 그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미국 기생충학’ 저널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사람의 민촌충과 아시아촌충이 같은 군집을 형성하며, 갈고리촌충과는 구분된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민촌충과 아시아촌충은 서로 매우 가깝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도 사람의 갈고리촌충보다 사자촌충이 민촌충, 아시아촌충과 더 가깝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호버그 박사와 필자는 이런 결과를 놓고 “인류가 진화의 긴 역사 중 한 때 사자와 같은 기생충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사람과 사자 촌충의 공통 조상은 그 기원이 200만~25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는 호모 하빌리스 등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속의 다양한 인류가 태어나던 시기다. 이 시기까지 사람과 사자는 먹이와 기생충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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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사자와 경쟁했다
이 가설을 바탕으로 과거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일을 좀더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자. 사자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기생충이 있다. 기생충이 사자에게 효율적으로 감염되려면, 먹이인 초식동물의 몸 안에 애벌레 상태로 숨어 있는 게 유리하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촌충의 적응 방식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여기에 인류가 끼어들었다. 이 초기 인류는 사자와 경쟁하며 초식동물을 먹기 시작했다.초식동물의 몸에 있던 사자 기생충의 애벌레도 자연히 사람에게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물론 야생동물의 기생충이 아무리 사람에게 들어간다 하더라도 곧바로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친척 인류는 계속해서 초식동물을 먹었고, 결국 어느 순간 그 안의 기생충이 사람에게 정착해 자손을 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한 개체가 다른 개체에서도 번식에 성공하는 과정을 ‘숙주변환’이라고 한다.
생김새의 특징이 닮았다는 사실, 즉 형태학에 기반한 이 가설에 주목한 필자의 연구팀은 이를 분자생물학으로 증명하기 위하여 2009년부터 애써왔다. 그러나 큰 난관이 있었다. 사자에서 기생충을 얻을 수가 없었다. 촌충은 동물의 내장에 기생한다. 찾으려면 배를 갈라 내장을 뒤져야 한다. 그런데 상대는 백수의 왕 사자다. 위험한 것은 둘째 치고, 보호종으로 돼 있는데 어떻게 기생충을 얻을 수 있을까. 사자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기생충은 귀하다. 지금도 야생동물의 기생충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고, 이를 제대로 보존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2010년, 기생생물자원은행과 탄자니아야생동물연구소가 상호협력협정을 맺고 초원의 사자 기생충을 연구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세렝게티 인근에는 나이 들거나 병든 수컷을 중심으로 사자를 한 해에 네 마리씩 합법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 사냥 지역이 있다. 돈을 받고 관광객에게 사냥 기회를 파는 셈이다. 어차피 경쟁에서 밀려나 죽을 개체니까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필자의 연구팀은 탄자니아에 머무르며 이런 사냥 때를 미리 알아뒀다가 미리 방문해, 막 죽은 개체에서 기생충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과 박한솔 충북대 기생충학교실 연구원은 사자촌충을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과는 그간의 가설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호버그 교수와의 공동 연구 결과가 실제로도 맞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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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촌충, 인류 역사 새로 밝힐까
이를 바탕으로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인류 진화와 이주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시아 일부와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아시아촌충과 민촌충 연구 결과를 보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몽골이나 아프리카 문헌을 보면 1930년대 몽골 병사가 쇠고기를 먹지 않았는데도 민촌충에 걸린 사례가 있었다. 아시아촌충일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야쿠츠쿠 지역도 민촌충에 감염됐다는 기록이 있다. 이 지역은 소는 물론 돼지도 먹지 않는다. 먹는 것은 순록뿐이다. 또 미국 콜로라도 주의 6000년 전 고대 인디언 인분 화석에서 촌충 알이 나온 적이 있다. 이 지역은 16세기에 콜럼버스가 건너가기 전까지, 촌충의 매개 동물인 소나 돼지가 없던 지역이다. 이 사실을 야쿠츠쿠 지역과 연관시키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인류는 약 1만 4000년 전 러시아 북동쪽에서 동진해 대서양 너머 알래스카로 이주했다. 혹시 러시아 야쿠츠쿠 지역에서 키우던 순록이 인류와 함께 아메리카로 이주하며 촌충도 같이 퍼진 것이 아닐까. 촌충의 매개체가 순록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그밖에 폴란드와 나이지리아, 마다가스카르 등 세계 곳곳에서도 의심스러운 사례와 실험 흔적이 있다. 남미 인디오들은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지도에 촌충 발견이 의심되지 않는 지역이 오히려 드물 정도다. 이는 전세계적인 인류의 이동을 촌충을 통해 밝힐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백만 년 전, 인류와 사자가 사바나에서 함께 살던 아프리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자와 사람은 정말 같은 먹거리를 먹었을까. 수만 년 전, 전 지구로 퍼져나가는 인류는 기생충까지 같이 퍼뜨렸을까. 고위도 지방에 살던 순록도 촌충의 매개체 역할을 했을까.
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 열쇠는 기생충이 갖고 있다. 보이지도 않고 말도 없는 생물, 징그럽고 없애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이 생물이, 지난한 진화 역사의 한 단면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3/03/54276303151551c2a52b2d.jpg)
이를 바탕으로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인류 진화와 이주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시아 일부와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아시아촌충과 민촌충 연구 결과를 보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몽골이나 아프리카 문헌을 보면 1930년대 몽골 병사가 쇠고기를 먹지 않았는데도 민촌충에 걸린 사례가 있었다. 아시아촌충일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야쿠츠쿠 지역도 민촌충에 감염됐다는 기록이 있다. 이 지역은 소는 물론 돼지도 먹지 않는다. 먹는 것은 순록뿐이다. 또 미국 콜로라도 주의 6000년 전 고대 인디언 인분 화석에서 촌충 알이 나온 적이 있다. 이 지역은 16세기에 콜럼버스가 건너가기 전까지, 촌충의 매개 동물인 소나 돼지가 없던 지역이다. 이 사실을 야쿠츠쿠 지역과 연관시키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인류는 약 1만 4000년 전 러시아 북동쪽에서 동진해 대서양 너머 알래스카로 이주했다. 혹시 러시아 야쿠츠쿠 지역에서 키우던 순록이 인류와 함께 아메리카로 이주하며 촌충도 같이 퍼진 것이 아닐까. 촌충의 매개체가 순록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그밖에 폴란드와 나이지리아, 마다가스카르 등 세계 곳곳에서도 의심스러운 사례와 실험 흔적이 있다. 남미 인디오들은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지도에 촌충 발견이 의심되지 않는 지역이 오히려 드물 정도다. 이는 전세계적인 인류의 이동을 촌충을 통해 밝힐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백만 년 전, 인류와 사자가 사바나에서 함께 살던 아프리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자와 사람은 정말 같은 먹거리를 먹었을까. 수만 년 전, 전 지구로 퍼져나가는 인류는 기생충까지 같이 퍼뜨렸을까. 고위도 지방에 살던 순록도 촌충의 매개체 역할을 했을까.
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 열쇠는 기생충이 갖고 있다. 보이지도 않고 말도 없는 생물, 징그럽고 없애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이 생물이, 지난한 진화 역사의 한 단면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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