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교육부는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이과 수학 출제 범위에서 기하학을 빼기로 결정했다. 수학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 성명을 냈다. 과학계도 이 결정을 철회하라는 청와대 청원을 냈다.
수학계는 물론 과학계가 이 결정에 반대한 것은 단지 기하학의 중요성 때문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쉬운 수학’을 지향하는 교육부의 수학 교육 정책에 있었다. 교육부는 2007년부터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폈다.
선행학습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최고치를 찍는 현실에서 수학은 주범으로 몰렸다. ‘수포자(수학포기자)’에 대한 공포도 한몫 했다. 학습 부담을 걸고넘어지면 수학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에누마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는 대학 후배를 만났다. 에누마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토도수학(ToDo Math)’을 개발한 교육 스타트업이다.
토도수학은 교육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인지도가 높다. 2014년 6월 출시 이후 20개국 애플 앱스토어 교육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했고, 2016년 말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빛낸 최고의 앱’으로도 선정됐다. 현재까지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600만 회를 넘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앱으로 일종의 수학 사교육을 시키는 것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토도수학은 게임처럼 손쉽게 수학을 공부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가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고 흥미를 느끼며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을 줬다. 진짜 쉬운 수학이란 양을 줄여 노력을 덜 해도 되는 수학이 아니라, 재미있고 흥미 있는 수학이다. 과학동아의 자매지 ‘수학동아’도 매달 수학의 즐거움을 발굴해 알린다.
언젠가 한번은 ‘과학동아스러운’ 방식으로 수학을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이번 호 특집 기사로 나왔다. 과학기술 연구 현장에서, 대학의 이공계 학과에서,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수학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편견 없이 봐주면 좋겠다.
과학동아가 만난 취재원들도 모두 수학의 즐거움을 얘기했다. 독자들의 고민을 받아 수학계 석학인 김민형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에게 상담을 청했더니, 그 역시 흥미를 강조했다(자세한 내용은 특집 기사에 있다). 올해 여름에는 김 교수와 독자 여러분이 함께하는 작은 토크 콘서트를 마련해볼까 한다. 진짜 쉬운 수학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