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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민간 달 착륙선 '베레시트' 실패가 남긴 것

 

“주엔진은 다시 켜졌지만 우주선과 교신이 끊겼습니다(The main engine is back on, but we have lost communi-cation with the spacecraft).”

 

4월 12일 오전 4시 23분(한국시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인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관제센터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민간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한 베레시트가 궤도에서 빠져나와 달 표면에 수직으로 내려가는 자동 착륙 프로세스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돌멩이나 경사면과 같은 장애물을 식별하고 피하는 기능이 없는 베레시트에겐 매우 도전적인 착륙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베레시트와의 교신은 영원히 끊어져 버렸다. 주엔진 결함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착륙 예정 시각(오전 4시 25분)이 지나고, 오퍼 도론 IAI 우주총괄팀장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관성 측정 장치(IMU)가 고장나 항공전자 시스템과 엔진에 문제를 일으키면서 착륙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레시트는 달의 ‘고요의 바다’ 지역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이 만든 첫 달 탐사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베레시트의 시도를 격려하는 메시지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짐 브라이든스틴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스페이스IL 미션 실패에 NASA는 애석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스페이스IL에 축하의 뜻을 전하고 싶다”며 “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 이스라엘 항공우주 산업이 민간 최초로 달 궤도에 탐사선을 보낸 성과를 이뤘다는 점을 축하하고 싶다”고 적었다. 


베레시트는 이스라엘의 비영리기업 스페이스IL이 개발한 첫 민간 달 탐사선이라는 점에서 발사부터 화제를 모았다. 스페이스IL은 약 1억 달러(약 1140억 원)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달 탐사선을 만들었다. 폭 2m, 높이 1.5m, 무게 150kg(연료 주입 시 585kg)인 베레시트는 역대 달 탐사선 중 가장 작다. 


국내 달 탐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류동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발사체 분야에서는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기업이 성과를 냈지만, 달 착륙 분야에서는 베레시트가 처음”이라며 “달 탐사를 민간이 주도하는 트렌드가 달 착륙 영역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레시트는 지난 2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베레시트가 성공했다면 민간 기업이 개발한 발사체로 민간 우주 탐사선을 착륙시킨 기록까지 세울 뻔 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29일 NASA는 20억 달러(약 2조2730억 원)를 투자해 달 탐사를 함께 할 9개 민간 기업 파트너를 선정했다. 그 중 하나로 달 착륙선, 탐사차를 개발하고 있는 애스트로보틱(Astrobotic)의 존 손튼 대표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베레시트는 소규모 민간 단체가 달에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시장에 새로운 달 탐사 시대가 시작됐다는 확신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어쨌든 달 궤도 진입 성공

 

비록 착륙에는 실패했지만 기술적으로는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 전까지 달 궤도에 진입한 국가(또는 기구)는 미국, 옛 소련, 중국, 일본, 인도, 유럽우주국(ESA) 6개뿐이었다. 이스라엘은 베레시트로 달 궤도에 진입한 7번째 국가가 됐다. 


베레시트는 우주 궤도에 진입한 뒤 지구를 6번 돌면서 달의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했다. 중간에 갑작스런 컴퓨터 고장으로 시스템을 재시작하면서 궤도 진입에 실패하기도 하고, 태양이 뿜어내는 방사선에 의해 항법장치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난관을 모두 이겨내고 총 650만km를 날아 지난 4월 5일 마침내 달 표면에서 500~1만km 떨어진 타원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궤도에서 빠져나와 달 표면에서 불과 15km 떨어진 상공까지 접근해 달 표면을 촬영한 뒤 지구로 전송했다. 


류 책임연구원은 “달의 중력권에 포획되기 위해서는 지구의 중력과 달의 중력을 정교하게 계산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이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하고 궤도에서 무사히 탈출해 달 표면 근처까지 접근했다는 건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달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달 탐사선을 실어 나를 발사체, 달 탐사선과 교신할 인공위성, 달 탐사선이 이용할 심우주 통신망 등이 대표적이다. 


달 착륙은 궤도 진입보다 한 단계 더 어렵다. 베레시트는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디뎠던 용암 평원인 ‘고요의 바다’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베레시트는 ‘소프트 랜딩’을 목표로 삼았지만, 애초에 목적지에 정확히 착륙할 용도로 개발된 탐사선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듯 비용을 최소화 한 경제적인 탐사선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가 탐사선을 개발한다면 과학적 미션을 가지고, 미션 지점까지 정확하게 도달하는 탐사선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목적지에서 100m 이상 벗어나지 않는 ‘핀포인팅’ 착륙을 하려면 항법기술이 중요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착륙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고, 지구와 교신이 지연되는 악조건에서 정확한 착륙을 시도할 수 있는 영상항법 기술을 고려하고 있다. 착륙선에 레이더와 레이저, 라이다, 그리고 광학카메라를 장착해 영상을 촬영하고, 촬영한 영상을 처리해 큰 암석의 위치를 추정하거나 착륙지 근방의 경사도, 웅덩이 분포 등을 조사하는 기술이다. 한국은 2020년께 550kg급 시험용 달 궤도선을 개발할 예정이다. 

 


‘베레시트 이펙트’ 기대  


이스라엘 측은 베레시트 실패에도 낙담하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착륙 실패가 확정된 뒤 “처음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다시 시도하면 된다”며 곧바로 “이스라엘은 2년 내 달 착륙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다브 펠드만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공관차석은 베레시트 실패 직후인 12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스라엘에서도 베레시트 이펙트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레시트 이펙트는 아폴로 이펙트에 빗댄 말이다. 실제로 미국은 인간을 달에 보낸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우주기술이 크게 도약하고 우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변화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IAI 우주체계 분야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에스티 로젠은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아이들은 이미 우주비행사처럼 차려 입고 학교에서 우주선 모형을 만들며 베레시트에 관한 노래를 지어 부른다”며 “국민 전체가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것이 베레시트 시도가 갖는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류 책임연구원은 “이번 시도로 이스라엘이 2년 뒤 재도전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졌다”며 “한국도 달 탐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선행기술을 꾸준히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201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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