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그노벨상. 괴짜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며 “다시 할 수도 없고 다시 해서도 안되는 업적”에 수여되는 상으로불립니다.매년듣기만해도웃음이터져나오는연구약10개에수여되고있죠.하지만실은 웃음 너머로 과학의 본성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연구들을 조명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이번 달부터 매년 단신으로 지나갔던 이그노벨상 연구를 모아 더욱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당신이 과학자라면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가? 별과 은하처럼 듣기만 해도 아름다운 것, 중성미자와 우블렉처럼 이해는 안되지만 멋지게 들리는 주제도 있지만, 지금 소개하려는 연구자들은 아무도 선뜻 손대려 하지 않는 주제를 용감히 연구했다. 바로 똥과 오줌이다. 도대체 이 주제로 어떤 생산적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그노벨상이 언제나 사랑한 분야, 똥과 오줌의 과학을 알아보자.
콸콸 vs 찔끔찔끔, 오줌의 유체역학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했어요. 어머니가 생물학자셨거든요. 학부 시절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생물을 함께 다룰 수 있는 연구 분야를 찾다 보니 이런 주제를 연구하게 됐어요.”
2022년 12월 9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패트리샤 양 대만 국립 칭화대 동력기계학과 교수는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생체 유체역학’, 즉 생물의 몸 내외부를 흐르는 유체의 움직임과 성질을 주로 연구한다: 혹은, 이렇게 소개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주로 똥과 오줌(생물 내부를 흐르는 유체 두 가지)을 연구하며, 그 덕에 이그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과학계의 슈퍼스타라고.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발행하는 유머 과학잡지인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가 만든 상으로, “다시 할 수도 없고 다시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이라 불리는 웃긴 연구를 찾아내 시상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패트리샤 양 교수는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박사 연구원으로 일하던 2015년과 2019년,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그노벨상을 안겨준 그의 첫 연구는 다양한 포유류 동물들이 오줌을 싸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알아보면서 시작되었다.
“정말 학문적인 호기심으로 기존 연구를 뒤져보다 그 누구도 포유동물이 소변을 볼 때의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제 입장에선 연구의 블루 오션이나 마찬가지였죠.”
몸집이 큰 동물은 오줌의 양도 많을 테니 오줌을 싸는 데 훨씬 오래 걸리지 않을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양 교수(당시 연구원)와 동료들은 아침 7시 반이면 동물원으로 출근해 코끼리가 오줌싸는 장면을 촬영하고 오줌의 양을 쟀다. 그것도 모자라 유튜브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오줌 싸는 장면을 검색했다(이 사진들은 고스란히 논문에 풀컬러로 수록됐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분석해 보니, 생쥐나 코끼리나 몸 크기와 관계 없이 오줌 싸는 데초로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연구팀은 그 이유도 설명했다. 코끼리처럼 큰 동물의 오줌은 긴 요도를 통과하면서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바깥으로 시원하게 쏟아져나온다. 이에 비해 작은 동물의 오줌은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상대적으로 액체의 점도에 영향을 받아 조금씩 흘러나왔다. 결국 큰 동물은 콸콸, 작은 동물은 찔끔찔끔 싸다 보니 소변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비슷한 것이다.
펭귄과 웜뱃은 어떻게 똥을 쌀까
생체 유체역학 연구자들은 동물을 내부에 액체나 고체가 흐르는 긴 관이 있는 모습으로 파악하고 연구를 시작한다. 빅터 베노 마이어-로쇼프 핀란드 오울루대 생태유전학과 교수가 요제프 갈 연구원과 함께 쓴 남극 펭귄들의 배변 습관을 분석한 논문이 한 예다. 2003년 국제학술지 ‘극지 생물학’에 실린 이 논문은 2005년 이그노벨 유체역학상을 수상했다.
“강연에서 남극 탐사 때 찍은 펭귄 둥지 사진을 보여주자, 한 학생이 둥지 주변의 방사형 줄무늬가 무엇인지 묻더군요. 사실 그 줄무늬는 장식이 아니라 펭귄의 똥이었어요.”
산란기에 접어든 펭귄은 알을 지키기 위해 둥지에 머무르면서 용변을 처리한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엉덩이를 둥지 바깥으로 내밀고 최대한 멀리 쏘아 보내는 것이다. 마이어-로쇼프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그 학생의 질문이 펭귄 똥 연구의 시작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다음 남극 탐사에서 배설물이 발사된 거리와 펭귄 항문의 지름을 측정했다. 돌아와서는 동물원으로 곧장 향했다. “점도를 측정하려면 펭귄에게서 배설물을 수집해야 했거든요.” 지독한 악취를 견딘 결과, 펭귄은 올리브 오일 정도의 끈끈한 배설물을 40cm 거리까지 발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때 펭귄 항문의 압력은 최고 0.6기압까지 올라간다는 계산 결과도 나왔다. 사람의 배변 시 직장 압력이 약 0.15~0.26기압이니, 인간보다 2~4배의 힘을 더 주는 셈이다.
오줌 연구로 명성(?)을 얻은 양 교수의 다음 연구 주제도 똥이었다. 2019년 양 교수가 속해 있던 데이비드 후 조지아공대 교수의 연구팀은 웜뱃이 정육면체 똥을 누는 이유를 밝혀내 두 번째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양 교수가 학회에서 내장 운동에 관한 모델을 발표한 직후, 누군가 이 모델이 웜뱃에게도 적용되는지 물어본 것이 연구의 시작이었다.
웜뱃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유대류로 1m가 넘는 키에 40kg까지도 자라는 커다란 초식 동물이다. 웜뱃의 독특한 점은 정육면체 모양의, 건조한 브라우니 쿠키처럼 생긴 똥을 눈다는 점이다.
“그때까지 제가 본 모든 똥은 내장 기관의 단면처럼 둥글었어요. 처음에는 항문의 형태가 사각형이 아닐까 의심했죠.”
그러나 컴퓨터 단층촬영(CT) 본 웜뱃의 똥구멍은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동그랬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로드킬 당한 웜뱃의 내장에 풍선을 집어넣고 부풀렸더니, 내장의 특정 부분만 덜 부풀었다. 웜뱃 창자의 신축성이 균일하지 않아 연동 운동 와중에 네모난 똥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 연구는 2021년 국제학술지 ‘소프트 매터(그렇다, 저널 제목부터 ‘부드러운 물질’이다)’ 에 발표됐다.
그런데 똥오줌 연구해서 어디다 쓰나요?
“무의미한 연구란 거의 없습니다.”
마이어-로쇼프 교수는 이렇게 단언했다. 이들의 연구에도 웃음보다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 마이어-로쇼프 교수의 펭귄 똥 연구는 고생물학자, 동물원의 조류학자에게 지적 자극을 주었다. 양 교수의 두 연구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화장실에 갔는데, 소변을 보는 데 21초가 아니라 1분이 걸렸다고 생각해봐요. 이건 분명히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엔 웃음이 나오지만, 곧이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연구’. 이그노벨상의 모토에 생체 유체역학의 성과만큼 잘 어울리는 연구도 찾기 힘들 것이다. 두 과학자는 무엇보다도 학문적 호기심이 끊임없는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결국 과학의 본질은 호기심이며, 그 열정에서 모든 탐구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패트리샤 양 교수에게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관해 물어보았다.
“이그노벨상을 받은 후부터 주변 사람들이 제게 자꾸 이상한 똥에 관한 소문을 알려줘요. 최근에는 흰개미가 육각형 똥을 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연구 소재로 어떨지 관심을 가지고 있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