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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a black hole? 뮌헨대 뮌헨수리철학센터 부교수인 에릭 쿠릴(Erik Curiel)은 얼마 전 물리학자들에게 이걸 물었다. 현대물리학, 그중에서도 이론물리학의 중요한 연구 주제인 블랙홀의 정의를, 블랙홀 좀 안다는 물리학자들에게 물어본 것이다. 


비트리스 봉가 캐나다 페리미터이론물리연구소(PI) 박사는 “당신의 다섯 단어짜리 질문은 놀랍게도 대답하기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우주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론물리학자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중력파 물리학이 전공이다. 


블랙홀을 탄생시켰거나(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푸는 과정에서 블랙홀이라는 답이 나왔다), 블랙홀에서 생을 마감하는(블랙홀 주위를 도는 별들은 중력파를 방출하면서 회전에너지를 잃어버리고 블랙홀로 점점 다가가 결국 흡수된다), 어느 쪽이든 블랙홀을 다룰 수밖에 없는 블랙홀 전문가가 블랙홀이 뭔지 정의하기 어렵다니. 


쿠릴 교수는 블랙홀의 정의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인식을 조사하며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물리학의 세부 전공에 따라 블랙홀의 정의는 다양했다. 


(관측을 주로 하는) 천체물리학자는 ‘블랙홀은 궁극의 감옥이다. 일단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며 블랙홀을 우주 공간에서 실체를 가진 존재에 비유했다. (수식을 주로 쓰는) 이론물리학자는 ‘블랙홀을 우주의 특정 물체처럼 취급하는 것은 개념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이런 모순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우주가 현재와 같은 팽창을 계속한다면, 블랙홀은 호킹 복사를 통해 빛을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잃어 결국 우주에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블랙홀이 사라지기 전에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수축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양자역학에서 질량이 큰 물체를 작은 공간에 가두면 에너지가 너무 커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 블랙홀의 정의 자체가 애매해진다. 


블랙홀의 정의가 여럿인 이유는 따지고 들어가면 블랙홀을 우리 눈으로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블랙홀이 4월 초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고됐다. 전파망원경 여럿을 통해 만든 블랙홀의 이미지가 공개된다. 1년 전 우주로 돌아간 스티븐 호킹은 이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문득 궁금해지는 한편, 새삼 과학의 진리 하나를 깨닫는다. 우리는 아직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다. 

_과학동아 편집장 이현경 

 

201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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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경 편집장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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