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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크기의 해양생물들은 그 용도가 무궁무진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임자가 따로 없다.

인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물고기를 비롯해 바닷말 등과 같은 다양한 해양산물을 이용해 왔으나 1차산업적인 극히 제한된 활용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며 증가하는 인구와 자원의 고갈은 해양자원 개발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해양자원의 단순이용에 불과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첨단의 생물공학기술들을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와같이 해양생물 소재를 이용, 생물 공학기술을 전개하는 학문을 해양생물공학이라 일컫는데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복지를 위해 해양생물과 그들의 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이용하는 기술이라 정의할 수 있다.

육상생물과 다른 점

최근 해양생물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육상생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현상과 사실이 속속 밝혀져 학문분야인 해양생물공학의 발전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같은 결과들은 우선 해양환경과 육상환경의 물리학적 화학적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차이점 중 첫번째는 해양환경은 육상환경의 매질인 공기보다 비중이 높은 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부분 크기가 작은 식물 동물의 군집이 부유상태로 존재하고 또한 이들은 화학물질을 사용해 통신을 한다. 두번째는 햇빛의 투과가 물속에서는 급격히 감소되므로 광합성이 표층수에 제한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번째 차이는 해양생물은 육상생물에 비해 탄수화물 비율이 적고 단백질 비율이 많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해양생물은 주성분이 단백질로 구성돼 있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차이들로 인해 해양환경은 육상환경보다 먹이사슬이 복잡하고 수많은 표면부착생물과 공생생물이 서식한다. 이 밖에도 해양에서는 육상과 달리 온도 염분도 압력 등의 차이에 따른 매우 다양하고 극심한 환경조건이 존재하므로 생물종(種)의 다양성을 관찰할 수 있다.

다양한 해양생물종 또는 새로운 생물공학기술을 활용하는 해양생물공학의 분야별 적용가능 범위는 식량자원 건강보건 산업적 신소재 에너지 및 생체자원 환경분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면 각 분야의 최근 연구 결과와 이용분야를 예로 들면서 해양생물공학을 이해해 보자.

먼저 식량자원으로의 이용사례를 살펴보자. 해양어족 자원의 양식산업에서 해양생물공학을 응용하고 있다. 예컨대 세균으로부터 성장호르몬을 대량으로 얻은 뒤 이를 이용해 물고기를 대량증식할 수 있다. 물고기의 성별을 원하는대로 조작, 부가가치가 높은 암(♀)연어만 생산한다거나 양식이 어려운 어패류의 발생성장에 관여하는 물질을 찾아내 대량증식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가까운 장래에 닥칠 식량자원의 고갈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해양조류(海洋藻類)를 활용해 대체식량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미국의 시아노텍사(社)는 단백질이 풍부한 스피루리나 조류(algae)를 건강식품이나 식품첨가제로 시판하고 있고 베타(β)-카로틴은 건강식품 또는 동물사료의 비타민 A 대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생물공학기술은 해양으로부터의 식량생산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는 별로 이용되지 않는 미세조류로부터 거대조류 또는 갑각류 연체류 어류와 같은 고등 생물에까지 해양생물공학기술이 적용되면 좀 더 쉽고 생산성 높은 양식 또는 수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건강보건분야에서는 위력적인 항균력(antibiotic force)을 나타내는 아플라스모마이신(aplasmomycin)을 해양생물로부터 얻고 있다. 항생제에 내성이 높은 세균을 잡는 이스타마이신(istamycin), 항암작용을 나타내면서 면역기능을 유지시켜 주는 마리나오탄(marinaotan) 등도 해양생물공학의 산물들이다. 최근 해양생물로부터 얻어진 신규 생리활성물질의 수가 3천여 종에 이른다.
 

소시지 모양의 한 해양 박테리아


물속에서도 접착력 유지

선진국에서는 해양동물로부터 새로운 의약품을 얻고자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이중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는 시헤어사(社)에서 추출한 40여종의 둘라스타틴 물질을 들 수 있다. 이중에서 강력한 항암제 둘라스타틴 10은 인체실험중이며 15종은 동물 실험 중이다. 둘라스타틴 10은 흑색종(黑色腫)을 앓고 있는 생쥐(mouse)를 치료하고 백혈병에 걸린 생쥐의 수명을 두배나 연장시키는 등 매우 기대되는 물질이다.

또한 해양생물에서 추출한 백혈병 치료제 브리오스타틴과 디뎀닌 B도 임상실험이 진행중이고 실용화가 멀지 않았다. 이외에도 고도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인 EPA DHA 등과 같은 유용물질은 일본에서 이미 동맥경화 고지혈증 치료제로 시판하고 있다. 또한 충치 및 치석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불용성 글루칸(glucan)을 분해하는 새로운 효소의 발견은 치과질환 해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며 최근에는 해양조류로부터 분리한 황(S)을 함유한 지방이 현대의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AIDS 치료제로의 개발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해양생물공학은 신소재 및 정밀화학 제품의 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예컨대 생물접착제 화장품소재 식품용소재 염료및 색소 사료첨가용 소재 계면활성제 및 유화제 바이오 세라믹 등의 개발에 유용하다. 이중 생물접착제는 흥미있는 연구결과로 해양생물공학 응용범위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1981년 생화학자 웨이트는 홍합조개가 접착성 단백질을 생산함으로써 바위나 배 밑부분에 단단하게 붙어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조개에서 생성되는 접착성 단백질은 물속에서도 강력한 접착력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이 접착성 단백질은 임상실험을 거쳐 안과에서 각막수술 후 접착용도로 또는 치과치료에서 사용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접착제를 천연생물로부터 추출하거나 화학합성 방법으로 생산하는 것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게 된다. 예를 들어 1g의 접착성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는 3천개의 조개가 필요하고 이런 방식으로 생산한다면 지구상의 조개는 씨가 마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개에서 접착성 단백질유전자를 떼어낸 뒤 빨리 자라는 세균에 넣어줌으로써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해양세균에 의해 생성되는 생물접착제도 있다. 해양세균의 일종인 LST는 다당류 접착성 점성 체외고분자물질이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는 PAVE 물질을 생성한다. 이 물질은 LST 세균에 의해 DOPA라는 신경전달물질로 전환되고 다시 이 물질은 멜라닌과 같은 색소로 자가전환된다. 이렇게생성되는 DOPA 또는 그 관련물질은 굴과 같은 패류의 정착을 유도하게 된다. 따라서 종전에 양식장에서 사용했던 굴 부착용물질을 DOPA 등으로 대체하면 굴을 대량증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해양생물공학은 에너지 및 생체자원의 이용에도 관여한다. 극히 작은 조류(algae)로부터 석유를 얻거나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를 해양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등은 이소크리시스와 나노크토롭시스 종의 조류를 이용, 유류(油類)생산을 시도하는 매우 흥미있는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해양생물 폐자원을 이용, 메탄가스를 생산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대체생물에너지원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미국의 에너지부 주도하에 수행되고 있는 해양농장계획(Ocean Farm Project)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한 해양생물공학자가 해양생물의 단백질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해결사

유전공학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발광세균의 발광메커니즘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대장균에 옮겨 빛을 내지 못하던 대장균이 빛을 발하게 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앞으로 환경분야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즉 발광유전자는 오염물질에 매우 민감해 오염정도를 측정해낸다. 많은 생물은 주위환경이 변해 자신의 유전자가 위협을 받게 되면 작동하는 SOS유전자를 갖고 있다. 만일 이 SOS유전자와 발광유전자를 결합시키면, 생물체의 유전자가 피해를 당할 때 빛을 내는 소위 생물감응기를 이용한 살아있는 모니터를 얻게 된다.

이 외에도 해양생물공학기술을 이용한 해양오염물질 처리가 가능하다. 최근 연안해역의 유류오염이 심각한데 이 경우 유류분해능력이 우수한 해양미생물을 오염지역에 살포하면 환경회복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나와 있다. 또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유전자를 재조합해 해양생태계에 농축된 인체에 유독한 난분해성(難分解性)물질을 처리하는 기술도 개발중이다. 최근 민간의 무절제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증가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 이런 지구환경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지구상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을 저장하고 있는 해양환경의 연구와 아울러 해양생물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려는 연구 또한 선진국에서는 한창이다.

해양생물공학분야 발전을 위한 선진국의 연구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이렇다. 일본과 미국이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미국은 60년대 초 케네디대통령 정부가 해양개발10개년계획을 수립해 추진했다. 이어서 1966년 미국정부는 범국가적인 해양프로그램(National Sea Grant College Program)을 시작해 29개 주 또는 지역 프로그램과 연계 발전시켰다.

또한 최근 UCSB(산타바바라 소재 캘리포니아대학)의 해양과학연구소 내에 해양생물공학센터(Marine Biotechnology Center)가 설립됐다. 또 메사추세츠주 우즈 홀(Woods Hole)해양연구소의 에코시스템센터(Ecosystem Center)에서는 해양생물자원의 효율적 운영방안 확립을 위해 생물과 환경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 설립된 해양생의학연구소에서는 해양생물을 모델로 하여 인간질병을 연구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해양생물공학분야의 장점은 연구소 대학 등과 연계를 갖고 지원해 주는 모험기업이 발달돼 있다는 것이다.

섬 국기라는 지리적인 특성으로, 일찍부터 해양개발에 관심을 갖고 해양자원을 이용하고 있는 일본은 해양생물로부터 고기능 정밀 화학제품을 얻고자 연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대부분의 해양전문가가 관련돼 있으나 통산성 산하의 해양생물공학연구소 광공업해양이용기술센터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일본정부는 해양생물의 산업적 이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연구센터 2곳을 더 건설할 계획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해양생물공학분야 연구개발 과제로는 '해양생물공학을 이용한 적조방지 기술개발'과 '수산 미(未)이용자원의 고도 다용도 이용기술 개발' 등이 있다. 또한 해양프론티어프로젝트(Marine Frontier Project)가 5개년 계획으로 수행되고 있는데 이 계획은 해양생물로부터 의약품 및 첨단기술제품의 원료를 얻는데 주력하고 있다. 과기청 산하의 해양과학기술센터는 심해생물의 연구를 주도, 이의 산업적 이용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민간연구 개발 조직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BIDEC(Bioindustry Development Center)를 꼽을 수 있다. 한편 일본 해양생물공학연구소는 24개의 주요 개인회사가 주축이 돼 1988년 12월에 설립됐고 생물공학을 이용한 해양자원의 개발을 주임무로 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각국은 과학기술처를 비롯한 모든 정부부처와 국가연구소 대학 기업체는 물론이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막대한 투자를 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런 세계동향을 바로 인식하고 시급히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각 국가간의 자원경쟁은 앞으로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현재도 어족자원 에너지자원 광물자원과 같은 눈에 띄는 자원의 경우에는 힘의 논리에 의해 그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아주 작은 크기의 해양생물들은 그 용도가 무궁무진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임자가 따로 없다. 부단한 연구를 통해 유용한 해양생물을 찾아내 잘 이용하는 사람이 소유주가 된다. 우리도 이제는 거창하고 물리적인 방법에 의한 해양개발보다는 해양생물공학기술 개발과 내실있는 해양이용에 관한 연구를 시작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해양의 유류오염 현장. 기름먹는 박테리아를 활용하면 오염제거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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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진 미생물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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