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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신물질과학전공 - 원자 하나하나 제어해 고온 초전도체 원리 밝힌다

융복합파트너@DGIST

 

실험실에 들어서자 알루미늄 호일로 두텁게 감싼 기계와 그 옆 모니터에 나타난 노란색 알갱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정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신물질과학전공 교수는 “고온 초전도체를 원자 단위로 분석할 수 있는 터널링 주사 전자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이라며 “모니터에 보이는 노란색 알갱이 하나가 금속 원자”라고 말했다.

 

 

 

기존 이론으로 설명 안 되는 ‘고온 초전도체’ 

 

STM은 물질 표면의 전자 상태를 판별하는 장치다. 현미경의 뾰족한 탐침에서 흘러나온 전류가 1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떨어진 금속 표면을 통과하는데, 이때 전류 흐름을 분석해 금속의 특성을 파악한다.

 

STM에는 서 교수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완제품을 구입한 게 아니라 핵심 부위만 맞춤 제작한 뒤 서 교수가 이들을 조립하고 추가 장치를 덧붙여 STM을 완성했다. 그는 “설계상 잘못 조립할 경우 다시 되돌리는 게 불가능했다”며 “DGIST에 있는 무진동 연구실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서 교수는 STM으로 고온 초전도체의 원리를 탐구하고 있다. 초전도체는 전류가 흐를 때 저항이 0인 물질이다. 이런 현상이 30K(영하 243.15도) 이하에서 나타나는 물질은 ‘저온 초전도체’, 30K 이상에서 나타나는 물질은 ‘고온 초전도체’로 구분한다.

 

이 둘은 애초에 초전도 현상을 만드는 원리부터 다르다. 저온 초전도체는 *임계온도에서 금속의 전자들이 두 개씩 짝(쿠퍼쌍)을 이루는 것이 핵심 원리로, 1957년에 진즉 밝혀졌다. 하지만 고온 초전도체는 처음 발견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그 원리가 오리무중이다. 그 탓에 급속도로 발전하던 고온 초전도체 연구가 최근 정체기를 맞고 있다.

 

서 교수는 “납 등 고온 초전도체에 여러 물질을 섞어 임계온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최대 임계온도는 137K에서 답보 상태”라고 말했다.

 

 

 

유력 후보 ‘위상물질’ 실험

 

서 교수는 현재 고온 초전도체를 구현하는 원리에 대한 가설 중 가장 유력한 두 가지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우선 고온 초전도체가 저온 초전도체처럼 전자쌍을 이룰 것이라는 가설이다.

 

서 교수는 “초전도체에 전자쌍이 존재할 경우에만 나타나는 전기적 특징들이 있다”며 “만약 이 특징이 고온 초전도체에서도 발견된다면 이는 곧 전자쌍이 핵심 원리라는 점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고온 초전도체인 납에 아르곤 이온을 섞은 물질을 대상으로 전자쌍의 형성 과정을 연구해 2017년 9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doi:10.1038/s41598-017-12505-1

 

 

서 교수는 기존 이론과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가설도 테스트하고 있다. 바로 ‘위상물질’이다. 위상물질은 전도체, 반도체, 초전도체 등 전기적 특성이 서로 다른 물질이 만났을 때 그 경계선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전기적 특성이 나타나는 물질이다. 

 

위상물질은 서 교수가 2009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을 때부터 파고들었던 분야다. 그는 2013년 DGIST에 임용된 뒤 위상물질을 고온 초전도체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아직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위상물질의 비율이나 배열, 두께 등에 대해서는 실험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서 교수는 위상물질이 원자 수준의 매우 미세한 차이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STM으로 원자가 하나인 경우부터 수십 개인 경우까지 각각의 전기적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며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위상물질의 특성을 확인하면 이를 통해 고온 초전도체의 전자쌍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온 초전도체는 자기공명영상(MRI) 등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초전도 현상이 발현되는 임계온도가 너무 낮은 탓에 냉각제로 액체헬륨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임계온도를 높여 냉각제를 액체질소로만 대체해도 의료 장비나 전력 저장 장비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온 초전도체의 원리를 밝혀 임계온도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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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서동준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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