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에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중국 학생이나 유학생이나 학교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기숙사에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 역시 외국인 기숙사에 살고 있다. 이곳 외국인 기숙사는 1호부터 4호까지 총 4개 동이 있고, 나는 3호 동에 산다. 3호 동의 방은 여섯 개의 2인실 외에 모두 1인실이다.
내가 사는 방도 1인실이다. 방에 기본으로 갖춰진 가구는 침대와 옷장, 서랍장이다. 화장실도 방마다 달려 있고, 히터 겸용 에어컨도 있다. 기숙사비는 테라스가 있는 1인실을 기준으로 연간 1만6000위안으로, 한화로는 260만 원 정도다.
기숙사 생활은 몇 가지 제재 사항을 빼면 자유로운 편이다. 우선 통행금지 시간이 없다. 방에서 취사는 금지돼 있지만, 공용주방이 따로 있어서 그곳에서 요리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화재 발생의 위험 때문에 불시에 방을 검사한다. 전기매트와 전기난로, 다리미 등의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다.
기숙사는 한 번 배정되면 본인이 바꿔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한 잘 바뀌지 않는다. 만약 바꾸고 싶다면 적어도 1년을 기다려야 한다. 학기 중에는 남는 방 없이 방들이 꽉 차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방을 배정받았을 때 정신없더라도 반드시 몇 가지 사항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벽 모서리에 곰팡이가 피었는지 여부다. 우한은 아주 습한 지역이어서 방이 습하다고 느껴진다면 벽과 옷장에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확인할 사항은 방에 못이 박힌 부분은 없는지, 망가진 가구는 없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기숙사 방을 배정받을 때 보증금 500위안(약 8만 원)을 내는데, 퇴실할 때 방의 상태에 따라 돌려받는 보증금 액수가 차감될 수 있는 만큼 처음 입주할 때 방의 상태를 잘 점검해야 한다.
기숙사에 살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중 안전하다는 점이 가장 좋다. 기숙사 현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카드키가 필요하고, 경비원이 1층에서 24시간 지키고 있다. 건물 내부에도 복도 계단마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기숙사 가까이에 중국에서 가장 큰 도심 호수인 동호(東湖)가 있다는 점도 좋다. 동호는 웨딩 촬영지로도 유명해서 봄에 가면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예비 부부가 촬영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외국인 기숙사에는 한국인이 꽤 많이 살아서 외로운 외국 생활에 도움이 된다. 한국인 유학생들끼리 기념일을 함께 챙기기도 하고 아프고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학생들과 따로 사는 만큼 중국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본인이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 학생의 경우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해서 룸메이트끼리 아주 친하다. 그래서 본인이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함께 어울려야 중국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다.
또 다른 단점은 보일러가 없다는 것이다. 우한은 상해와 비슷한 위도에 있는데, 중국에서는 남부에 속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에어컨 겸용 히터가 난방 시설의 전부다. 또 비가 많이 오고 습하기 때문에 상당히 춥다. 대리석 바닥에 창도 이중창이 아니어서 외풍도 심한 편이다.
기숙사에 살지 않을 경우 학교 바깥 지역에 직접 방을 얻을 수 있다. 학교 외부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용 측면에서 기숙사 비용과 비슷하거나 더 싸고, 조건도 훨씬 좋기 때문이다. 대개 같은 가격이면 기숙사보다 방이 넓고, 방 안에서 요리도 할 수 있으며, 가구는 풀옵션이기 때문에 옷가지만 들고 가면 된다. 물론 혼자서 사용할 경우 기숙사보다 비싸기 때문에 보통 2명이나 3명이 함께 방을 얻는다.
학교 밖에서 사는 경우 행정상의 거주지를 본인이 직접 신고해야 한다. 기숙사에 살면 알아서 처리해 준다. 이 문제는 간단할 수도 있지만, 거류증(외국인 등록증과 같은 개념으로 장기간 머무르는 경우 여권에 받는 신분증)을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를 직접 떼야 하고, 거주하는 곳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을 연장하거나 집을 다시 알아봐야 한다는 점에서 번거롭다.
학교 밖 거주를 택할 때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치안이다. 경비원은 있는지 없는지, 위치는 안전한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한번 학교 기숙사를 나가면 재입주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거주 문제는 사실 본인이 직접 살기 전까지는 잘 와 닿지 않는다. 처음에 기숙사가 1인실이라고 들었을 때는 가족 없이 혼자 산다는 점에서 자유롭고 사생활에 터치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냥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혼자 살아보니 밥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과 함께 공부도 해야 해서 적응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적응이 되면 기숙사 생활은 장점이 많다. 강의실까지 이동 시간이 짧고 친구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다. 또 중국은 배달 문화와 인터넷 쇼핑이 발달해 혼자 살기에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