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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독감 걸렸는데, 타미플루 먹어도 될까

타미플루 안전성 둘러싼 의문 3

 

2018년 12월 22일 부산에서 여중생 A양이 아파트 12층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은 A양이 전날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처방받아 복용한 뒤 환각 증상을 호소했다고 진술하며 타미플루의 부작용 의혹을 제기했다.

 

닷새 뒤인 12월 27일에는 남고생 B군이 타미플루 계열 독감 치료제인 페라미플루 주사를 맞은 뒤 7층 창문 아래로 떨어져 척추와 목뼈를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B군은 “자다가 떨어지는 꿈을 꿨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나보니 병원이었다”고 진술하며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 타미플루, 먹어도 괜찮은 걸까. 타미플루의 안전성을 둘러싼 의문을 정리했다.

 

 

 

효소 억제해 바이러스 확산 막아

 

타미플루는 1996년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했고,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특허권을 갖고 있다. 타미플루는 상표명으로, 성분명은 ‘오셀타미비어(Oseltamivir)’다.

 

오셀타미비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바이러스제다. 일반적인 독감뿐만 아니라 신종플루로 불리는 H1N1이나 조류독감으로 불리는 H5N1에도 효과가 있어 신종플루 치료제나 조류독감 치료제로 많이 처방된다. 국내에서는 2009년 신종플루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대대적으로 유행하면서 타미플루 처방이 늘기 시작했다.

 

오셀타미비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속 효소인 뉴라미니데이스(neuraminidase)의 활성을 억제한다. 뉴라미니데이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외피에 존재하는 효소로,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로 침입하거나 빠져나올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오셀타미비어는 뉴라미니데이스의 활성을 억제해 체내 바이러스의 확산을 직접적으로 막는다.

 

이 때문에 오셀타미비어는 치료제뿐만 아니라 예방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2009년 9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내성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예방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오셀타미비어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한국인이다. 1996년 길리어드에 재직하던 김정은 연구원이 이끌던 연구팀은 먹는 형태의 인플루엔자 치료제를 개발했고, 이게 바로 오셀타미비어였다. 이후 로슈가 특허권을 사들였고, 2017년 8월 22일 타미플루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면서 현재 국내외 많은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생산하고 있다. 한미플루(한미약품), 유한엔플루(유한양행) 등이 타미플루의 국내 복제약이다.

 

 

● 의문 1 - 미성년자에게 유독 위험하다던데?

 

1월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타미플루 복용 부작용 및 이상 사례 보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9월까지 타미플루 복용후 추락사한 사고가 총 2차례 있었다. 2014년 2월, 당시 13세 남자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후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했고, 2016년 3월에는 타미플루를 2회 복용한 당시 11세 남자아이가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다.

 

 

타미플루를 먹은 뒤 자살 충동을 느낀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4월 당시 50세 여성이 타미플루 3정을 복용한 뒤 자살 충동을 느낀 것으로 확인됐고, 2015년 3월에는 22세 남성이 닷새 동안 하루 2차례씩 복용하는 과정에서 조증과 망상, 기억상실, 불면증 등 정신적인 이상 증세를 보였다.

 

또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타미플루 부작용이 신고 된 총 1020건 가운데 19세 미만 복용자의 부작용이 344건으로 10대가 가장 많았다. 이는 65세 이상 복용자의 부작용(141건)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신주영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와 김우정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타미플루 복용 후 신경정신과적 부작용(NPAEs ·neuropsychiatric adverse events)을 호소한 환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타미플루와 NPAE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국제학술지 ‘항균 화학요법 저널’ 2018년 11월 12일자에 발표했다. doi:10.1093/jac/dky445 NPAEs에는 두통, 경련, 환각, 환청 등의 증상이 포함된다.

 

연구팀은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NPAEs를 보인 환자들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했다. 환자들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기간과 이전 기간을 비교해 NPAEs 증세에 미친 영향을 확인했다. 

 

그 결과 타미플루가 NPAEs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유의미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타미플루를 복용한 지 이틀 이내에 NPAEs가 발생한 경우, 타미플루의 영향일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 1.9배 높았다.

 

연구팀은 NPAEs와 환자의 연령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10~19세의 소아·청소년이 타미플루를 14일 전에 복용한 경우 NPAEs가 발생할 위험은 약 2.27배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는 타미플루가 NPAEs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신 교수는 “타미플루 외에는 환자에게 신경정신학적으로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특히 10대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약물유해반응관리센터는 2014~2018년 서울대병원에서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환자 7045명에 대한 약물 유해반응 발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 29명(0.41%)의 부작용을 확인했다고 1월 3일 밝혔다.

 

특히 부작용을 보인 환자 29명 중 약 26명이 20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 또 부작용을 나타낸 미성년자 환자 중 5명은 입원 치료가 필요할 만큼 증상이 심각했다. 가장 많이 발생한 증상은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증상이었고, 간 독성, 가려움과 두드러기 등 피부 증상이 뒤를 이었다.

 

환각, 환청 등 신경정신계 증상이 발생한 사례는 없었지만 환자 1명에게서 경련이 발견됐다. 조사 범위를 넓혀 서울대병원 외에서 신고한 사례까지 추가로 분석한 결과 2건의 환각 발생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 두 경우 모두 10세 미만이었다.

 

조상헌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약물유해반응관리센터장)는 “타미플루의 부작용이 다른 약보다 확실히 미성년자에게 많이 발생했다”며 “아직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학적 근거를 보면 미성년자의 타미플루 부작용을 눈여겨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타미플루의 부작용이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미플루 포비아’의 확산은 경계하고 있다.

 

김성미 부산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2010년 발표한 연구에서 타미플루의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2008년 1~6월과 2008년 11월~2009년 1월 두 차례 인플루엔자 유행 기간 부산성모병원을 방문한 환아 32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5일간 한 그룹에는 타미플루와 증상 완화제를, 나머지 그룹에는 증상 완화제만 처방했다.

 

 

그 결과 타미플루를 투여한 그룹에서 폐렴 등 합병증 발생률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타미플루 치료군에서 폐렴 확진율이 23.0%를 기록한 데 비해 비치료군에서는 42.1%가 폐렴 판정을 받았다. 타미플루 치료군에서 복통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 발견됐지만 비치료군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신경정신과적인 이상 반응도 발견되지 않았다. doi:10.3345/kjp.2010.53.156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TF팀 위원장)는 “타미플루 부작용에 관한 국내 연구는 대부분 사례 분석을 토대로 한 것으로 표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의문 2 - 일본은 타미플루 처방 금지했다던데?

 

일본에서는 이미 한 차례 타미플루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다. 2001~2007년 일본에서 타미플루를 복용한 환자 중 128명이 이상 행동을 보였고, 이 중 8명은 추락사하거나 도로에 뛰어들어 숨을 거뒀다. 이들 8명 중 5명은 10대였다.

 

이로 인해 일본 후생노동성은 2007년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를 제외한 10~19세 미성년 환자에 대한 타미플루 처방을 금지했다. 당시 식약처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타미플루 투약 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국내에서도 고위험 환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미성년자(10~19세)에게 타미플루를 투약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타미플루의 부작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타미플루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토 카나코 도쿄 메트로폴리탄 공중보건연구소 환경 보건 및 독성학과 연구원은 오셀타미비어와 그 대사물인 GS4071을 쥐에 투여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지만,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생물학 및 제약회보’ 2007년 9월 1일자에 실렸다. doi:10.1248/bpb.30.1816

 

타미플루가 체내 효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야기 타에코 일본 미야기 암센터 연구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타미플루가 인간의 시알리데이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지만 영향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미국미생물학회가 발행하는 ‘항균제 및 화학요법’ 2008년 8월 11일자에 실렸다. doi: 10.1128/AAC.00344-08

 

타미플루가 작용하는 효소인 뉴라미니데이스는 시알리데이스의 일종이다. 시알리데이스는 당단백질이나 당지질을 구성하는 당인 시알산을 분해하는 효소다. 희귀 유전병인 시알산증은 이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데, 뇌 속에 점액지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발달장애, 지적장애, 경련 등에 시달린다.

 

 

연구팀은 그동안 확인된 인간의 시알리데이스와 동일한 재조합 효소 4가지를 합성해, 타미플루와 *리렌자가 이 효소의 활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오셀타미비어는 1mM(밀리몰)의 농도에서도 효소 활성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다. 리렌자의 경우 μM(마이크로몰) 수준에서 효소 활성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저해됐다.

 

 

미야기 소장은 “바이러스 속 뉴라미니데이스는 타미플루가 nM(나노몰) 수준의 농도로만 존재해도 활성이 저해된다”며 “용법에 맞게 복용한다면 타미플루가 체내에서 시알리데이스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타미플루가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일본 지치의대와 아시아임상교육대학원 공동연구팀은 타미플루가 뇌의 내측 전두엽 속 도파민 농도를 증가시킨다고 ‘신경과학 레터스’ 2008년 4월 9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doi:10.1016/j.neulet.2008.04.011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게 타미플루를 투여한 뒤 내측 전두엽 피질 속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농도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타미플루를 25mg/kg씩 투여했을 때는 도파민의 농도가 1.56배, 100mg/kg씩 투여했을 때는 2.23배 증가했다. 또한 도파민의 부산물 농도도 증가했다. 반면 세로토닌의 농도는 증가하지 않았다.

 

안현웅 마음나래의원 원장(순천향대 신경정신과 외래교수)은 “뇌 속 도파민 증가는 환청, 환시, 망상 등 사고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아직까지 타미플루와 인간 뇌 속 도파민 농도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일본 후생노동성은 타미플루와 신경정신과적인 이상 증세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7년 8월 타미플루 처방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재갑 교수는 “일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논문에서 타미플루가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타미플루가 인체 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일본도 이를 근거로 타미플루 처방 금지를 해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의문3 - 타미플루가 자살 유발한다던데?

 

미국의 의료정보 전문 회사인 어드버스이벤츠(AE)는 머랠리 도레이스웨미 미국 듀크대 의대 교수와 공동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부작용 보고 시스템에 1999년부터 2012년 8월까지 등록된 자료를 토대로 타미플루가 신경정신과적 부작용과 연관이 있는지 조사해 의학 전문지인 ‘BMJ’ 2013년 7월 23일자에 발표했다. doi:10.1136/bmj.f4656

 

분석 결과 연구팀은 타미플루를 복용했을 때 이상 증세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약을 복용했을 때 이상 증세가 나타날 확률이 복용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29.35배가 높았고, 정신적 이상 행동을 보일 확률은 15.36배 높았다. 또한 섬망(과다행동과 환각, 초조함 등을 나타내는 증상)을 나타낼 확률은 14배, 환각에 빠질 확률은 12.00배 높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연구는 이상 행동의 원인이 독감 증상 때문인지, 아니면 타미플루 부작용 때문인지 구분하고 있지 않다”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경우에도 신경정신과적 이상 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이 연구만으로는 타미플루 때문에 이상 행동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카고대 약대와 미국 일리노이대 공동 연구팀은 미국 국가행정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09~2013년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자살 사건 2만1407건을 분석한 결과를 2018년 공개했다. 이 중 251건은 타미플루를 복용한 미성년자의 자살 사건이었다. 그런데 연구팀의 분석 결과, 자살의 원인이 타미플루 복용일 가능성이 다른 가능성보다 오히려 36%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doi:10.1370/afm.2183

 

엄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단순히 독한 감기가 아니라 폐렴이나 심혈관계, 신경계 합병증까지 유발하는 무서운 바이러스”라며 “타미플루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독감을 방치하는 것이 훨씬 위험할 수 있는 만큼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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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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