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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게놈 연구 전도사 유향숙 단장

인간 유전체 기능 연구 사업단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을 지휘하는 유향숙 단장. 사업단 은 3만여종의 위암, 간암 관련 유전자를 발굴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3만개의 유전자 가운데 10개라도 우리 힘으로 기능을 완전히 분석해낸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의 유향숙 단장은 완전한 인간게놈지도를 눈앞에 둔 지금, 우리가 해야될 일은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유단장은 1999년 12월 사업단의 단장으로 취임한 후 벤치마킹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워싱턴대 게놈센터장 밥 워터슨 교수가 해준 말을 잊지 않고 있다. 그때 워터슨 교수는 “게놈프로젝트 시대엔 거대 염기서열분석센터가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각국의 작은 연구소에서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단장은 이때부터 우리가 밝혀낼 수 있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어떻게 연구를 수행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한국인이 잘 걸리는 위암과 간암 유전자의 발굴이었다. 미국인의 경우 폐암이나 유방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많지만 위암이나 간암은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위암과 간암 환자가 단연 많다. 자연 미국에서는 위암과 간암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에 우리가 뛰어들기에 좋은 목표라는 것.

암 유전자 연구에는 암 환자의 조직 시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점에서도 환자가 많은 우리나라가 유리하다. 또 개인의 정보 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미국에서는 환자의 암 조직을 연구하려면 아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겨우 조직을 구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비교적 쉽게 환자의 동의서를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연구에 좋은 조건이 된다.

사업단은 2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많은 성과를 냈다. 약 3만여종의 위암, 간암 관련 유전자를 발굴해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고유 DNA칩을 개발해냈다. 위암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1백59만 염기쌍의 서열을 완전해독했다. 또 한국인에 특이적인 2천5백여개의 SNP 표지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 공유하게 만들어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은 생명과학 분야 프론티어사업단 가운데 가장 먼저 출범했다. 그래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때로는 부담스러운 시선도 많았다고 한다. 가장 큰 비판은 위암, 간암 유전자를 과연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또 임상연구와 분리된 암 연구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었다. 심지어 기존의 위암, 간암 연구자들이 유전체사업단의 출범으로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유단장은 2년 동안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이러한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프론티어사업과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처음 하다보니 처음엔 연구자들이 각자 얻은 결과들을 서로 공유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지만, 자신이 도저히 할 수 없는 분석연구가 마치 공장처럼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쪽으로 변해갔다. 염기서열분석을 주요사업으로 하던 벤처기업들의 비판을 무릅쓰고 염기서열분석장비를 따로 구매한 것도 이같은 연구 지원을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단장이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위암, 간암 유전자와 SNP 발굴이라는 유전체사업단의 제1, 2과제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유전자 기능분석 연구는 아직 초보 단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위암, 간암 이외의 질병에 대한 유전자 발굴 사업도 이제 겨우 연구 시스템을 구축한 단계다. 국내의 다른 게놈 연구 그룹과의 협력 방안도 유단장이 풀어야될 과제다.

유단장은 1974년 서울대 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이듬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1987년 10년이 넘는 미국 유학과 연구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이래 줄곧 생명공학연구원에 몸을 담았다.

그동안 연구자로 살아온 길이 프론티어사업단장으로서의 삶과는 천지차이일 것이다. 유단장은 욕먹고 논쟁에 휘말릴 때마다 “정확한 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남편의 조언을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에게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의 연구결과를 소개할 때에도 마치 대학 강의를 하듯 설명에 공을 들인다. 아무렇게나 묻지 말고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10년 뒤 그동안의 연구과정을 소개하면서 늘 하듯 정확한 표현으로 위암, 간암을 극복할 신약 물질을 찾았다고 발표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200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사이언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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