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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상허1급 장학생 백하나 - “백지 노트와 오답 노트 덕 봤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내신 4등급을 전전했어요. 사교 육도 별로 받지 않았고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진짜 독하게 공부했더니 수의학과에, 그것도 학교 전체 수석으로 합격 하더라고요.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건국대 수의학과 18학번 백하나 씨는 정시 전체 수석을 차지한 학생답게 첫인상부터 똑 부러지는 느낌이었다. 백씨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과 수능을 대비해야하는 예비 수험생들을 위해 ‘수능 대박’을 이룬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풀어냈다.
 

 

수시 지원 포기하고 정시에 올인


백 씨는 정시모집을 통해 건국대 수의대에 합격했다. 건국대 정시모집은 수능 성적 90%에 학생부 교과 성적 10%를 더해 학생을 선발한다. 대부분의 배점을 수능 성적이 차지 하는 만큼 수능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학이 정시모집보다 수시모집을 통해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만큼 정시모집이 불리한 측면이 있다. 수험생들도 한 번에 수험 생활 전부를 걸어야 하는 정시모집보다는 수시모집을 선호하는 편이다. 재수생까지 고려하면 확실히 정시모집이 수시모집보다 합격의 문턱이 높다.

하지만 백 씨는 정시를 택했다. 그는 “원래 수시모집에 지원할 생각이었지만, 모의고사 성적과 비교해 내신 성적이 낮게 나왔다”며 “수학을 제외하면 모의고사 성적이 나쁘지 않아 3학년부터는 정시모집을 목표로 입시를 준비 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백 씨는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까지도 수시모집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내신과 수능을 병행하며 준비하던 백 씨는 6월 모의고사 이후 정시모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6월 모의고사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며 “내신을 챙기려면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과목도 함께 공부해야 하는데, 여러 과목에 힘을 분산하는 것보다는 수능 하나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해 6월 이후에는 수능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백 씨는 결정을 내린 뒤에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9월 모의고사 이후 수시모집 접수가 시작됐지만 응시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자기소개서 작성과 수시모집 경쟁률 등을 확인하는 시간에 백 씨는 수능 공부에 집중했다. 백 씨는 “다행히 9월 모의고사에서 평소에 약점이었던 수학과 생명과학Ⅰ의 성적이 6월 모의고사보다 좋게 나와 정시모 집만 보고 전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지 노트와 오답 노트
 

결과적으로 백 씨의 결정은 성공이었다. 그는 수능에서 국어 1등급(백분위 100), 영어 2등급(절대평가), 수학 1등급 (97), 생명과학Ⅰ 1등급(97), 지구과학Ⅰ 1등급(99), 한국사 1등급(절대평가)의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정시모집을 선택한 덕분에 그는 건국대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선정됐 고, 입학식에서 학생 대표로 선서를 하는 영예도 얻었다.


하지만 수능에 ‘올인’한다고 해서 누구나 수능을 잘 보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인내를 거듭하며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이다. 백 씨도 마찬가지였다. 수험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수능 당일까지,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했다.

 

그중에서도 백 씨가 가장 신경 썼던 점은 다름 아닌 체력이다. 백 씨는 1~2학년 교내 소프트볼 동아리에서 포수로 활약하며 대전광역시 대회 우승과 전국대회 준우승을 이끌어냈다. 백 씨에게 소프트볼은 취미이기도 했지만 체력을 유지하는 운동이기도 했다. 백 씨는 “소프트볼이 단체 종목이어서 체력과 함께 협동심, 성취감, 끈기 등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이때 배운 덕목들이 수능 준비를 할 때도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소프트볼 동아리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체력 관리를 중시했던 그는 3학년 때도 운동하는 습관을 꾸준히 유지했 다. 백 씨는 “매일 30분씩 배드민턴을 치는 등 운동을 놓지 않았다”며 “수능 직전까지도 꾸준히 운동을 하며 컨디션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백 씨의 수험 생활을 살펴보면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겨낼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철저함과 꼼꼼함으로 무장돼 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 남들보다 선행 학습이 덜 돼 있던 백 씨는 ‘백지 복습법’을 통해 개념을 머릿속에 각인했다.


백지 복습법은 배운 내용을 백지 노트에 기억만으로 적어보는 학습법이다. 백 씨는 “학교 수업 진도에 맞춰 전날 무슨 단원까지 했는지 대단원, 소단원, 단원명, 세부개념 까지 외우다시피 했다”며 “백지 노트를 적은 뒤에는 교과 서와 비교하면서 잘못 적었거나 빠진 내용을 빨간 펜으로 수정해 다시 상기했다”고 밝혔다. 백 씨는 이 과정을 여러번 반복하면서 나중에는 어떤 개념이 무슨 단원의 어느 부분에 나오는지 외우는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 풀이에서도 세심함을 놓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약한 수학을 강화하기 위해 백 씨는 매일 수학 세 과목(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미적분)을 나눠서 공부했다. 백 씨는 “한 과목에만 몰두하면 자칫 다른 과목에 대한 감을 놓칠수 있어, 매일 문제를 나눠서 풀었다”며 “쉬운 문제가 많은 단원은 빠르게 많이 풀고, 어려운 부분은 문제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꼼꼼히 연구하는 식으로 방법을 달리해 학습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백 씨의 꼼꼼함은 오답 노트에도 묻어났다. 많은 학생이 오답 노트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다 보면 오답 노트의 본질을 잊기 때문이다.

 

그는 “오답 노트는 틀린 이유를 정리해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며 “문제별로 과목과 단원, 문제 유형부터 틀린 원인과 풀이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까지 꼼꼼하게 구분해 작성했다”고 말했다. 백 씨는 오답 노트를 통해 틀리는 문제 유형과 계속 저지르는 실수 패턴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수능 당일 패턴으로 3주간 생활

 

2018학년도 수능은 포항 지진이라는 큰 변수가 있었다. 하지만 백 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수능 2주 전부터 생활 패턴을 수능과 완벽하게 동기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수능 당일과 똑같은 시간에 모의고사를 풀고, 수능 당일 점심시간에 맞춰 식사를 했다. 수능이 끝나는 시각 이후 에는 그날 틀렸던 문제를 다시 곱씹었다.

 

그는 “포항 지진으로 생활 리듬이 깨질 수도 있었지만, 사실 일주일만 더 수능 당일처럼 지내면 됐다”며 “잠시 동요하기는 했지만, 이미 생활 패턴이 수능 당일에 맞춰져 있었던 만큼 금세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수능 당일에도 백 씨는 철저함을 잊지 않았다. 평소 시간을 관리하던 방식을 유지하면서 시험을 치렀고, 쉬는 시간마다 동요하지 않고 다음 과목을 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시험을 볼 때마다 시험지 한 곳에 자신이 그동안 가장 많이 실수했던 이유를 적었다. 시험 중 실수를 줄이 고, 검토 과정에서도 이를 빠르게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그는 미리 실수에 대해 상기해 둔 덕분에 수학 시간 에 두 문제를 고칠 수 있었다.

 

백 씨는 “시험을 치를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수능을 치른다는 생각 대신 ‘모의고사한 번 더 본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마인드 컨트롤 역시 생활 패턴을 수능 당일과 똑같이 맞춰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씨는 수능 시험장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으로한 가지를 꼽았다. 그는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긴장을 풀겠다고 친구들과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며 “특히 전 시간에 푼 시험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음 시간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야생동물 치료 수의사가 목표

 

백 씨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수의 사라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기는 단순했다. 백 씨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동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육사나 수의사처럼 동물과 관련된 직업을 꿈꾸게 됐다” 고 밝혔다.

 

다만 단순히 동물이 좋아서 수의학과를 택한 것은 아니 었다. 그에게는 명확하고 분명한 목표가 있다. 바로 ‘야생 동물 수의사’다. 백 씨는 “동물과 관련된 직업 중에서도 생명을 직접 살릴 수 있는 수의사가 가장 보람 있고 멋있게 느껴졌다”며 “특히 우리나라에 야생동물을 돌볼 수 있는 수의사가 많지 않다는 기사를 접한 뒤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수의사라는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 백 씨는 “건국대 장학생으로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며 “재학 기간 동안 등록금뿐만 아니라 기숙사와 생활비도 지원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백 씨는 수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책 한 권을 추천했다. 바로 ‘미리 가보는 수의학 교실’이다. 백 씨는 “고등 학생이 읽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수의학과로 진학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이 책이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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