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맹숭맹숭한 PC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멀티미디어 관련제품들이 대거 등장한 한  해였다.


올해는 이전까지 간간이 선보여온 멀티미디어 관련제품들이 홍수를 이루다시피 쏟아져 나왔다. 이같은 열풍의 진원을 알아보고 지나치기 쉬운 문제점을 진단해 본다.

컴퓨터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단순 계산용으로 개발됐던 컴퓨터가 이제는 TV나 VCR처럼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컴퓨터는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기기라는 인식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멀티미디어다.

멀티미디어는 기존의 고성능 컴퓨터에 영상과 음성기능 등을 접목시킨 차세대 뉴미디어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해주는 과거와 달리 사용자가 대화식으로 각종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통해 역사공부를 하면서 당시 광경을 영화같이 생생하게 보는 동시에 인물 및 지리에 대한 각종 정보와 함께 역사학자들의 평가 등도 간단한 버튼조작으로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멀티미디어를 교육분야에 활용 할 경우 학습자 마음대로 정보를 사용할 수 있고 현장감을 통해 이해력과 기억력의 폭을 증진시킬 수 있다. 또 광고 및 출판분야에서도 비디오 영상과 함께 애니메이션 음성합성도 표현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멀티미디어를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여러(multi) 매체(media)'로 '여러가지 유형의 정보를 다룰 수 있는 매체'라는 뜻을 갖는다. 예를 들면 카메라 키보드 스캐너 마우스 등 입력장치와 모니터 스피커 등 출력장치를 비롯해 하드디스크 컴팩트디스크 광디스크 등 기억장치를 필요에 따라 통합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멀티미디어란 어떤 정보든지 원하는 형태로 편리하게 입력 저장 가공 출력할 수 있어 입출력 및 기억환경의 다양성을 가진 종합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멀티미디어는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하이퍼(hyper)미디어, 울트라(ultra)미디어, 인터(inter)미디어, 사이버(cyber)미디어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컴퓨터연구조합이 전자통신연구소와 수탁과제로 수행한 '국내 멀티미디어 기술현황과 시장전망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멀티미디어 분야의 세계 시장규모는 91년 7억7천1백만달러에서 96년 1백29억5천2백만달러로 연평균 76%의 성장률을 보여 무려 17배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시장규모가 지난 한해 2백1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올해는 2백%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등 매년 성장세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비중이 큰 분야는 업무용으로 91년의 경우 멀티미디어 전체시장의 69%를 차지하고 있는데 96년 무렵에는 조금은 낮아지겠지만 60억달러 정도로 여전히 중요한 시장 분야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오락 등 가정용 분야는 가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91년 전체 시장의 13%에서 96년까지는 연평균 1백25%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96년 전체시장의 45%로 58억달러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전망이고 교육용은 연평균 52% 성장으로 96년 1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 된다.

올초부터 국내에 불기 시작한 멀티미디어 열풍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CD-ROM 드라이브다. 멀티미디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파일을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불러 낼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대용량 소프트웨어의 출현으로 서서히 수요가 일기 시작한 CD-ROM 드라이브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기본 장비가 되었다.

CD-ROM 드라이브는 지난해 5천여대가 판매된데 이어 올해는 5만대 이상으로 집계 되고 있다. 업계는 당초 올해 약 2만여대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해까지 30만원을 웃돌던 하드웨어 가격이 판매회사들의 값 내리기 경쟁으로 10만원대로 하락하면서 더욱 그 수요를 부추겼다.

멀티미디어 열풍의 주역 CD-ROM 드라이브

올해 초까지 가장 싼것이 35만원 정도였으나 최근 20만원 미만으로 떨어졌고 중급품도 10만원 정도 내려 30만원 대에 팔리고 있다. CD-ROM 드라이브를 쓰기 위해 필요한 음악카드는 10-20만원대. 음악카드는 이미 국내에서도 1-2년 전부터 각광받기 시작해 컴퓨터 구입시 기본사양으로 정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CD-ROM 드라이브의 가격인하 경쟁이 뜨거워진 것은 멀티미디어 제품이 대거 선보인 지난 6월말 열린 '제7회 한국컴퓨터 소프트웨어 전시회(SEK)'를 전후해서다.

음악카드 제조업체인 옥소리가 지난 3월부터 음악카드를 사는 사람에 한해 일본 마쓰시다의 CD-ROM 드라이브를 19만8천원에 파는 저가정책을 펴 성공을 거두자 다른 업체들이 잇따라 값을 내리기 시작했다. 같은 제품을 파는 샘전자 또한 6월말 값을 35만원에서 19만8천원으로 내렸고, 음악카드 수입판매 회사 제이씨현도 같은 제품을 지난 4월말 22만원으로 인하한데 이어 7월 초부터 다시 17만원으로 내렸다.

현재 CD-ROM 드라이브 시장 참여업체로는 옥소리 제이씨현 이지컴퓨터 등 중소업체들과 금성사 삼성전자 효성컴퓨터 등 대기업을 포함해 10여개에 달하는데 중소기업들의 앞선 가격인하 경쟁으로 판매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컴퓨터 전문유통업체 삼테크도 중급제품의 CD-ROM 드라이브와 음악카드 스피커를 하나로 묶은 '멀티미디어 키트'의 값을 6월중순 75만원에서 55만원으로 대폭 내렸다.

최근 멀티미디어 키트는 멀티미디어 PC라고 발표된 고가의 시스템보다 기존의 PC를 활용할 수 있고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의 멀티미디어 키트는 음악 카드와 CD-ROM 드라이브, 몇가지 CD-ROM 타이틀로 구성돼 있으나 비디오 오버레이 카드를 포함하는 것도 있다. 구성에 따라 가격은 60-80만원선이다.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대우통신 큐닉스컴퓨터 등이 지난 91년부터 PC에 음성 및 영상 기능을 보강한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금성사는 가정용 멀티미디어인 CD-I 플레이어를 개발, 시판 중이다. 지난 4월 중순에는 삼성전자 금성사 현대전자 대우통신 등 4개업체가 국책과제로 추진해온 멀티미디어 PC를 개발했다.
 

멀티미디어 열풍의 주인공 CD-ROM 드라이브


CD-ROM 타이틀 개발에 힘써야

하드웨어만 잘 갖췄다고 좋은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의 쓰임새가 소프트웨어에 의해 좌우되듯 멀티미디어에서는 양질의 CD-ROM 타이틀이 있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한다. CD-ROM 타이틀이란 VCR에서 작동되는 비디오테이프처럼 CD-ROM 드라이브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타이틀은 5백여종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산품은 삼성전자 큐닉스데이타시스템 등 극소수의 업체 제품에 불과했다. 올들어 한글타이틀의 개발이 크게 늘어 솔빛미디어 동아출판사 코리아실렉트웨어 웅진미디어 세광데이타테크 등 20여 업체에서 1백여개에 달하는 제품을 발표했다.

국산 CD-ROM 타이틀의 시초는 91년 큐닉스컴퓨터가 성경과 관련사진을 1장의 CD-ROM에 수록한 '성경라이브러리'. 이어 삼성전자가 멀티미디어용 학습교재인 '다이나믹 잉글리시'와 개정판 '액티브 잉글리시'를 잇따라 내놓았다. 4장의 CD-ROM으로 구성된 액티브 잉글리시는 30면짜리 신문 2천4백일 분량에 걸쳐 국교생부터 대학생 수준까지의 학습내용을 한꺼번에 수록한 회화백과 사전이다.

동아출판사는 기존의 CD-ROM 서적보다 성능이 향상되고 기능이 다양한 멀티미디어용 학습교재 '오성식 생활영어 SOS'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오성식 생활영어 SOS'는 2장의 CD-ROM에 8백3MB(백과사전 2백권분량)의 대용량 정보를 문자 음성 그래픽 애니메이션 비디오 등의 형태로 수록해 멀티미디어 기법으로 구현되도록 했다.

SKC도 지난해 시스템공학연구소가 개발한 학습 프로그램 '중학영어'를 CD-ROM으로 제작 공급하고 있으며 서울음반에서는 '관광 안내'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 시판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세광데이타테크의 '설악의 4계' 솔빛미디어의 '즐거운 놀이방' 옥소리의 '멜로 오케' 등이 있으며 코리아실렉트웨어는 미국의 관련단체와 협력해 타이틀의 해외보급에 나섰다.

한편 CD-ROM 타이틀의 가격은 개당 수십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쌌으나 CD-ROM 드라이브의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10만원 미만으로 시판되는 제품이 늘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타이틀을 보면 대부분 5만-9만원선이다.

CD-ROM 타이틀의 전체 판매량은 업체마다 추정량이 크게 차이나는데 드라이브 보급 확대와 삼성 금성 등 대형업체들이 CD-ROM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올해 말까지 판매량이 1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제작된 CD-ROM 타이틀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PC의 고기능화 부추겨

멀티미디어 분야가 미래의 전자산업을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PC의 고기능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음향과 영상, 그리고 그래픽 등의 종합체인 멀티미디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속의 정보처리 속도와 대용량의 PC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 문제로 사용자들이 멀티미디어 PC보다는 기존의 PC에 CD-ROM 드라이브나 음악카드 등을 장착해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표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MPC(Multimedia PC) 규격도 최소한의 프로세서로 16MHz 386SX(레벨 1), 25MHz 486SX(레벨 2)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현대전자 삼보컴퓨터 등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은 물론이고 상가의 조립업체들도 고기능 PC의 상품화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멀티미디어 시장의 확대가 386급 이상의 고급기종에 대한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하고 고기능 PC의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국내의 컴퓨터 업체들이 멀티미디어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키 위해 고기능 PC들을 발표함에 따라 국내 컴퓨터 시장도 상위기종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국내의 멀티미디어 수준은 초기단계다. 사용자들은 기존의 PC에 CD-ROM 드라이브와 음악카드 정도만을 갖추고 멀티미디어화 하려 하고 관련기술 또한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아직 형성단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개발된 멀티미디어 하드웨어는 32비트이상의 PC와 워크스테이션에 단순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추가한 정도. 멀티미디어용 소프트웨어(타이틀)는 하드웨어에 비해 더 원시적이다. 고작해야 기본적인 컴퓨터 기능을 수행하면서 영화 프로그램을 편집하거나 음악이나 음향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멀티미디어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이 일제히 하드웨어 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멀티미디어용 소프트웨어는 과거의 프로그램처럼 하드웨어에 끼워주는 부속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저가제품 중에는 멀티미디어용 표준에 적합하지 않는 것들이 있어 CD-ROM 타이틀도 '컴퓨터 노래방'과 삽화를 결합한 음악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게임도 1천개 이상씩 팔리는 등 인기가 높지만 진정한 멀티미디어라기 보다는 단순히 큰용량의 게임을 디스켓 대신 CD-ROM화한 수준에 불과한 것도 많다.

더욱이 CD-ROM이나 CD-I 등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정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 이것이 도서인지, 음반인지 아니면 소프트웨어인지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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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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