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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꿈꾸는 과학자들에게

차이나(China)는 과학

2013년 말, 대학 교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21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 국내외 대학에 지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중국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국내 대학이 아니라 중국 대학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중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아직 성장하는 나라다. 동시에 국제화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 특히 최근에는 무서울 정도로 과학기술 발전에 힘을 쏟아 붓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비 등 과학계의 연구 환경도 놀라울 만큼 발전하고 있다. 외국 과학자들에게는 ‘결코 잃을 수 없는 절호의 기회’를 뜻하는 ‘물실호기(勿失好機)’인 셈이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국내만 보지 않고 시야를 조금만 넓힌다면 중국에서 연구자로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필자와 같은 중국의 외국 과학자에 관해 얘기하려고 한다.


글로벌 인재 빨아들이는 ‘만인계획’ 
중국 정부는 현재 다양한 외국 과학자 유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천인계획(千人計劃)’이다(www.1000plan.org). 2008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해외고급수준 인재유치 계획’의 일환으로 5~10년 동안 2000명 규모의 해외 인재들을 유치해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천인계획은 중국 공산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가장 강력한 인재유치 지원프로그램이다, 외국 과학자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내 연구자가 되면 상당한 연구 환경과 지위가 보장된다. 천인계획은 2012년 ‘만인(萬人)계획’으로 더욱 확대돼, 지금도 중국 내 많은 한국인 과학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교와 연구소, 또는 국책연구기관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필자가 있는 칭화대에도 한국인 과학자 한 명이 이를 통해 교수로 임용됐다. 이밖에도 지방정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연구할 수 있는 외국 과학자 유치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중국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인재에 대한 중국의 이런 과감한 투자는 이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과학출판그룹인 ‘네이처출판그룹(NPG)’이 2016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에 따르면 과학기술 분야 논문 수는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중국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미국을 포함해 전통 과학 강국인 독일, 영국, 일본은 논문 수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중국은 오히려 급상승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7년 안에 중국이 논문 수에서는 1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 과학자들이 중국에서 자리를 잡는 경우는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신흥 대학들이 젊은 한국 과학자들을 교수로 많이 채용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5~10년 뒤에는 중국 대학에 근무하는 외국 과학자에 대한 처우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미래의 협력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중국 내 한인 과학자들이 양국 간 협력에서 조력자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연구와 영어 강의
해외 어느 나라든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어려운 것처럼 중국에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초기 정착이 쉽지 않다. 중국 대학의 연구실 구조는 한국과 일본의 중간에 가깝다. 교수진은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등 일본과 유사한 형태로 구성되는데,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부교수나 조교수도 독립적으로 연구실을 운영할 수 있다. 
단, 최근 중국 대학들도 테뉴어(정년보장)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승진에 대한 압박이 매우 심해지고 있어서, 초기에 연구 과제를 원활히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연구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외국 과학자들은 언어적인 문제를 포함한 문화 차이 때문에 초기에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학교생활을 해나가기가 어렵다. 
초기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교수들뿐만 아니라 연구팀 팀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 중국어 습득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중국인들은 소통에 있어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소극적이어서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면 본인의 업적을 이루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학과나 부서의 방향 전략 등을 잘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야 주변에서 도움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어려움은 외국 과학자로서의 역할에 혼란을 겪는 것이다. 외국 과학자는 기관의 행정 업무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 종종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이럴 때는 자신이 왜 중국 대학의 연구자가 됐는지 생각하고, 여기에 맞춰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게 좋다. 
중국에서 외국 과학자를 초빙했을 때 일차적인 이유는 당연히 행정 업무 수행 보다는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 결과와 학생 교육이다. 따라서 행정으로 빼앗길 시간에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연구 성과에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 또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대학 및 연구 기관과의 교류를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중국 대학에서 부족한 영어 강의를 개설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재(在)중국과학기술자협회(kseach.org)’가 결성돼 중국에 있는 한국인 연구자들의 교류와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한국 정부가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이 중국과 한국을 잇는 귀중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길 기대한다.

 

정홍식 
연세대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21년간 메모리반도체 분야 
연구 개발에 참여했다. 상무로 퇴직한 뒤 연구자로서의 꿈을 펼치기 위해 2016년 9월 중국으로 향했다. 현재 중국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 및 인공지능센터 연구원으로 인공지능용 소자 연구를 하고 있다. hongsikjeong@tsinghua.edu.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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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식 교수
  • 서동준 기자 기자
  • 기타

    일러스트 유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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