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회색 공장, 커다란 콘크리트 돔, 물탱크….일반적으로‘원자력발전소’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다. 원자력에너지 이용의 한 분야인 원자력발전은 현재 우리나라 총 발전량의 43%를 차지하고 있을만큼 비중이 크다. 원자력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돔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중성자가 핵분열의 핵심적 역할
모든 물질의 기본이 되는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구성된 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중성자로원자의 핵을 때리면 핵이 분열하면서 엄청난 에너지 를 쏟아낸다. 원자력에너지는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해 얻어지는 에너지를 말한다.
원자력에너지를 얻는 원자로는 크게 핵연료, 감속제, 제어봉으로 구성돼 있다. 핵연료로는 스스로 핵분열을 일으키는 방사성원소인 우라늄을 사용하는데, 이때 중성자로 우라늄을 때리면 핵분열이 더 쉽게 일어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생겨난 중성자들이 남아있는 우라늄을 다시 때리기 때문에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원자력에너지의 파워는 더욱 커진다. 가령 1g의 우라늄이 핵분열을 할 경우 3t의 석탄을 태울 때와 같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감속재는 중성자의 속도를 늦춰 핵연료와 잘 부딪 힐 수 있도록 한다.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를 일컬어 ‘경수로’나 ‘중수로’라는 말을 쓰는데, 이것은 감속재로 사용하는 물의 종류가 경수인지 중수인지에 따라 구분하는 말이다. 한편 핵연료와 중성자가 지나치게 활발하게 반응할 경우 원자로가 과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원자로 안에는 제어봉이 들어있다. 카드뮴으로 만든 제어봉은 중성자를 흡수해 과도한 핵분열을 방지한다. 결국 원자력발전의 핵심은 중성자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다. 중성자의 속도가 느릴수록, 그리고 그 수가 많을수록 핵분열이 잘 일어나므로 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원자력공학은 원자핵 분열이나 융합으로부터 생성되는 에너지를 발전, 추진, 난방 등에 이용하거나 핵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을 의학이나 공업 등의 분야에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원자력공학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KAIST 원자핵공학과의조남진 교수는 원자력에너지의 파워를 크게 세가지 분야, 즉 원자력에너지 기술, 의공학 기술, 환경공학 기술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원자력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는 원자력에너지를 전력생산과 지역난방은 물론, 고온의 가스를 생산하는 원전을 개발해 수소를 생산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적은 양의 핵연료를 장전하면 장기 운전이 가능하므로 원자력 운송선 등 운송수단의 주요 동력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의료와 공학 분야에 활발하게 응용
의공학 기술 분야에서는 방사선의 생체에 미치는 영향, 방사선 방어에 관한 연구, 방사선을 이용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방법을 개발한다. 연구의 초점은 의료영상, 디지털 X선 계측기와 단층영상기법, 자기공명영상 등 방사선 의공학과 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물론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따른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처분장 건설과 수명을 다한 발전소의 해체에 관한 연구도 중요하다. 바로 환경공학 기술 분야의 주된 주제다.
1987년설립된KAIST 원자력공학과 원자로해석및 입자수송연구실은 핵반응에 기초한 중성자 수송이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원자로 노심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노심 내의 중성자 분포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노심 핵설계와 수송이론에서의 거대-전산(Large-Scale Computation) 문제에서 그 인자들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다양한 원자로 해석이론과 수치기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성능 병렬컴퓨터 등을 이용한 계산능력 향상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중이다. 이 밖에 의료분야에 방사선의 이용이 증대되고 있는 현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암치료와 관련한 다양한 입자들에 대한 해석이 요구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연구실을이끄는조남진교수는2000년 6월4일 미국원자력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원자로 물리분야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연구실 내 33대의 시스템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병렬처리시스템으로 구축한 KAIST*GALAXY를 통해 병렬 알고리듬과 고등전산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원자로해석 및 입자수송연구실은 이미 국가지정연 구실로 선정돼 있으며, 현재 박사후 연구원 3명, 국비와 연구원과정을 합해 11명의 박사과정 학생, 3명의 석사과정 학생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