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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은 알고 있다, 지구의 비밀을

블루 다이아몬드, 가넷, 페리도트

영화 ‘타이타닉’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로즈가 바닷속으로 던져버린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기억하는가. 이 목걸이는 ‘대양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를 모태로 만들어졌다.
호프 다이아몬드는 진한 청색을 띠는 블루 다이아몬드로, 소유한 사람에게 죽음을 가져온다는 저주로도 유명하다. 최근 과학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블루 다이아몬드 46개를 분석해
지구 형성 과정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냈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생산량이 전체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0.1% 미만일 만큼 희귀하다. 이는 가격에서도 드러난다. 조은옥 우신보석감정원 책임연구원은 “일정한 시세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4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09캐럿(618mg)의 블루 다이아몬드가 540만 달러(약 61억4520만 원)에 판매됐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가 특별한 색을 내려면 ‘불순’해져야 한다. 다이아몬드가 지각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주로 질소와 붕소)이 들어가야 태양 빛을 다양하게 반사한다. 보통 질소 원자들이 탄소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질소와 공공(빈 공간)의 공유결합을 만들면 다이아몬드가 분홍색이나 붉은색을 띤다. 
그런가 하면 노란색이나 갈색 다이아몬드는 질소 원자 1개가 탄소 원자 자리에 들어가거나, 질소 원자 2~3개가 공공과 공유결합을 만들 경우에 주로 생성된다. 형성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되면 다이아몬드가 초록색을 띠기도 한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탄소 자리에 붕소 원자가 불순물로 들어간 경우다. 

 

블루 다이아몬드, 지하 660km에서 형성 
그런데 최근 블루 다이아몬드는 지하에서 형성되는 깊이 또한 남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는 맨틀에 극소량 포함된 탄소가 지하 150~220km의 고온고압 환경(1300~1800도, 6만5000기압)에서 결정화된 뒤 지하 깊은 곳에서 빠르게분출되는 특별한 화산 활동인 킴벌라이트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블루 다이아몬드는 이보다 최대 4배 더 깊은 곳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반 스미스 미국 보석감정연구소(GIA)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2년에 걸쳐 ‘라만분광법’을 이용해 붕소를 함유한 블루 다이아몬드 46개에 들어있는 광물 입자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블루 다이아몬드에 들어있는 첨정석, 휘석 등 광물 입자의 특성을 토대로 블루 다이아몬드가 형성된 깊이를 추론했다. 그 결과, 블루 다이아몬드는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 사이의 전이대(지하 440~660km), 혹은 그보다 더 깊은 지점에서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사실은 블루 다이아몬드를 푸르게 만드는 불순물인 붕소가 지구 표면에서 발견되는 원소라는 점이다. 지표면에 있던 붕소가 어떻게 지하 660km까지 내려가게 됐을까. 연구팀은 붕소를 포함한 해양지각이 다른 판 아래로 섭입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doi:10.1038/s41586-018-0334-5 
김지혁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해양암석지구화학연구실 박사과정 연구원은 “수백km 지하로 내려간 광물과 물은 수십 억 년에 걸쳐 물이 순환하게 만든다”며 “맨틀에 물이 스며들면 용융점이 낮아져 마그마가 되고, 마그마가 화산활동을 일으킬 수 있어 지질학자들에게 중요한 연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가넷, 페리도트는 ‘지시 광물’ 역할
지하 660km의 맨틀에서 엄청난 고온과 고압을 견디며 성장하는 보석은 또 있다. 가넷과 페리도트다. 
가넷은 석류석이라고도 불린다. 내부에 철이 풍부해 석류알처럼 빨갛게 보이기 때문이다. 가넷은 히말라야 산맥이나 안데스 산맥처럼 조산 운동이 활발한 지역의 높은 압력을 받은 암석들 속에서 자란다. 조 책임연구원은 “가넷은 매우 단단한 광물로 모스 경도 7~7.5에 해당한다”며 “주로 대륙의 변성암 지대에서 산출된다”고 말했다.

페리도트는 감람석(olivine)이라는 광물의 보석 이름이다. 감람석은 지구 맨틀을 구성하는 주된 광물로 고온의 마그마에서 새롭게 성장하기도 한다. 박용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지체구조물리학연구실 박사과정 연구원은 “감람석은 현무암 속에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들어있거나, 맨틀포획암(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할 때, 주변의 맨틀이 포획되어 올라온 암석)의 형태로 자주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지질학자들은 산출된 가넷과 페리도트를 지구 깊숙한 곳의 상황을 알려주는 ‘힌트’로 사용한다. 가넷은 단단해서 변성암 속에서도 자신의 모양을 유지한 채 성장하기 때문에 특정한 고압의 환경을 유추할 수 있는 지시 광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시 광물을 분석하면 광물이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시나리오를 역추적할 수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스미스 연구원팀은 지구화학적 분석 방법을 사용했다. 블루 다이아몬드와 공존하고 있는 다른 광물이 특정 이온(예컨대 알루미늄이나 철)을 교환하는 양상이 온도와 압력에 따라 달라지는 점을 이용해 당시의 환경을 역으로 추산했다. 
서울대 지체구조물리학연구실은 맨틀 깊이의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고온고압실험기기를 이용해 분석하고자 하는 광물과 유사한 성분의 암석을 직접 다양한 온도와 압력에 노출시켜 그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라만분광법이 광물을 확인하는 데 쓰인다면, 고온고압실험기기는 실제로 형성 당시 환경을 재현하는 것”이라며 “실험 기기를 통해 생성한 광물을 라만분광법으로 확인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상보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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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으로 5000년 전 백두산 폭발 비밀 풀까 
가넷과 페리도트는 국내에서도 자주 발견된다(안타깝게도 다이아몬드는 국내에서 산출된 적이 없다). 페리도트를 구성하는 감람석은 인천 백령도나 제주도에서 맨틀 포획암으로 산출되고, 제주도 현무암 지역에서도 감람석 결정들이 나온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등지에서도 감람석이 보고된 적이 있다. 가넷의 경우는 충남 홍성군이나 경기도 연천군 지역에서 자주 발견된다. 
가넷이나 페리도트가 발견된다는 사실은 맨틀의 조각이 지표까지 운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거에 강력한 지구조 활동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반도는 25억 년의 역사를 가진 오래된 암층으로 구성됐다. 한반도 형성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동아시아의 지구조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퍼즐인 이유다. 
김 연구원은 “약 5000년 전 제주도와 울릉도, 백두산에 화산 폭발이 일어났던 기록이 있지만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가넷과 페리도트 같은 지시 광물 연구가 화산 분출의 원동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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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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