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pid and Psyche: The Second Kiss_ 큐피드와 프시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 존티 허위츠의 ‘큐피드와 프시케’는 전체 길이가 약 15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다. 작가는 이 작품을 1cm 정도인 개미 이마에 올려 촬영했다(오른쪽 박스). 이 작품은 18세기 이탈리아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의 작품인 ‘큐피드의 키스로 환생한 프시케’의 오마주다. 프시케의 아름다움을 시기한 비너스는 아들 큐피드를 시켜 프시케가 세상에서 가장 추한 생물과 사랑에 빠지게 하라고 명령한다. 큐피드는 잠든 프시케에게 다가가 화살을 쏘려고 하지만 아름다운 프시케의 모습에 화살을 쏘지 못하고 사랑에 빠진다. 프시케는 질투에 눈이 먼 비너스의 계략으로 깊은 잠에 빠지지만, 큐피드가 나타나 입맞춤으로 프시케를 깨운다.
Trust_ 신뢰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바늘구멍 위에서 한 여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자에게는 바늘구멍이 마치 동굴의 입구처럼 크다. 작품 ‘신뢰’는 2017년 기네스북에 ‘인간 형상을 한 가장 작은 조각’으로 등재됐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80μm, 100μm, 20μm로 전체 크기가 머리카락 한 올 두께보다 작다. 80μm는 사람의 손톱이 5~6시간 동안 자라는 길이와 비슷하다. 오른쪽 박스는 여자의 손을 확대한 것이다.
Fragile Elephant_ 부서지기 쉬운 코끼리
코끼리가 황량하고 삭막한 풍경 속으로 걸어간다. 모래 언덕 같아 보이지만 실은 사람의 손가락 지문 위다. 코끼리 조각상의 높이는 157μm에 불과하다. 사람의 숨결로도 부서질 수 있는 크기다. 허위츠는 멸종 위기에 빠진 아프리카코끼리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실제로 2010~2012년 10만 마리의 아프리카코끼리가 불법 상아 사냥으로 죽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에서는 최근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늘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코끼리 밀렵이 궁극적으로 유전자 풀(pool)을 바꾼 것이다.
My Past_ 나의 과거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여자 조각상들이 서로를 기대고 포개져 놓여 있다. 여자 조각상 머리 하나의 폭은 20μm, 조각상 전체 크기는 100μm다. 7명의 여자를 머리카락 한 올보다 작게 만든 것이다. 허위츠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지는 시대에 산다”며 “우리는 창조의 ‘반신(demi-god)’이 될 수 있는 길에 서있다”고 말했다.
‘나노 조각’ 어떻게 만들까
작가 존티 허위츠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하고 케이프타운대에서 레이더 패턴 인식을 공부한 ‘공돌이’ 출신 아티스트다. 그는 3D 프린팅 기술과 다광자 석화술(Multiphoton Lithography)을 이용해 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에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조각상을 만든다.
재료는 자외선을 받으면 딱딱하게 굳는 광경화수지를 사용한다. 충치가 생기면 손상된 치아 사이를 메우는 ‘레진’이 대표적인 광경화수지다. 광경화수지에 고에너지 레이저를 쪼이면 2개의 광자가 흡수되며 물질이 딱딱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현상은 나노미터 크기의 ‘복셀(voxel.부피(volume)와 픽셀(pixel)의 합성어로 3D 공간에서 격자 단위 값을 나타낸다)’ 단위에서만 일어난다. 재료의 한 지점에 초점을 정확히 맞춰 하나의 복셀을 굳히고, 다음 복셀을 굳히는 작업을 차례로 반복하며 전체 조각을 완성한다. 완성된 조각상은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만 감상할 수 있다. 허위츠는 이 과정을 “양자 물리학(quantum physics)과 예술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