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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디스크 용량 100배로 늘어날까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용량이 부족해 눈물을 머금고 아끼던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을 지워본 경험이 있다면 최근에 나온 연구 결과에 주목해보자.

지난달 미국 IBM 알메이든연구소의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박사팀은 ‘반강자성체’를 이용해 하드디스크의 용량을 100배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쓰는 하드디스크 저장용량이 최대 3TB(테라바이트) 정도이므로 무려 300TB를 저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드디스크가 원자 약 100만 개로 1비트를 저장하는 데 비해 이 기술은 철 원자 12개를 이용해 1비트를 저장한다. 비트는 0 또는 1의 값을 갖는 정보처리의 최소단위다.

오늘날 하드디스크는 강자성체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한다. 강자성체란 외부 자기장을 받아 강한 자성을 띠는 물질로, 자기장이 없어진 뒤에도 자성이 한동안 남아 있다. 철이나 니켈처럼 자석에 붙는 금속이 여기에 속한다. 영구자석도 강자성체의 합금으로 만든다. 강자성체 안에 있는 원자의 자기장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성질 때문에 저장 장치의 크기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원자의 자기장 방향이 서로 같으면 자기장이 외부로 나온다. 그러면 이웃한 자기장과 서로 간섭하기 때문에 가까이 붙여 놓을 수가 없다. 이웃한 자기장이 원래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

반면, 반강자성체는 이웃한 원자의 자기장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다. 따라서 자기장이 서로 상쇄돼 외부로 자기장이 나오지 않는다. 더 조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주사터널현미경으로 철 원자 12개를 배열해 반강자성체 나노구조물을 만들었고, 이 구조물로 1비트를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실제로 하드디스크나 메모리에 적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이번 실험은 절대영도(영하 273℃)에 가까운 환경에서 이뤄졌다. 아직은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작동하지 않는다. 하인리히 박사는 ‘사이언스’ 1월 13일자에 실린 논문에서 “이 결과는 두 가지 상태로 바뀔 수 있는 반강자성체 나노구조물이 미래의 데이터 저장 수단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철원자 12개(네모로 묶인 부분)가 각각 0 또는 1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


[IBM이 이 기술을 이용해 ‘THINK’라는 글자를 나타냈다.]

2012년 2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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