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선발한 제12기 장영실주니어연구단이 9월 2~9일 미크로네시아연방 축주의 수도 웨노섬에 위치한 한국태평양해양과학기지(KSORC)를 찾았다.
고교생 4명, 대학생 2명으로 이뤄진 연구단원들은 7박 8일 동안 뜨거운 열대 바다를 누볐다.
‘세상에서 가장 큰 환초섬’.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축주는 그림 같은 절경이었다. 섬 가장자리를 거대한 고리 모양 산호초가 둘러싸고, 그 바깥으로는 에메랄드 빛 태평양 바다가 잔잔하게 펼쳐졌다.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쿵’ 비행기가 거칠게 착륙하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드디어 왔구나’. 괌을 경유해 16시간이 걸린 긴 여정이었다.
둘레 224km 환초로 둘러싸인 섬
기지는 공항에서 8km가량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80km처럼 느껴졌다. 비포장도로를 30분 넘게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도로 주변엔 쓰러져가는 건물과 폐차가 방치돼 있었다.
그러나 도착한 한국 태평양해양과학기지(이하 기지) 전경은 이 모든 수고로움을 씻어낼 만큼 아름다웠다. 햇살을 받아 더 하얗게 빛나는 건물과 키 큰 야자수가 단원들을 반겼다. 기지 앞 바다에는 요트처럼 생긴 해양조사선 ‘라군드림’이 정박돼 있었다.
최영웅 기지대장은 단원들에게 기지 곳곳을 소개했다. 단원들이 머물 숙소동과 3층 규모의 실험동 외에도 위성관제소, 배양동, 발전실, 대형선박 계류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배양동 수조에는 이곳 바다에서 자라는 관상어와 해삼, 맹그로브 크랩 등이 가득했다. 최 기지대장은 “유용한 신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시료들”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기지 주변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했던 등대였다. 등대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에는 녹슨 전차가 보였다. 축주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기지를 두고 연합군과 마지막까지 싸웠던 곳이다. 섬 전체가 거대한 환초로 둘러싸여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어려워서다.
실제로 등대에서 내려다보니 환초는 섬을 보호하는 거대한 방파제였다. 지름이 40km, 둘레가 무려 224km나 된다고 했다. 최 기지대장은 “먼 옛날 바다에서 화산이 폭발해 해수면 위로 섬이 솟아난 후 가장자리에 산호가 자라다가, 화산섬이 침강하면서 산호만 남은 것”이라며 “환초 안쪽은 수심이 깊지 않은데다, 태평양에서 오는 큰 파도를 환초가 막아줘 스노클링을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산호 생태계를 몸으로 느끼다
투명한 바다와 잔잔한 파도, 바닷속에 펼쳐진 환상의 산호초 덕분에 축주는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백문이 불여일견. 기지에 도착하고 이튿날부터 매일 오후 스노클링이 이어졌다.
물속은 또 한 번의 놀라움이었다. 형형색색의 산호초가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고, 산호초의 색깔을 흉내 낸 각종 생물들이 산호 주변에 북적였다. 산호는 수온이 18~30도인, 남북위 10도 안팎의 열대 바다에서 주로 자라는 자포동물이다. 석회질 외골격을 가지고 있는데, 산호들이 켜켜이 쌓인 산호초 지대는 다른 곳보다 산소 함량이 높고 먹이가 풍부해 해양 생물종의 25% 이상이 살고 있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특이한 광경에 단원들은 수면 밖으로 머리를 내밀 새도 없이 관찰에 열중했다. 진화와 생물다양성에 관심이 많아 연구단에 지원했다는 송재준 씨(고려대 1학년)는 거대한 해삼을 건져 올리기도 했다. 위기를 느낀 해삼은 흰색 점액을 뿜었고, 점액이 눈에 닿으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기지대장의 설명 덕분에 조금 더 빨리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단원들은 4일에 걸쳐 얕은 바다, 중간 바다, 환초대 등 다양한 수역을 체험했다. 체험 기간 내내 날씨가 쾌청해 20~50m 떨어진 거리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바닷속 시야가 좋았다. 특히 단원들이 가장 좋아했던 바다는 기지에서 배로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펜룩 섬 해안이었다. 수심이 깊어지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모양, 새로운 색깔의 산호들이 나타났다.
수영을 못한다고 고백했던 김미정 양(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2학년)조차도 어느새 물개가 돼 수심 깊은 곳의 산호를 관찰했다. 바다동물을 정말 좋아해서 다이빙 자격증까지 땄다는 홍진표 군(미국 필립스엑시터아카데미 11학년)은 산호 조각이나 소라 등을 연신 주워 올라왔다.
저서생물 관찰하고 미세 플라스틱 조사
스노클링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매일 실습이 진행됐다. 스노클링을 하며 관찰했던 해양 생물을 직접 해부해보기도 하고, 얕은 바다에서 채집한 모래에서 다양한 저서생물을 관찰했다.
특히 연구단은 김동성 KIOST 생태기반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의 지시에 따라 해저면에서 3cm 깊이에 있는 부드러운 해저층을 직접 채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저서생물을 보기 위해 펄과 모래가 섞인 해저층을 수십 마이크로미터(μm·1μm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가는 체로 수차례 걸렀다.
‘노동’에 가까운 힘든 작업인데도 체험단은 지치지 않았다. 이들은 결국 걸러낸 생물을 3%의 포르말린으로 고정하고, 로즈벵갈 색소로 염색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현미경 렌즈 속은 빨갛게 염색된 선충류, 요각류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 책임연구원은 “저서생물은 다른 열대 해양생물의 먹이가 돼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저서생물의 생물량이나 종류를 통해 해양의 생산성이나 환경 변화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원 군(경기 광교고 2학년)은 “저서생물을 100마리까지 동정(同定)하고 싶다”며 “현미경은 학교에서도 볼 수 있지만 채집부터 직접 해보니 더욱 재밌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미세 플라스틱 등 해양 쓰레기도 채집했다. 뉴스에서 연일 심각성을 보도해서일까. 연구단은 출발할 때부터 해양 쓰레기에 관심이 많았다. 송영경 KIOST 남해연구소 연구원은 학생들이 직접 대형, 미세 플라스틱을 조사하게 했다.
학생들은 체를 들고 모래에서 크기가 1~5mm인 미세 플라스틱을 걸렀다. 깨끗해 보이는 해변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꽤 검출됐다. 송 연구원은 “적도 부근의 강한 자외선은 플라스틱의 화학적 풍화를 가속화 한다”며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질수록 생물이 이용하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커진다”고 설명했다. 듣고 있던 임나영 양(말레이시아 엡솜컬리지 10학년)은 심각한 표정으로 “과학적으로 그 위험성을 정확히 밝혀서 빨리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서생물 관찰하고 미세 플라스틱 조사
스노클링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매일 실습이 진행됐다. 스노클링을 하며 관찰했던 해양 생물을 직접 해부해보기도 하고, 얕은 바다에서 채집한 모래에서 다양한 저서생물을 관찰했다.
특히 연구단은 김동성 KIOST 생태기반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의 지시에 따라 해저면에서 3cm 깊이에 있는 부드러운 해저층을 직접 채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저서생물을 보기 위해 펄과 모래가 섞인 해저층을 수십 마이크로미터(μm·1μm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가는 체로 수차례 걸렀다.
‘노동’에 가까운 힘든 작업인데도 체험단은 지치지 않았다. 이들은 결국 걸러낸 생물을 3%의 포르말린으로 고정하고, 로즈벵갈 색소로 염색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현미경 렌즈 속은 빨갛게 염색된 선충류, 요각류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 책임연구원은 “저서생물은 다른 열대 해양생물의 먹이가 돼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저서생물의 생물량이나 종류를 통해 해양의 생산성이나 환경 변화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원 군(경기 광교고 2학년)은 “저서생물을 100마리까지 동정(同定)하고 싶다”며 “현미경은 학교에서도 볼 수 있지만 채집부터 직접 해보니 더욱 재밌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미세 플라스틱 등 해양 쓰레기도 채집했다. 뉴스에서 연일 심각성을 보도해서일까. 연구단은 출발할 때부터 해양 쓰레기에 관심이 많았다. 송영경 KIOST 남해연구소 연구원은 학생들이 직접 대형, 미세 플라스틱을 조사하게 했다.
학생들은 체를 들고 모래에서 크기가 1~5mm인 미세 플라스틱을 걸렀다. 깨끗해 보이는 해변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꽤 검출됐다. 송 연구원은 “적도 부근의 강한 자외선은 플라스틱의 화학적 풍화를 가속화 한다”며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질수록 생물이 이용하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커진다”고 설명했다. 듣고 있던 임나영 양(말레이시아 엡솜컬리지 10학년)은 심각한 표정으로 “과학적으로 그 위험성을 정확히 밝혀서 빨리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