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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처녀자리에 풍성한 은하무리

5천만년 전의 빛, 망원경으로 즐기기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한구석을 들여다봤을 때 수많은 은하들이 보인다면, 그것도 별보다 더 많은 은하들이 보인다면? 봄밤 남쪽하늘에 떠있는 처녀자리에서 이런 놀라운 광경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망원경만 들이대면 외부은하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우리은하에 뚫린 창문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수는 약 6천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우리은하에 속해 있다. 그런데 우주공간에는 이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은하들이 존재하고 있다. 어두운 별까지 볼 수 있는 천체망원경일수록 한 시야에서 별보다 더 많은 은하들을 관측할 수 있는데, 밤하늘에서 24등급보다 밝은 것만 세어도 은하들의 수는 8억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은하 주변에는 30여개의 은하들이 모여있는데, 이를 국부은하군이라 한다. 국부은하군에 소속된 은하들 중 대부분은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 주변에 몰려있다. 국부은하군은 좀더 큰 은하무리들과 떼지어 있는데, 이 전체를 국부초은하단이라 한다. 국부초은하단의 중심에 바로 처녀자리은하단이 있다. 지구에서 약 5천만광년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은하단은 1천개 이상의 은하들로 이뤄져 있다. 한편 국부초은하단의 외곽에는 또다른 거대 초은하단이 위치해 있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주요 은하들은 비교적 가까이 있고 밝기가 12등급보다 밝은 것들이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은하들의 상당수가 처녀자리은하단에 소속돼 있다. 이들은 머리털자리와 처녀자리 경계부분에 흩어져 있다. 사실 이 지역에는 밝은 별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좀더 먼 우주까지 볼 수 있다. 이곳은 우리은하에 뚫린 창문에 해당하는 셈이다.

주변은하 거느리는 대장은하 M87

처녀자리은하단에서 가장 큰 대형은하는 M87이라 불린다. M87은 머리털자리와 처녀자리의 경계에 위치하며 엄밀하게는 처녀자리에 속해있다. 처녀자리는 봄밤 남쪽하늘에서 커다란 Y자를 그리며 떠있는 거대한 별자리다.

처녀자리는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토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모습이라 알려져 있다. 데메테르에게는 페르세포네라는 어여쁜 딸이 있었는데,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의 신인 하데스에게 강제로 납치되자 데메테르는 딸을 잃은 슬픔에 잠겼다. 토지의 여신이 슬퍼하자 땅은 메마르고 곡식이 자라지 못했다. 제우스는 땅이 황폐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데스와 데메테르를 화해시킬 수 있는 묘안을 강구했는데, 페르세포네가 1년의 반은 땅위에서 지내고 나머지 반은 땅밑에서 지내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녀자리가 땅밑에 위치하는 겨울이면 데메테르가 지하세계에 있는 딸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잠기기 때문에 추위가 닥치고 풀이 돋아나지 않는 반면, 페르세포네가 되돌아오는 봄이면 처녀자리가 동쪽하늘에서 떠오르고 데메테르의 슬픔이 가셔 땅은 다시 활기를 띠고 풍요로운 세계가 된다고 한다. 봄이 한창인 밤하늘의 처녀자리에 은하들이 풍성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닐까.

처녀자리은하단의 중심에 자리잡은 M87은 밤하늘의 어느 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M87은 처녀자리의 위쪽 경계선에 위치해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부근에는 밝은 별이 없기 때문에 찾아가기 쉽지 않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처녀자리 Y자의 왼쪽 끝에 해당하는 3등성인 엡실론(ε)별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 별에서 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곳에는 사자자리의 꼬리에 해당하는 2등급의 밝은 별인 데네볼라가 있는데, 정확히 이 두 별의 중간쯤에 M87과 그 주변은하들이 존재한다.

M87은 8.6등급에 3′ 가량의 겉보기지름을 가진 타원은하다. 주변에 많은 은하들을 거느린 대표주자로 망원경에서는 작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처녀자리은하단을 중력적으로 지배하는 가장 거대한 은하다. 처녀자리은하단의 대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은하는 우리은하보다 약 5배나 많은 별과 성간물질로 이뤄져 있으며, 또 우리은하보다 약 30배나 많은 4천여개의 구상성단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특히 M87에서는 은하의 물질이 외부로 튀어나가는 제트 현상이 검출되기도 했는데, 그 위치가 강력한 전파원인 처녀자리A와 일치하는 것으로 봐 은하 중심부에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퍼져 보이는 밝은 점

M87에 대한 관측은 M87 자체보다는 그 주위에 있는 다른 은하들과 어우러진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실 이 지역에는 소형 망원경으로 보이는 12등급보다 밝은 은하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망원경으로 대충 이곳을 향하고 들여다봐도 시야 내에 은하 한두개는 항상 보인다. 문제는 초보자들의 경우 은하를 보고도 이것이 은하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망원경에서 보이는 은하들은 사진에서처럼 뚜렷하지는 않다. 하지만 은하의 특징을 확실히 보여주므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관측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망원경에서 보이는 별은 바늘로 찌른 듯이 깨끗한 경계를 가진 밝은 점인 반면, 은하는 약간의 크기를 가지며 경계가 흐리다.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퍼져 보이는 밝은 점들은 대개 은하라 할 수 있다.

M87은 거대한 타원은하로 상당히 밝은 편에 속한다. 망원경에서는 그리 크지 않으나 밝은 부분이 집중돼 하나의 퍼진 점처럼 나타나며 그 주위로 흐릿한 영역이 원형으로 보인다.

이제 M87과 함께 보이는 주변은하들을 살펴보자. M87 주변에는 메시에 목록에 소속돼 있는 밝은 은하들이 10여개 있으며 동일 시야에서 보이는 은하로는 바로 서쪽 옆에 위치한 M84와 M86이 있다. 또 M87의 약간 동쪽에서는 M58, M89, M90이 한 시야에 보인다. 뿐만 아니라 메시에 목록에 속하지 않고 NGC 목록에 속한 은하일지라도 M87 주변의 은하들은 상당히 밝아서 망원경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구경 1백50mm급의 망원경이라면 한 시야에 평균 6-8개 가량의 은하를 쉽게 볼 수 있다.

상세한 성도나 사진을 참고해 어느 은하가 어떤 이름의 은하인지 확인하면서 관측해보자. 동일 시야에서 은하를 과연 몇개나 볼 수 있는지 도전해보는 작업도 흥미로운 관측 주제가 될 것이다.

5월 7일 수성이 태양표면 통과한다


수성은 태양 표면을 북쪽에서 진입해 서쪽으로 벗어난다. 1시간 간격으로 확인해보면 움직이고 있 는 검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수성과 금성은 지구 안쪽 궤도에서 태양을 돌고 있는 내행성이기 때문에 한바퀴씩 공전할 때마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 위치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경우 지구에서 볼 때 매번 내행성이 태양표면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까. 실제로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내행성의 공전궤도가 지구의 공전궤도(황도)와 약간 어긋난 채 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우 드물게 두 공전궤도가 정확히 일치해 지구와 태양의 한중간에 내행성이 들어가는 일이 발생한다. 이 현상이 수성에 의해 벌어지면 수성일면통과라 불린다. 수성이 태양표면을 통과하는 현상은 항상 5월이나 11월에만 일어날 수 있다. 이때만 수성의 궤도면이 황도면과 교차하기 때문이다. 최근 1백년 동안 5월에 5회, 11월에 10회에 걸쳐 수성일면통과 현상이 일어났다.

오는 5월 7일에도 수성이 황도면을 정확히 가로질러 수성이 태양과 겹쳐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번 수성일면통과는 1999년 11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일어나는 것이지만, 5월에 일어나는 현상으로는 1970년 이후 무려 33년만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수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들어가면, 지구에서 볼 때 수성은 태양표면에 작은 검은 점으로 나타난다. 언뜻 보면 흑점과 분간하기 어렵지만, 일직선으로 점차 움직여간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흑점과 구분할 수 있다. 또 정확히 둥근 원형을 하고 있다는 점도 구별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다. 수성은 14시 13분 태양표면에 진입하며 19시 31분 태양표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이날 오후 늦게는 항상 볼 수 있는 셈이다.

관측 방법은 평소의 태양 관측법과 그리 다르지 않다. 즉 태양필터를 사용해 직접 관측하거나 하얀 스크린에 투영해 간접적으로 관측하는 것이다. 드물게 일어나는 천문현상인 만큼 시간을 투자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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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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