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 성적과 수능 점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던 학생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서류와 면접을 통해 정성적으로 종합평가하는 전형이다. 최근 수시 경향은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수험생이 부담을 느끼는 면접을 지속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대화에서 상대방이 쓰는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으로 그 사람의 사고 방식, 가치관, 인성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원자와 면대면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류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지원자의 진짜 모습을 판단하길 원한다. 이로써 대학이 원하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려는 것이 면접을 지속하는 이유다.
나날이 높아지는 면접의 위상
대학은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전형을 설계한다. 수능 중심의 전형에서 학생부 정성평가 위주로 평가 흐름이 바뀌는 것도 정량적인 점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우수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일선 고교들이 비교과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인 학생부 내용이 비슷해졌다. 그 결과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와 같은 서류의 변별력이 약화됐고, 지원자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면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더욱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면접은 더 부각될 예정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정해진 하나의 답을 찾아가는 결과 중심의 수업보다는 다양한 답을 모색해보는 과정 중심의 학습을 강조한다. 새로운 상황에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인재를 뜻하는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면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목표가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지식 습득 과정, 학습 태도 등을 평가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 수행평가를 진행하듯 대학에서는 대학별 인재상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학업역량, 발전가능성, 전공적합성 등을 보고 학생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세 가지 면접 유형
면접은 대학별로 일반 면접, 심층 면접 등 다양한 명칭을 쓰고 있으나 진행 방식에 따라 서류 확인 면접, 구술고사, 인·적성 면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서류 확인 면접은 가장 보편적인 면접 방식으로, 서류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다. 서류 확인 면접을 실시하는 중앙대의 면접 질문을 살펴보면, 서류에서 모집단위별로 적합한 질문 항목을 찾고 그 항목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경영학부 지원자에게는 ‘경영에 관한 다양한 도서를 탐독했다고 했는데, 이중 자신이 본받을 만한 경영철학이 언급된 책이 있다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언급해보세요’와 같은 질문을 던져서 서류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지원한 전공을 위해 얼마만큼 준비해왔는지 확인한다.
반면 구술고사는 대학이 면접 전에 문항을 제공하고 지원자를 심층 평가하는 제시문 기반의 면접이다. 서류 확인 면접에서는 지원자가 서류를 토대로 질문을 받기 때문에 이름이 불리면 바로 면접실에 들어간다. 반면 구술고사는 지원자가 제시문을 받고 답변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구체적인 구술고사 양상은 2018학년도 경희대 면접 기출문제로 확인해보자.
이와 같이 구술고사는 지원 계열 및 전형에 부합하는 문항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논술고사와 유사하다. 그러나 논술고사는 특정한 정답의 방향이 존재하고 채점 기준에 맞춰 점수를 매긴다. 반면 구술고사는 하나의 정답보다는 지원자의 학업역량, 전공에 대한 관심,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 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적성 면접은 지원자의 인성과 전공에 대한 적성을 평가하는 면접으로 주로 사범대와 의대에서 실시한다. 실력뿐 아니라 자질과 인성을 갖춘 예비 교사와 의사를 선발하기 위한 대학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의대에서 치러지는 다중미니면접(MMI)은 대표적인 인·적성 면접이다. 다른 면접과 달리 지원자가 면접관이 있는 방 여러 개를 돌며 제시문을 독해하고 문제 상황을 파악한 뒤 대응책을 마련해 답변해야 한다. 소요 시간은 2분 정도로 짧다. 이런 면접으로 지원자의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을 포함해 의사로서 가져야 하는 인성, 소통 능력 등 다양한 평가요소를 측정한다.
최근 면접 경향을 보면, 하나의 유형보다는 ‘서류 확인 면접+구술고사’ ‘인·적성 면접+구술고사’ 등 복합 면접으로 진행하는 대학이 많다.
실질적인 면접 반영 비율 확인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모형은 일괄전형으로 진행되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1단계 서류 평가, 2단계 면접으로 구성돼 있다. 면접 반영 비율은 30~60%로, 대학별로 다양한 편이다.
연세대 학생부종합 면접형, 건국대 KU자기추천전형, 숙명여대 숙명인재전형 등의 경우 2단계 면접 반영비율이 60%로, 면접의 변별력이 크다. 그러나 명목상 반영 비율보다는 면접의 실질 반영 비율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은 1단계 합격자를 최종 합격자보다 많이 선발하는데, 1단계 선발 배수가 높을수록 2단계 면접의 변별력은 더 커진다.
예컨대 고려대 학교추천Ⅱ 전형의 경우 2단계 면접을 50%나 반영할 뿐만 아니라 1단계 서류 합격자로 최종 인원의 5배를 선발한다. 그래서 2단계 면접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야만 최종 합격할 수 있다. 1단계 통과자들의 서류평가 점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면접의 실질 반영 비율은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입시 전략을 세울 때에는 각 대학의 전형 방법에서 면접 반영 비율과 선발 배수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출문제 분석이 면접 준비 출발점
어떤 시험이든 기출문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면접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활용해야 한다.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는 매년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가 공지되는데, 이곳에 면접 기출문제와 출제의도, 평가 기준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기출문제를 철저히 분석해서 지망 대학의 면접 유형과 수준 등을 가늠해보는 것이 면접 준비의 출발점이다.
서류 확인 면접에서 면접관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질문을 구성한다. 따라서 학교생활기록부를 미리 출력해서 중요하거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본인 나름대로 기록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활동 결과는 남겠지만, 구체적으로 느낀 점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생활 중 의미 있다고 판단한 활동을 활동의 이유, 자신의 역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 느낀 점 등을 중심으로 기록해두면 면접은 물론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구술고사에서 시사적인 문제를 출제하기도 하는데, 목적은 대부분 수험생의 시사 지식을 확인하기보다는 수험생의 논리력을 평가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제시문의 논점을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논리력은 단기간 훈련으로 준비하기 어려우므로 평소 학교생활 중 발표, 토론 등의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논리적이고 심층적인 사고력을 키우기를 추천한다. 면접 문항의 내용과 수준도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제시되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다면 면접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대부분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면접은 1단계를 합격해야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면접 준비는 1단계에 합격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볏짚으로 허술하게 지은 집은 약한 바람에도 금방 무너지기 마련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결국 학교생활에 충실한, 성장가능성 있는 인재를 선발하려는 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활동을 미리 기록한다면 면접이라는 집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