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대만과 연결되는 해저철도터널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이런 구상이 실현되면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 탄생하게 된다. 현재 세계 최장 해저터널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이다(해저 구간 기준). 하지만 중국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이 대만과 중국의 긴장감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과학동아는 정치외교적인 문제는 배제하고 135km 길이의 해저터널을 완공하기 위한 기술적인 조건을 분석했다.
유로터널보다 3배이상길어
중국이 대만과 연결되는 해저터널을 처음 구상한 건 1996년이었다. ‘하나의 중국’을 부르짖는 중국은 대만과 연결되는 통로를 갈구했다. 이에 중국은 해저터널이라는 획기적인 방안을 내놨다. 일명 ‘대만 해협 해저터널 프로젝트’의 등장이었다.
이보다 2년 앞선 1994년,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인 유로터널이 완공됐다. 해저에 잠겨 있는 길이만 37.9km(총 길이 50.45km)로, 당시에도 그리고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다.
그런데 1996년 중국이 계획한 해저터널은 이보다 3배 이상 긴 150km였다. 전문가들도 엄청난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현실적이지 않다고 전망했다. 특히 대만의 반대가 심했다. 그렇게 해저터널 프로젝트는 슬그머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2016년 대만 해협 해저터널 프로젝트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의 ‘제13차 5개년 계획(13·5규획, 2016~2020년)’ 요강 초안에 향후 5년간 건설할 주요 고속철 노선 10여 개 가운데 중국과 대만을 잇는 구간이 거론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8월 6일 중국이 해저터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중국 내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이미 지난해 해저터널의 기본 설계가 완성됐다. 중국 푸젠(福建)성의 핑탄현에서 대만 신주(新竹)시를 연결하는 길이 135km의 해저터널이다. 핑탄현은 대만과의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2013년 중국 정부가 시범 자유무역지대로 선정한 지역이다. 신주시는 대만 수도 타이베이 인근의 해안 도시로 두 지역 모두 무역의 요충지다.
해저터널은 항공이나 선박과 달리 기후에 상관없이 물류를 대량으로 수송할 수 있어 무역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게다가 해저터널은 전력 및 통신 케이블을 설치하기 용이하고 물 공급도 가능하다.
프로젝트가 처음 언급된지 22년이 지난 지금,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만 해협 해저터널 건설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두 가지 쟁점은 남아있다.
쟁점 1. 해저 정밀 조사에 수십 년?
터널의 건설 과정부터 간략히 알아보자. 먼저 해당 지역의 대략적인 지반 정보를 바탕으로 ‘기본 설계’가 이뤄진다. 그 뒤 지형, 암반의 종류와 불연속면 등 지반 정보를 더욱 면밀히 파악하는 ‘정밀 조사’가 진행된다. 정밀 조사를 토대로 구체적 설계인 ‘실시 설계’를 완료하면 마침내 ‘시공’에 들어간다.
전석원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건설 과정 중 해저터널의 가장 어려운 점이자 육상터널과 해저터널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땅속 지형을 확인하는 정밀 조사”라고 말했다.
땅 위에서 땅속을 들여다보는 육상터널과 바다 위에서 바다보다 아래에 있는 땅속을 파악하는 해저터널은 조사 단계부터 기술적 난이도의 차이가 크다.
육상터널과 해저터널을 정밀 조사할 때 공통적으로 시추 과정을 거친다. 땅속 지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땅을 파내 암반 조각을 확인하고, 파낸 구멍에 카메라를 넣어 안을 살펴보는 게 가장 좋기 때문이다.
다만 해저터널의 경우 육상터널보다 조건이 까다롭다. 태풍이 오거나 기상이 악화되면 시추를 할 수 없다.
전 교수는 “주로 바지선 위에서 시추 조사가 이뤄지는데, 기상 조건이 안 좋으면 안전 문제로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1년 중 조사할 수 있는 날보다 못하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해저터널 시추는 바다 수심만큼 더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하다는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다. 대만해협의 평균 수심은 약 60m다. 따라서 여기에 해저터널을건설할 경우 60m를 내려간 뒤에야 땅을 팔 수 있다.
게다가 해저터널의 지질 조사 기술은 육지터널보다 난이도는 높고 정확도는 떨어진다. 육지터널은 땅 위에서 지질 표면을 조사하거나, 인공위성을 통해 단층대 구조를 파악하는 간접조사 방식으로 땅속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 전류를 흘렸을 때 지층의 종류에 따라 저항이 다르다는 특성을 이용해 지질의 특성이나 지층의 경계면, 지하수 분포 등을 파악하는 물리탐사 법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해저터널의 경우 물이라는 장애물이 있어 음파를 쏠 수밖에 없다. 바다 밑으로 음파를 쏜 뒤 해저 지표면에서 음파가 반사돼 원래 지점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심과 지형을 확인한다. 이 방식은 육지터널 조사방식에 비해 비용은 수십 배 이상 들면서도 정확도는 떨어진다. 정밀조사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실제 건설 도중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공사 기간과 비용의 증가로 연결된다.
전 교수는 “국내에서 2~3km 해저 구간을 정밀조사 하는 데 평균 6개월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조건이 같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중국의 135km 해저터널은 정밀 조사에만 최소 40년이 걸리는 셈이다.
전 교수는 “다만 정밀조사는 최대한 짧은 기간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인원과 장비를 투입해서라도 2~3년 안에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라며 “대신 그만큼 공사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 2. 인공섬 최소 3개 건설?
바다 아래 해저터널과 바다 위 섬은 의외로 관련이 깊다.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장은 “터널을 환기하고 대피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터널 중간에 반드시 섬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35km 해저터널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터널 길이가 1~2km에 불과하면 일단 뛰어 나오면 된다(물론 이것도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135km 터널에서는 빠져 나갈 방법이 없다. 터널 중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차를 타고 있더라도 빠져나오는 데 1시간은 족히 걸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저터널 중간에 대피로가 필요하고, 이런 대피로를 설치할 인공섬이 필요하다. 해저터널 중간지점의 대피로를 섬에 연결할 경우 비상시 해저터널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또 터널 내 열차 등 이동수단이 만든 배기가스를 내보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세계 대부분의 해저터널은 섬을 통과하는 루트로 설계된다. 섬이라는 ‘쉼표’가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135km 해저터널의 경우 최소 35~45km마다 섬이 하나씩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의 핑탄현과 대만의 신주시 사이에는 섬이 단 한 개도 없다는 점이다. 이 말은 곧 바다에 인공섬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해저터널의 길이가 135km이면 인공섬이 최소 3개는 필요하다. 전 교수는 “중국은 인공섬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최장 해저터널인 유로터널을 짓는 데 1994년 당시 46억 파운드(현재 약 17조 원에 해당)와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보다 3배 이상 긴 대만 해협 해저터널의 예상 비용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공사 기간에 대한 의견도 30년부터 50년까지 제각각으로 예상했다. 백 단장은 “해저 지반 정보는 육상 지반 정보보다 불확실해서 변수가 많다”며 “건설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저터널 건설로 얻는 이득이 낮다는 우려도 있다. 유로터널은 1994년 개통 이후 계속된 누적 적자로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났다. 초기 투자자들 역시 대부분 깡통을 찼다. 세계 최장 해저터널은 결국 시간, 돈과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