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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000억 달러(약 337조4000억 원)를 훌쩍 뛰어 넘었다. 또한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중국과 무역을 하면서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만 80만~200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금껏 자유무역 정책을 지속하다 최근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왜 트럼프 정부는 이제서야 중국에 대해 대대적인 관세 보복 움직임을 보이는 것일까. 
 

 

 

지난 6월 25일 미국 재무부가 중국인 지분이 25%를 넘는 기업에 대해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 기업 인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물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재무부의 투자 제한 조치는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우리의 기술을 빼앗으려는 모든 국가”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이런 조치의 목표가 사실상 중국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미국 무역적자 심화… 제조업 일자리 사라져


그렇다면 왜 트럼프 정부는 이 시점에 무역전쟁을 격화시켰을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이 너무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에 4300억 달러(약 483조7000억 원)를 수출하는 반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1300억 달러(약 136조2370억 원) 내외에 불과하다. 


결국 미국은 1년에 3000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중국에 기록하는 셈이다. 특히 2018년에 접어들어서는 중국의 대미국 수출이 월 400억 달러(약 44조9960억 원)를 넘어서는 반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월 100억 달러(약 11조2490억 원) 선에 그쳐 무역불균형이 점점 심해지는 양상이다(아래 그래프). 


이와 같은 무역불균형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미국 제조업 종사자들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이 201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유무역으로 중국산 제품이 유입되면서 미국 곳곳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60쪽 아래 그림).doi:10.1146/annurev-economics-080315-015041

 


오터 교수 등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저가 공산품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제조업이 밀집한 중서부 및 동남부 지역의 고용이 감소했으며, 그 규모는 직간접적으로 98만~200만 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즉, 자유무역의 혜택보다는 피해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지역에서는 자유무역에 대해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경제적 배경 때문에 미국의 정치가들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돌려놓기 위한 수단으로 ‘무역전쟁’ 이슈를 즐겨 사용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이와 같은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매주 시행되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적인 현상이 나타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공격할 때마다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6월 15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500억 달러(약 56조245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지지율의 급등세가 한풀 꺾였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에 대한 태도는 다시 강경해졌다. 한 예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7월 10일 “2000억 달러(약 224조98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6031개 품목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결정했다. 더 나아가 미국 행정부 고위관리는 8월 1일 기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USTR에 관세율 추가 인상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vs. 중국, 누가 더 손해일까 


물론 중국산 제품에 당장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약 두 달에 걸쳐 각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가 적정한지 심사가 진행될 예정인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의 ‘관세 폭탄’이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낮다는 예측이 다수를 이룬다. 


미국은 왜 관세 폭탄을 실행에 옮길 수 없을까. 의문을 지니는 독자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상이 바로 미국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오른쪽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최근 미국의 물가가 안정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의 저가 공산품이 미국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07년으로, 당시 중국 경제가 과열권에 진입하며 대미국 수출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미국의 수입물가가 함께 급등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2012년 이후 중국 물가가 안정되면서 미국의 수입물가도 음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결국 2012년 이후 미국이 저물가 및 저금리 국면을 맞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 제품의 가격 인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1차적인 피해자가 되겠지만 미국 경제도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급격히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는 치열한 물밑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선거 전에 중국에게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할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최대한 관세 부과 대상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려 들 것이다. 대략적으로 예상할 때 미국이 관세 부과 카드를 접는 대신 중국도 시장 개방을 통해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 전망에는 소규모 개방국가인 한국의 이코노미스트로서의 희망이 담겨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2017년 기준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으로의 수출은 24.7%, 미국으로의 수출은 12.0%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출 핵심 국가들이 만일 전방위적인 무역전쟁을 벌여 두 나라 경기가 모두 침체될 경우, 한국도 피해를 면할 수 없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중간선거까지는 계속 마음 불편한 시기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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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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