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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야청청한 우리 독도

무채색 섬 아래 펼쳐진 화려한 신세계

지금부터 460만년 전 화산폭발로 동해 한복판에 홀연히 솟아 오른 독도. 나이로만 따지면 1만년 전에 생긴 제주도와 울릉도는 감히 독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독도는 그 긴긴 세월동안 바람의 노래, 물의 노래를 벗 삼아 홀로 동해를 지켜 온 파수꾼이다.

우리는 흔히 독도를 한자 뜻 그대로 ‘외로운 섬’으로 부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독도 저 아래 바다로 10m만 내려가면 형형색색의 물고기 떼가 바위를 가득 덮은 청록색 바닷말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고 있다. 독도는 이들에게 최상의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1급 호텔인 셈이다. 독도 해역이 생태계가 가장 안정될 때 나타나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도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생물이 사는 신비로운 환경은 아니지만 20~30년 전 바다가 오염되기 이전의 환경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 우리 국토의 막내인 독도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거북복^그 놈 참 복스럽게 생겼다. 턱과 꼬리, 지느러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단단한 거북딱지 무늬로 덮혀 있다. 그래서 이름이 부복복. 독은 없지만 식용보다 관상용으로 인기가 좋다. 샛노란 몸통에 까만 점이 눈길을 끌어서일까.


관상어의 낙원

차가운 동해 해역에 한 줄기 따뜻한 물덩어리가 독도를 에워싼다. 가을철 독도주변 바다는 수온이 약 18℃로 같은 위도의 동해안 수중생태계보다 남해안의 제주도와 더 닮았다. 독도는 관상어의 천국이라 할만하다. 노랑, 파랑의 화려한 색을 띤 자리돔, 줄도화돔, 세줄얼개비늘, 일곱줄얼게비늘 등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아열대 어종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는 동해의 복잡한 해류가 빚어낸 현상이다. 쿠로시오 난류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데, 이 중 일부가 제주도를 지나 동해로 들어온다. 이 때 울산 근처를 통과하면서 계절에 따라 북한 한류의 영향을 많이 받아 쿠로시오 난류는 방향을 바깥쪽으로 돌리면서 따뜻한 물덩어리가 울릉도와 독도 근처를 지나게 된다. 한국해양연구원 김웅서 박사는 “수온이 2~3℃가량 낮은 봄철에는 자리돔만 발견된다”며 “다른 아열대어종은 아마 겨울 동안 더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오는 5월 12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국해양학회 독도 특별 세션에서 발표된다.

자리돔의 일종인 코발트색의 파랑돔은 크기가 5cm 정도로 제주도 연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관상어다. 파랑돔은 독도 주변에서 수십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닌다.

청황베도라치는 제주도 남부와 일본 남부, 인도양, 홍해까지 널리 분포하는 관상어다. 동해에서는 독도 주변에서만 발견된다. 적갈색의 몸에 둥근 점이 여기저기 있는데, 수컷은 머리에 푸른색 띠가 있어 암컷보다 아름답다.

동도 선착장 주변 수심 10~14m에는 다섯줄얼게비늘이 무리지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몸에 검붉은 세로띠가 5개 있어서 이름이 다섯줄얼게비늘이다. 줄이 7개 있는 일곱줄얼게비늘도 있다.

녹음 우거진 해초숲

독도 바다는 사막이다? 1999년 처음으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바다 밑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갯녹음’ 현상이 알려졌다. 바위에 초록색 해초가 없어 허옇게 보인다는 의미로 ‘백화’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해 6월에는 청정해역으로 알려진 독도마저 갯녹음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람들에게 많은 충격을 줬다.

갯녹음은 해조류를 먹는 해양 동물이 지나치게 많거나 곰팡이가 바다로 유입돼 해조류의 서식을 방해하면서 나타날 수 있다. 또 온실효과로 늘어난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으면서 물 속의 칼슘이온(Ca²+)이 고체인 탄산칼슘(CaCO₃)으로 바뀌어 이를 먹고 사는 무절산호조류가 잘 자라기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1996년부터 2004년에 걸쳐 독도에 네 차례 다녀온 한국해양연구원 박흥식 박사는 “독도에는 백화 현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지난해 독도에서 백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 지역은 독도의 동도와 서도의 중간 부분이다. 박 박사는 “이곳은 수심이 7m 이내인데다 항상 강한 파도에 노출돼 있다”며 “계절에 따라 수심이 변할 정도로 환경이 거칠기 때문에 해조류가 바위에 달라붙어 잘 자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바위에 붙어 자라는 무절석회조류만이 이런 환경에서 안정하게 자랄 수 있는데 이를 보고 ‘백화’라고 하는 것 같다”면서 “조금만 옆을 보면 무성한 해조숲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백화 여부를 판단할 때는 계절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여름철에 대형 태풍이 한번 불어 닥치면 암반에 붙어있는 해조류가 모두 뜯겨나가 암반이 황량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백화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 박 박사는 “지난해 10월 독도에 이런 일이 있었다”며 “태풍으로 없어진 해조류가 다시 복원되는 데는 2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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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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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식 선임연구원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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