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 1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정신과학학회 주최 제5차 학술대회에서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수련법에 대한 2편의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한 논문의 제목은 “기수련법이 심리변화와 뇌기능 및 호르몬계에 미치는 영향”. 원광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 기의학분과와 의대 미생물·면역학연구실, 그리고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뇌연구실의 연구원 4명이 만든 합작품이었다. 실험은 수련법을 어느정도 체득한 평균 25세의 10여명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실험 결과 수련 후 알파(α)파의 발생 횟수가 크게 증가했다. 알파파는 마음이 편안하고 긴장이 이완됐을 때 발생하는 뇌파의 일종으로, 이 상태를 유지하면 학습능력이 증진되고 직관력과 창조력이 잘 발휘된다고 알려져 있다. 주로 요가나 선, 명상 중에 측정되는 파장이다.
한편 수련을 하는 도중 체내 아편성 물질인 베타엔돌핀의 농도가 약 2.3배 증가했음이 밝혀졌다. 즉 수련 중에 통증이 완화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들은 어떤 수련을 거친 것일까. 연구에 참여한 이명수씨는 “매일 1시간씩 기수련의 일종인 음성수련과 참선을 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8행 51자의 한글로 구성된 문장을 15분 정도 읽는데, 이때 한 호흡에 한줄씩 읽어나간다. 이후 간단한 몸동작을 거치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아 하루의 생활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수련을 1년 정도 거친 경험자들이었다.
또하나의 논문은 “뇌파조절효과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다. 영동공과대학교 전기공학과 김성일 교수팀의 성과물이다.
작년 3월에서 6월까지 대학 2학년생 13명에게 훈련을 시키고 임의로 7명을 선정해 영어단어 기억력을 테스트했다. 먼저 임의의 단어 5백개를 추출해 학생들이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별하게 하고, 모르는 것 중 30개를 다시 선택해 30분간 학습을 시킨다. 이후 3차례에 걸쳐 5분씩 15개의 단어문제를 출제해 시험을 봤다. 시험 결과 수행을 마친 학생들은 수행하기 전에 비해 평균 8개의 단어를 더 많이 맞췄다.
김성일 교수는 “별다른 명상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단지 숨을 들어마실 때와 내쉴 때의 전환점을 조용히 주시하면서 조용하게 호흡에 몰입하면 머리는 깨고 몸은 이완되는 독특한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이때 알파파 파장대를 발생시키는 명상테이프를 틀어줘 목표 상태에 빨리 도달하도록 도와준다. 수련 시간은 1회에 30분씩 매일 3차례를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