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인간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형성한 의식주, 풍습, 언어, 종교 등의 생활양식이다. 이러한 문화 요소가 비슷하게 분포하는 공간적 범위를 문화권이라고 부른다. 물론 문화권을 하나의 요인만으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종교, 민족, 언어, 식사 도구, 주식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문화권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문화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기독교 문화권, 이슬람교 문화권, 힌두교 문화권, 불교 문화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언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영어 문화권, 아랍어 문화권, 스페인어 문화권, 한자 문화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느냐에 따라 한 지역이 각각 다른 문화권으로 나뉠 수 있고, 여러 지역이 한 문화권으로 묶일 수도 있다.
종교에 따른 문화권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도 종교에 따라 구분한 문화권의 특징을 살펴보자. 종교는 규범과 이념 등을 반영한 교리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징이 뚜렷하다.
기독교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관은 교회와 성당이다. 화려하고 뾰족한 첨탑과 십자가를 볼 수 있고, 예배 의식과 부활절 행사 등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 신도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슬람교 문화권은 주로 건조 문화권과 일치한다. 이슬람교는 7세기 초 무함마드가 창시한 종교이며, 유일신인 알라가 예언자 무함마드를 통해 계시한 내용과 계율을 적은 쿠란이 이슬람교의 경전이다. 쿠란은 아랍어로 쓰여 있고 다른 언어로 번역이 금지돼있어 이슬람교 문화권은 아랍어 문화권과도 일치한다.
또한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를 금기시한다. 돼지는 물을 많이 먹는 동물인데다 체온 조절 능력도 약해 건조한 지역에서 키우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돼지고기 먹기를 꺼리게 됐다는 설이 있다. 이를 비롯한 일상생활의 규범이 신앙과 함께 쿠란에 적혀있으며, 종교가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불교 문화권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사원(절), 불상, 연꽃 등을 꼽을 수 있다. 불교 문화권에서는 수행자의 검소한 생활을 중요시한다. 수행자인 승려는 경문을 외우면서 집집마다 다니며 음식을 얻는 탁발 의식을 행한다.
힌두교는 인도에서 창시된 종교로,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브라만교와 민간 신앙이 융합해 발전한 인도의 민족 종교다. 인도인들이 주로 믿는 종교이기 때문에 인도와 힌두교 문화권은 대체로 일치한다. 인도인들이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도 힌두교에서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소를 먹는 것을 금기시하고, 소를 벼농사에 필요한 노동력으로만 사용한다.
아울러 힌두교 문화권에는 사람들의 계급을 엄격히 구분하는 카스트 제도가 있다. 이 제도를 합리화하는 사람들은 ‘전생에서 지은 업이 현재의 삶을 결정하며, 현재를 모범적으로 살면 과거의 업을 씻고 다음 생에 더 높은 카스트 계급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힌두교도들은 강에서 목욕 의식을 치르면 죄를 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들이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힌두교는 다수의 신을 믿는다는 특징이 있다. 힌두교 사원에 가면 각양각색의 신들이 정교하게 조각된 첨탑을 발견할 수 있다.
문화 변동
한 사회의 문화 체계는 새로운 문화 요소가 등장하거나 다른 문화 체계와 접촉하면서 변화한다. 이를 문화 변동이라고 하며, 변동 요인은 다양하다.
내재적 요인으로는 ‘발견’과 ‘발명’이 있다. 발견은 원래 존재했으나 알려지지 않았던 문화 요소를 찾아내는 일로, 불과 페니실린, 전기의 발견이 여기에 해당한다. 발명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화 요소를 만들어 내는 일로, 컴퓨터와 바퀴, 스마트폰의 발명이 이에 해당한다.
외재적 요인으로는 ‘문화 전파’가 있다. 문화 전파는 한사회가 다른 사회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 요소가 전달돼 정착하는 현상이다. 두 문화 간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일어나는 직접 전파, 인쇄물과 인터넷 같은 매체를 매개로 일어나는 간접 전파, 다른 사회의 문화 요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문화 요소를 발명하는 자극 전파가 있다. 교통수단과 정보통신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국가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는 오늘날에는 문화 전파가 문화 변동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화 접변
두 문화 체계가 장기간에 걸쳐 전면적으로 접촉한 결과 문화 변동이 나타나는 현상을 ‘문화 접변’이라고 한다. 문화접변의 양상을 세 가지로 구분해보자.
첫 번째는 ‘문화 병존’으로, 한 사회 안에서 기존 문화와 외래문화가 각각의 성격을 잃지 않고 함께 존재하는 양상이다. 우리 사회에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이 종교 문화로 함께 존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문화 동화’로, 기존 문화가 외래문화에 흡수돼 정체성을 잃는 양상이다. 아메리카의 원주민 부족들이 유럽의 백인 문화와 접촉하면서 고유한 부족 문화를 상실한 사례가 문화 동화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문화 융합’으로, 기존 문화와 외래문화가 결합해 전에 없던 문화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뒤 칠성신을 모시는 전각인 칠성각이 절과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불교문화가 나타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한 사회의 고유한 가치로 인정받는 문화가 전통문화다. 전통문화는 사회의 고유한 문화 정체성의 바탕이자 한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사회 구성원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증진시킨다.
하지만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해 문화 변동의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가 확대되면서 전통문화가 소멸할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의 새로운 문화 요소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전통문화를 재구성 또는 재창조하는 ‘창조적 계승’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문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 문화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파악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 요소를 비판적으로 수용해 전통문화의 요소와 결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의 것을 단순히 재현하고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 갖는 고유한 의미를 재해석하는 것이야말로 전통문화를 현명하게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