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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라이징 스타에서 스테디셀러로

 

중국 삼국시대. 무예와 시, 무술이 모두 출중하기로 유명한 마 씨 5형제가 살았다. 넷째인 마량(馬良)은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마량이 흰 눈썹을 가졌다는 데서 유래한 ‘백미(白眉)’는 능력이 가장 출중한 인물을 일컫는 말이다. 현재 중국은 떠오르는 과학기술 강국, 즉 ‘라이징 스타(rising star)’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과학기술 강국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중국의 핵융합실험로인 ‘이스트(EAST)’. 2016년 세계 최초로 60초 이상 고성능모드(H-모드) 운전에 성공했다. 2030년대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로, 세계 7개국이 공동으로 개발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보다 빨리 실증에 들어선다.

 

 

 

‘네이처 인덱스’ 5년 연속 1위


글로벌 과학출판그룹 ‘네이처’는 2016년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Catch them if you can)’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네이처는 이 보고서에서 세계 8000여 개 과학기술 연구기관 중 학술적으로 뛰어난 성장을 이룬 100개를 ‘네이처 인덱스 2016 라이징 스타’로 선정했다.

 

선정 방식은 2012~2015년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기관을 집계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라이징 스타 100개 중 40개 기관이 중국 소속으로 나타났고, 1~9위도 모두 중국이 차지했다. 과학계 신흥강자 자리 대부분을 중국이 석권했다는 의미다. 당시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각각 11위와 50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중국 과학기술 연구기관의 ‘맏형’ 격인 중국과학원(CAS)이 차지했다. 중국과학원은 2013년부터 5년 연속 네이처 인덱스 1위에 랭크됐다. 기초과학계의 라이징 스타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2013년 네이처 인덱스에서 논문 점수(WFC) 1113점을 기록했던 중국과학원은 2017년 1299점을 기록하며, 2위인 미국 하버드대와 점수격차를 215점(2013년)에서 549점(2017년)으로 두 배 이상 벌렸다.

 

중국과학원의 성장 배경은 ‘대륙의 클래스’를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과학원 산하 중국과학원대학(UCAS), 중국과학기술원(USRC) 등의 대학은 현재까지 8만6000명의 석사학위 졸업자와 6만5000명의 박사학위 인력을 배출했다. 중국과 학원에 소속된 총 116개 연구소 인력은 무려 6만7900명에 이르며, 이중 연구 인력만 5만6000명이다. 국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전체 인력이 비정규직을 포함해 1만9000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과학원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구경인 광학천문망원경(LAMOST), 베이징전자양전자충돌가속기(BEPC II),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EAST), 상해 방사광가속기(SSRF) 등 거대 기초과학 연구시설의 80%가 중국과학원 산하에 소속돼 중국의 기초과학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라이징 스타 9위에 랭크된 쑤저우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특징이다. 2012년 56점이던 쑤저우대의 논문 점수(WFC)는 2017년 103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는 10위권에 든 라이징 스타 중 성장률이 가장 높다.

 

쑤저우대의 성장은 2008년 이후 두드러졌다. 당시쑤저우대는 237억 원을 투입해 나노및소 프 트 재 료연구 소(FUNSOM)를 설립했다. 나노기술, 생물의학, 에너지 등 정부가 ‘미는 분야’를 골라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FUNSOM 연구진은 쑤저우대 전체 연구 인력의 2.2%에 불과하지만, 연구결과의 40%가 FUNSOM에서 나오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에서 산업화로

 

기초과학 성과는 당장 국가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지는 않는다. 한국을 비롯해 과거 신흥경제국들은 이런 이유로 기초과학 연구보다는 기업의 이익에 직결되는 단기 연구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과학기술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기초과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이후 사업화까지 보장하는 정부의 정책 덕이다.

 

 

필자는 중국과학원 산하 전자정보연구소의 한 교수가 운영하는 연구소기업에 방문한 적 있다. 연구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규모에 일단 놀랐지만, 이보다 더 놀라웠던 점은 연구 성과를 산업화시키는 중국 정부의 지원 방식이었다.

 

산업화 연구 과제를 추진해 성공적인 기술이 확보되면, 중국 정부는 회사 수립을 위한 모든 자금을 지원한다. 덕분에 연구원들은 기술 개발 과정에만 집중하고 회사설립에 따른 투자, 운영 등과 같은 위험은 최소화한 상태에서 연구 성과를 사업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중국과학원 컴퓨팅연구소에서 출발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캠브리콘(Cambricon)이 중국 최대 모바일 업체인 화웨이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칩이 적용된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중국은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서 라이징 스타로 이름을 알렸고, 이런 기술이 산업화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했다. 연구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오랜 시간 연구해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중국 과학기술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홍식_hongsikjeong@tsinghua.edu.cn
연세대 물리학과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21년간 메모리반도체 분야 연구 개발에 참여했다. 상무로 퇴직한 뒤 연구자로서의 꿈을 펼치기 위해 2016년 9월 중국으로 향했다. 현재 중국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 및 인공지능센터 연구원으로 인공지능용 소자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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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식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
  • 기타

    [일러스트] 유연
  • 에디터

    권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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