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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트스타이너는 평생 동안 자신의 방안에 어머니의 사진을 걸어놓고 지냈을 만큼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그는 1930년 노벨상을 수상한 뒤에도 미국의 록펠러연구소에 소속돼 Rh인자를 발견하는 등 노년까지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칼란트스타이너는 1868년 6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법학자이자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아버지를 여섯 살에 여의고 어머니 손에 의해 양육된 란트스타이너의 개인사는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란트스타이너는 나중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데드마스크를 평생 동안 자신의 방의 벽에 걸어놓고 지냈던 것을 보면 홀로 된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란트스타이너는 빈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해 23살 때인 1891년에 졸업했다. 그리고 1896년까지 5년 동안 취리히, 찰츠부르크, 뮌헨 등의 연구소에서 주로 화학을 공부하고, 1896년 모교 빈 대학교 위생연구소의 조교로 임명을 받았다. 란트스타이너가 면역학과 혈청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위생연구소 시절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1898년에는 빈 대학교 병리해부학교실에 조교로 근무하게 됐는데, 그의 최대의 업적이라고 할 혈액형을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이 무렵이었다. 학자로서 란트스타이너의 경력은 비교적 순탄해 1911년에는 43세의 나이에 병리해부학 교수가 돼 1차대전 직후 혼란기에 빈을 떠나는 1919년까지 그 자리를 유지했다.

란트스타이너는 빈에서 조교와 교수로 활동하던 20여년 동안 혈청학, 면역학, 병리해부학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혈액형의 발견 이외에도 매독의 면역학적 특징의 규명, 스스로 합텐(hapten)이라 명명한 면역 인자의 발견, 발작성 혈색소뇨증의 혈청학적 특성 규명 등이 이 시기의 뚜렷한 업적이다. 그리고 그는 잠시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회백수염에 관한 연구를 해 그 분야의 면역학적 기초를 닦기도 했다.
 

시약을 통한 혈액검사. 이러한 혈액의학의 기초가 란트스타이너에 의해 마련됐다.


만년에는 미국인으로

1차대전 직후인 1919년 패전으로 빈 대학의 사정이 악화되자 네덜란드의 헤이그로 옮겨 가 그곳 가톨릭병원에서 1922년까지 근무하면서 알레르기의 일종인 아나필락시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리고 1922년에는 미국 뉴욕의 록펠러의학연구소에 교수로 초빙을 받아 미국으로 가서 몇해 뒤에는 미국 시민이 됐다. 란트스타이너가 생애 최대의 영예라고 할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것은 이 록펠러연구소 시절이었다. 1930년 노벨위원회는 안전한 수혈을 가능케 한 공로로 란트스타이너에게 노벨상을 수상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나이 62세 때였다.

란트스타이너는 그 해 12월 11일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사람 혈액의 개인적 차이에 관해'라는 제목의 노벨상 수상 기념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의 말미에 "전반적으로 보아 수혈요법의 성과는 이미 만족할 만하다. 앞으로 수혈 후의 부작용에 대해 더욱 충분한 연구를 함으로써 수혈의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해 자신의 발견이 안전한 수혈에 큰 공헌을 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겸허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노벨상을 수상한 뒤에도 노년의 란트스타이너는 연구를 계속했다. 죽을 떄까지 록펠러연구소에서 교수와 명예교수로 일한 그는 특히 1940년 위너 등과 함께 신생아의 출혈 현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Rh인자를 발견하는 업적을 세웠다.

란트스타이너는 평생을 통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 비교적 원만했다. 그러나 약간 염세적인 성격도 지녀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란트스타이너는 1943년 6월 24일 평소와 같이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던 도중 심장발작을 일으켜 피펫을 손에 쥔 해 쓰러져 이틀 뒤인 6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75번째 생일을 지낸 지 열이틀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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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황상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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