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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최저임금 인상,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까?

어서와, 경제는 처음이지?

2018년 1월 1일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됐다. 2017년의 6470원에 비해 16.4% 오른 금액이며,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 인상폭이다. 바뀐 최저임금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1인 가구 노동자는 월급 기준(209시간 기준)으로 2017년보다 22만1540원 인상된 157만3770원을 받게 돼 생계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최저임금의 인상이 인건비 부담을 늘려 영세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고용 감소를 유발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누가 손해, 누가 이득인가


경제학자들에게 최저임금의 효과를 물으면 단번에 특정 의견을 밝히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왜냐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매우 복합적인 영향을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현실은 제쳐두고 기초적인 사항부터 확인해보자.

 

2017년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기준은 시급 7530원이다. 2016년까지 이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던 근로자 336만6000명에게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만약 노동시간이 일정한 상황에서 인상된 임금을 받게 된다면 근로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반면, 임금을 더 줘야 하는 고용주는 그만큼 손해를 본다. ‘제로섬’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약자인 근로자 쪽으로 배분이 일어나는 만큼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크다.

 

 

문제는 어떤 고용주는 이 손해를 감당하느니, 고용을 줄이거나 아예 폐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근로자들은 전보다 훨씬 상황이 나빠진다. 임금이 상승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작은 이득이지만,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것은 손해의 규모를 비교하기 힘든 생존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만일 고용이 줄고 그로 인해 생산이 줄어든다면 사회 전체로도 결국 손해가 된다.

 

 

최저임금 인상-고용 감소의 상관관계


최저임금의 인상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둘러싸고 그동안 많은 논문이 발표됐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논문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와 뉴저지 주의 패스트푸드 산업을 사례로 한 1994년의 연구다. doi:10.3386/w4509

 

데이비드 카드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교수와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는 1992년 인접한 두 개의 주, 즉 뉴저지 주와 펜실베이니아 주가 한쪽은 최저임금을 인상하고(뉴저지 주) 다른 쪽은 최저임금을 그대로 유지했다는(펜실베이니아 주)점에 주목했다. 지도를 보면 두 주의 인접한 지역은 델러웨어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위 그림).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면, 최저임금이 인상된 뉴저지 주로 펜실베이니아 주의 근로자들이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신 뉴저지 주의 영세 사업자가 파산하거나 근로자를 해고해야 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적어도 패스트푸드 산업에서는 고용과 인구 이동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이후 많은 후속 연구가 수행됐지만 카드, 크루거 교수의 논문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다수였다. 예를들어 1972~1997년 미국을 대상으로 수행한 64개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doi: 10.1111/j.1467-8543.2009.00723.x

 

왜 해고가 늘어나지 않을까?


이상의 결과만 본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감소를 유발하지 않기에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는 경우에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예카테리나 자딘 미국 워싱턴대 교수팀의 논문이다. doi:10.3386/w23532

 

이들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미국 시애틀 사례에 주목했다. 2014년 4월 시애틀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9.47달러(약 1만 원)에서 11달러(약 1만1700원)로 인상한 데 이어, 2016년 1월 다시 13달러(약 1만3800원)까지 인상했다. 2년 새 최저임금이 37% 인상된 것이다.

 

자딘 교수팀은 2016년 기존 11달러였던 최저임금이 13달러로 인상된 이후 임금은 전체적으로 약 3%가 인상됐지만, 저임금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약 9%나 줄어든 현상을 발견했다. 결과적으로 임금 상승 폭보다 노동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저임금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오히려 소득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시애틀 지역의 당시 경기가 초호황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 논문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가 좋았던 만큼 근로자들이 임금이 더 높은 직종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저임금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 줄었는지, 아니면 최저임금이 인상하면서 영세한 사업체에서 근로자들을 해고했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줄었는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미국 노동경제학계의 거두, 크루거 교수의 주장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는 2015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현행 시간당 7.25달러(약 7700원)인 연방 최저임금을 단번에 15달러(약 1만 6000원)까지 인상할 경우, 경제 전체의 고용 감소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단시간에 급격히 최저임금 인상이 단행될 경우, 경영 여건에 따라 기업이나 업종별로 꽤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런 지적은 심각한 내수경기 부진을 겪는 한국 입장에 시사점이 있다. 2013년 4860원이던 최저임금이 단 5년 만에 54.9%나 인상됐다는 점에서 ‘급격한 인상’의 위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음식점·주점업의 생산은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만큼, 여기서 정부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2017년 기준 KOSPI 200 기업의 영업이익이 18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고용과 임금 인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신규 고용에 대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 KOSPI 200: KOSPI 200은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 중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우량주 200종목을 선정해 산출하는 종합주가지수다. 1990년 1월 3일을 기준 100으로 산출한다.

 

둘째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내수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대안이다. 2018년 예산안이 매우 보수적으로 책정된 현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재정 지출 확대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와 거래세 징수가 확대되며 대규모 재정흑자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재정 지출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판단된다.

 

홍춘욱_hong8706@naver.com
1993년 12월부터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으며, ‘환율의 미래’ ‘인구와 투자의 미래’ 등 다양한 책을 통해 경제 지식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며, 블로그(blog.naver.com/hong8706)를 통해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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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 자료출처

    최저임금위원회
  • 에디터

    이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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