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논쟁을 통해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논쟁을 통해 가능성을 사실로 만들고, 99%의 확률을 100%로 만들기도 합니다. 양자역학도 보어-아인슈타인 논쟁으로 두 과학자가 서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에서 발전했죠.”
김재승(대전동신과학고 1학년) 군에게 과학은 완성된 지식이 아니었다.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기존 통념과 싸우며 계속 변화하는 과정이었다. 김 군은 지난해 12월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과학관을 밝히며 “과학적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군은 5년째 과학동아를 구독 중이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을 기사로 2019년 5월호에 실린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꼽았다. EHT 팀은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최초로 블랙홀의 그림자를 실제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이론상으로만 알려져 있던 블랙홀의 실체를 밝혔고, 일반 상대성이론이 먼 거리의 거대한 천체에서도 빈틈없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김 군은 “과학동아에서 기사로 다룬 덕분에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오랜 시간 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문제를 해결했다는 데 크게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김 군은 평소에도 오랜 논쟁 끝에 풀린 문제들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과학동아는 이런 논쟁의 최전선인 최신 연구 현장을 접할 수 있는 창구였다. 김 군은 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학원 하나 없는 농어촌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과학동아는 김 군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친구였다.
과학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그는 “중학교 때는 따로 공부하지 않았는데도 과학과 수학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냈다”며 “기사를 통해 교과서 속 과학 개념을 알 수 있어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익힌 과학 지식은 과학고 진학에도 큰 도움이 됐다. 김 군은 “면접에서 과학동아에 소개된 새로운 기술과 연구를 연관 지어 답변했다”라며 “덕분에 답변 내용이 풍부해졌고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을 잘 어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과학고 진학 후에는 수업 활동에 과학기사를 활용했다. 생명과학을 주제로 발표를 하는 활동에서 과학동아 2017년 11월호에 실린 기사를 활용했다. 생체시계의 원리를 규명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는데, 전교에서 이 주제로 발표한 사람은 김 군이 유일했다.
김 군은 “과학동아 기사에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나오는 개념이 많이 등장한다”며 “과학동아를 읽고 수업을 들으면 내용 이해가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최근 수업 중에 진화의 예시로 고래가 뭍에서 살다가 바다로 들어갔다는 내용을 배웠는데, 이미 과학동아에서 관련 기사를 본 적이 있어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전동신과학고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교과서를 만든다. 김 군은 교사들의 교과서 제작에도 도움을 줬다. 손을 물에 담그면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는 현상이 삼투현상이 아닌 신경계의 작용 때문이라는 내용을 다룬 기사를 과학동아에서 읽고 교사에게 전달해 교과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다.
물리학, 화학, 수학, 공학 등 모든 과학이 재밌어서 아직 구체적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는 김 군은 “미래에 어떤 학문을 공부하든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공부 스트레스로 탈모 증세를 보이는 친구 이야기를 하며 “아직 명쾌한 탈모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없는데, 치료제를 개발하면 친구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군은 “어렸을 적에는 가야금과 바이올린을 배웠고, 현재는 학교에서 종종 드럼을 치는 등 평소 예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며 “예술과 과학을 융합한 연구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