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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과학으로 달리는 전기자전거

“어어, 아직 페달 덜 밟았는데 자전거가 앞으로 가는데요.”

 

바람이 거세게 불던 4월 10일, 경기 성남에 있는 알톤스포츠 본사를 찾았다. 올해 1월 알톤스포츠가 공개한 ‘니모 FD’ 전기자전거를 시승하기 위해서였다.

 

국내에서는 3월 22일부터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전기자전거 주행이 허용됐다. 단, 시속 25km 이하로 주행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차량 공유시대를 연 우버가 전기자전거 공유 스타트업인 ‘점프 바이크’를 인수하면서 자전거 공유사업에 뛰어들었다. 땀 흘리지 않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전기자전거가 자동차를 대신할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모터에 달린 센서가 힘 인식


전기자전거는 말 그대로 충전된 배터리를 장착해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자전거를 말한다. 이날 앞을 보기 힘들 만큼 바람이 심했지만, 전기자전거는 쉽게 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발이 위로 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기택 알톤스포츠 제품개발팀장은 “전기자전거는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뜨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대표주자 중 하나”라며 “힘을 덜 들이면서도 빨리 달릴 수 있어 출퇴근에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자전거에는 작은 디스플레이가 달려있다. 이 디스플레이는 전기자전거의 순간 속도와 속도 레벨이 동시에 표시된다. 속도 레벨이 높을수록 사람의 힘은 적게 들어가고, 전기자전거에 달린 모터 힘이 늘어난다. 배터리 잔량이나 주행거리도 디스플레이에 나타난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속도 레벨을 1부터 3까지 한 단계씩 높이자 직접 페달을 밟지 않아도 뒤에서 누가 밀어주듯 부드럽게 앞으로 나갔다. 김한진 알톤스포츠 제품개발팀 과장은 “페달을 밟으면 전기자전거의 모터에 달린 센서가 그 힘을 인식한다”며 “이를 통해 모터가 작동하고 전기자전거가 움직인다”고 말했다.

 

 

 

분당 80~90회 페달 밟아야 배터리 효율 최고


전기자전거의 구동 방식은 사람이 페달을 돌릴 때만 모터가 작동하는 ‘파워어시스트(PAS·파스)’ 방식과, 모터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스로틀(Throttle)’ 방식, 그리고 이들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이용하는 스로틀-파스 방식으로 나뉜다.

 

기자가 시승한 전기자전거는 파스 방식이었다. 김 과장은 “파스 방식은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움직이는 만큼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만족감을 준다”며 “이와 동시에 언덕을 올라가거나 바람이 세게 불어 페달 힘이 줄어들면 순간적으로 모터가 작동해 주행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스로틀 방식은 모터의 힘으로만 자전거를 움직인다. 페달을 밟아 시속 3km 이상 되면 핸들을 돌리거나 버튼을 눌러 모터로 자전거를 움직일 수 있다. 주행 중 브레이크를 잡으면 모터 작동이 중단되며, 자동으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기능이 장착된 모델도 있다. 스로틀-파스 방식 전기자전거는 파스 방식과 스로틀 방식을 선택해서 주행할 수 있다.

 

전기자전거의 핵심은 모터를 움직이는 배터리다. 배터리를 계속 충천해서 사용해야 하는 만큼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는 것이 전기자전거의 핵심 기술이다. 현재 상용화된 전기자전거는 대부분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한다. 김 과장은 “출시 가격과 무게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보다는 적은 전력으로도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승에 사용한 니모FD는 배터리 용량이 시간당 5.2암페어시(Ah)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는 3시간 30분가량 걸린다. 한 번 충전하면 30~35km 달릴 수 있다. 이 정도면 서울에서 경기도 부천까지 갈 수 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모터에는 페달의 회전 속도를 감지하는 센서가 들어있다.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을 돌림힘(토크)이라고 하는데, 토크와 회전하는 물체의 각속도를 곱하면 모터의 출력량이 된다. 모터 속 센서는 페달이 돌아갈 때마다 순간적인 회전각속도를 측정한다. 모터의 출력량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회전각속도가 증가할수록 필요한 토크는 줄어든다.

 

평지에서 페달을 빠르게 돌리면 회전각속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토크가 줄어든다. 모터에서 지원하는 힘도 그만큼 줄어든다. 반대로 페달을 천천히 밟으면 토크가 커지고 모터에서 지원하는 힘도 그만큼 증가한다.

 

파스 방식의 경우 페달 회전 속도에 따라 모터의 힘이 결정되는 만큼 오르막길에서 페달 속도가 느려져 모터의 출력량이 갑자기 증가하면 배터리가 순식간에 방전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모터의 센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역할도 한다. 오 팀장은 “마치 자동차의 연비처럼 페달을 분당 80~90회 밟아야 배터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배터리는 전기자전거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김 과장은 “알톤스포츠는 자전거 프레임 속에 배터리를 넣는 기술을 개발해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고 덧붙였다.

 

 

 

피치와 리그닌으로 자전거용 탄소 섬유 개발


전기자전거의 소재도 배터리 성능에 중요한 요소다. 무게가 가벼울수록 배터리 사용량이 줄어든다. 전기자전거의 무게는 평균 20kg 정도다. 평균 10kg 정도인 일반 자전거의 2배쯤 된다.

 

현재 가장 가벼운 전기자전거는 영국의 발명가인 클라이브 싱클레어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선보인 ‘A-바이크(Bike)’로 12kg이다. 차체와 바퀴를 초소형으로 제작한 접이식 자전거로 크기를 줄여 무게를 줄였다.

 

 

자전거 동호회 ‘TeamF1’ 소속인 황왕기 씨는 “성능이 뛰어난 자전거는 보통 무게가 제법 나가기 때문에 들고 이동하기가 힘들다”며 “아무래도 가벼운 자전거가 타기 편하다”고 말했다.

 

자전거에 쓰이는 소재는 크게 강철(Steel), 알루미늄, 티타늄, 카본 등 네 가지다. 황 씨가 즐겨 타는 카본 소재의 로드 자전거(일반 자전거)는 무게가 7~8kg으로 알루미늄 소재 자전거의 70% 정도로 가볍다.


카본 자전거는 가볍고 탄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과속방지턱과 언덕을 넘을 때 충격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게다가 자전거의 일부가 부러지면 알루미늄과는 달리 접합 부분을 다른 재료로 대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오 팀장은 “전기자전거를 카본 소재로 제작할 경우 무게가 너무 가벼워져서 오히려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가격이 올라가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전기자전거는 배터리 셀 용량을 늘리거나, 바퀴나 차체 크기를 줄여서 무게를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양갑승 전남대 고분자융합소재공학부 교수팀은 탄소섬유의 제작 원가를 낮추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탄소섬유의 가격은 어떤 물질로부터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탄소섬유는 주로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로 제작하는데, 제조 과정에서 합성 단계를 여러 차례 거치면서 가격이 올라간다.


양 교수팀은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남은 물질인 피치와 나무 껍질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물질인 리그닌 등을 이용해 탄소섬유를 제조하면 제조 원가를 기존보다 약 5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양 교수는 “피치와 리그닌은 폴리아크릴로니트릴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 화학적 특성도 유사하다”며 “자전거용 탄소섬유는 경제성을 생각하면 항공 부품용 첨단 탄소섬유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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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하동 기자
  • 기타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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