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가장 관련이 깊은 나무라면 단연 소나무를 들 수 있다. 인가 주변이나 산에 가장 많은 게 소나무이고, 우리 조상들이 그린 산수화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소나무다. 왜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소나무가 흔한 것일까. 소나무가 많다면 얼마나 많은 것일까.
소나무는 지구의 북반구에만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 많다. 북간도와 산동반도의 극히 일부지방에도 약간 분포한다. 일본에는 북해도를 제외한 전국에 펴져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많지는 않다. 이렇게 보면 소나무야말로 한국의 나무인 셈이다.
일제시대 때만 해도 소나무가 전체 임야의 70%를 차지 했으나 해방후 수년동안 땔감으로 쓰기 위해 대대적인 벌채를 한 결과, 많이 줄어들었다. 또 소나무에 송충같은 해충이 많을 뿐 아니라 재목으로도 부적합하다해서 최근까지 조림대상에서 제외돼왔다. 이런 연유로 요즘은 약 40%로 소나무의 피도(被度)가 낮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단연코 우세한 수종은 소나무다.
소나무가 이처럼 많은 이유는 우선 생태적으로 따져볼 수가 있다.
첫째, 소나무는 다른 수종에 비해 햇볕을 많이 요구하고 그대신 수분 양분 토양에 대한 요구가 적다. 둘째,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크다. 세째, 종자를 많이 맺고 또 그것이 퍼지기가 쉽다. 네째, 재생력이 극히 약하다.
이같은 소나무의 특성은 소나무가 우세한 수종이 되는데 일장일단이 있어서 서로 상쇄되기도 하지만, 여기에다 인간의 활동이 가세된다.
옛날에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때 자연림에 불을 질러서 잡목을 도태, 개간을 했다. 낙엽의 퇴적으로 몇해 동안은 곡식이 잘 되지만 차차로 수확이 줄게 되면 그곳을 버리고 또 다시 새로운 화전(火田)을 일으키곤 했다.
이렇게 해서 버려진 곳에 침입, 번식하기에 알맞은 수종이 바로 앞서 언급한 특성을 갖는 소나무였던 것이다. 소나무의 특성과 인간의 활동이 작용해 취락주변에 소나무 군락을 형성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가 건축재라든가 조선재 땔감 식용(흉년에는 어린가지의 속껍질로 떡을 해먹었음) 등으로 이용가치가 높다해서 존송사상(尊松思想) 까지 갖게되니 오히려 보호를 받아온 셈이다.
또 조선조 5백여년간 우리나라에는 산림정책이란 게 거의 없다시피 해 대부분의 산이 무주공산(無主空山)인채로 버려져 있었다. 이러한 산야가 수백년 사이에 척박해지자 수분과 양분 토양에 대한 요구도가 낮은 소나무는 자연히 많아지게 마련이었다.
아뭏든 이같은 환경적·역사적 요인으로 전국에 걸쳐 뿌리를 내린 소나무는 20세기에 들어와 소나무망국론이라는 말까지 나오게끔 됐다. 이 말은 1920년경 동경대학의 '혼다'(本多)교수가 조선총독의 초청으로 한국임야를 시찰한 뒤 귀국하여 강연을 하던중 "소나무가 산에 많아지면 나라가 망한다"고 한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소나무는 반드시 배척될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소나무의 변종인 금강송은 페인트의 도움없이 수백년을 유지하는 '춘양목'을 산출하는 수종이다. 수종개량을 해서 좋은 소나무를 울창하게 가꾸는 일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