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자신의 꿈을 더 진지하게 돌아보길…”
인천시 S고 3학년 C학생
“우리 아이는 이과생인데 과학동아를 5~6년간 봐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하늘의 별을 보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고 길을 다니다가 특이한 돌이 있으면 주워오곤 했어요. 교육청 영재학급에서 지구과학을 배웠고요.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C학생의 어머니는 자녀의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편집부로 한통의 e메일을 보내왔다. 일반고를 다니고 있지만, 하고 싶은 게 분명히 있는 C학생이라면 입학사정관제에서도 장점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걱정 반에서다. 상담에 나선 선생님은 C학생이 좋아한다는 지구과학에 대한 관심부터 물었다.
“지구과학과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해왔니?”
“올림피아드와 탐구대회에 나갔어요.”
“그래.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보다 그런 기회를 찾을만큼 열정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대학 진학은 어디를 생각하니?”
“지구과학 중에서도 대기과학과가 있는 서울의 유명 사립대에 진학하고 싶어요.”
“네가 가고 싶은 학교를 가기에는 내신 성적이 조금 부족한데, 성적을 올릴 수는 있어. 그런데 생각을 조금 바꿔서 이공계 중점대학에 진학하는 건 어떻니?”
“이공계 중점대학은 생각 안해봤어요. 솔직히 정보도 없고 관심도 없어요.”
“적당히 공부해서 적당한 대학에 간다는 생각으로는 네가 원하는 삶을 살 수는 없어. 각자 자신이 일하는 위치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아니? 그 길을 결코 만만하게 보고 나태하게 살아서는 안돼.”
상담 선생님은 C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고르지 않은 내신 성적, 시험기간에도 게임에 빠지곤 하는 불성실한 생활 태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지구과학을 좋아하지만, 막연하게 접해온 정보 밖에 없으니까 그만큼의 노력만 하고 있다는 것.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맞는지, 세부적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할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돼서 세상에 기여할지 좀 더 포괄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상담 선생님은 C학생의 경우 일반대학보다 이공계 중점대학이 진로를 체계적으로 고민하기에 더욱 적합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중점대학에서는 자유 전공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 1~2년 동안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다양한 전공을 탐색해볼 수 있거든. 네가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인프라가 탄탄하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길이 보일거야.”
단순히 대학 간판만 보고 선택하는 것은 금물. 어떤 연구 환경에서, 어떤 교수님이나 선후배들과 함께 공부할지, 관련된 길이 어떻게 이어져있는지를 꼼꼼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공계 중점대학에서 실시하는 일반고 학생 대상 캠프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면 더욱 좋았겠구나. 대신에 지구과학 올림피아드에서 동상을 받았으니 그 열정이 충분히 인정될거야.”
“자기소개서는 써봤니? 고3이니까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지.”
“아직 안써봤어요. 지구과학 문제를 풀다가 틀린 것도 왜 틀렸는지 분석하고 연습한 노트를 만들어왔어요. 그 내용도 넣으면 될까요?”
“그래. 네가 공부해온 자료를 모아서 보여주면 돼. 단, 박스채로 보내는 건 안되고, 정리를 해야 해. 분량이 너무 많으면 축약해서 넣어. 중요한 페이지에 대해 부연설명을 따로 적어서 넣고, 각 장마다 제목을 넣고, 전체적인 목차도 따로 뽑도록 해. 서툴더라도 네가 직접 스캔하고 사진을 찍어서 만들어야 한단다.”
입학사정관들은 수많은 수험생의 자료를 검토한다. 가급적이면 한눈에 보기 쉽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제출하는 게 유리하다. 각 대학 홈페이지에는 포트폴리오의 잘된 사례와 잘못된 사례를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상담 선생님의 조언 1. 3학년까지 부족한 내신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2. 이공계 중점대학들에 어떤 교육 과정이 있는지, 어떤 연구 환경인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다. 3. 각 대학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자기소개서 쓰는 양식을 참고하고 작성한다. |
사례 2 의사 꿈꾸는 명문고 학생
충남 K시 H고 2학년 L학생
재학생들의 평균 수능 성적이 높은 명문고인 H고. 선후배간에 서로 서로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공부 분위기가 장점이다. H고에 재학 중인 L학생은 의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상담을 신청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이 폐지되면서, 지금 의대는 어느 때보다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네 성적은 높은 편이지만, 정시모집만으로 기회를 잡기는 힘들겠구나.”
“그러면 수시 모집에도 지원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단, 수시모집에서도 가장 중요한 스펙은 내신이야. 네가 다니는 학교에는 우수한 학생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잘 안나오잖니. 수시모집에서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그 이유를 설득할 수 있거든.”
L학생의 내신 성적은 현재 3등급 안팎에 머문다. 상담 선생님은 내신 성적을 최대한 올려보라고 말했다. 내신 성적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수능 모의고사는 전국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또 도 경시대회에서 화학 동상을 타고, 과학탐구대회에서도 금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경시대회에 참가한 이력을 보면 자랑거리가 충분해. 화학을 잘 하고, 탐구대회에서 발표 능력이 좋다고 입증받은 거잖니. 모의고사 성적도 높게 나오니까 일단 수시모집 서류 전형은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 같다.”
특히 L학생은 미국에서 살다와서 영어 실력이 무척 좋다. 상담 선생님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우수한 영어 실력이 좋은 ‘특기’가 될 수 있다며, 실력을 더 높이길 권했다.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하고 있는 활동으로 충분해. 서로 서로 가르쳐주는 것도 봉사의 일종이야. 독서기록장도 잘 작성하고 있지?”
L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L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학교 내 활동만으로도 다양한 경험이 이뤄진다. 그 안에서 자신이 얻은 바를 잘 정리해서 입학사정관에게 보여주는 일이 관건이다.
“수시모집에서는 서류를 통과한 뒤, 면접이나 논술을 거쳐야 해. 이제 그 시험을 준비해야겠구나. 수능 준비를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자연계 논술과 심층면접을 준비하렴.”
이제 수시 지원은 필수! 수시모집 정원이 점차 늘어나며 이제는 50%가 넘는 인원을 수시모집으로 선발하고 있다. 그 기회를 그대로 놓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단, 수시 전형에서는 논술이나 면접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이 전형은 단기간의 준비로 통과할 수 있는게 아니므로 평소에 꾸준히 노력한다. 수시의 기회를 잡으려면 오늘부터라도 논술 준비를 시작하자.
상담 선생님의 조언 1. 수시모집 정보를 모은다.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 지원할지 탐색한다. 2. 심층면접과 자연계 논술을 준비한다. 3. 영어 성적을 더욱 신경써서 올린다. |
사례 3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가 되는 길
경기 김포시 J중 1학년 N학생
“아인슈타인을 무척 존경해요. 앞으로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과학을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과학고나 영재고에 진학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요?”
N학생은 아인슈타인에 대한 많은 책을 읽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또박또박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인다.
“물리는 역학, 전자, 로봇 등 다양한 세부 분야가 있어. 그 중에서 어떤 주제를 공부할지는 아직 잘 모를거야. 대신에 어떤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상은 갖고 있어야 해. 과학자가 돼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니?”
“저는 과학자가 돼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걸 연구하고 싶어요.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고, 제가 발견한 내용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는 데서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고 싶어요.”
“사람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교수가 되고 싶은거니?”
“교수가 되면 대학이란 틀 안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의 분야를 연구할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아요. 끊임없이 탐구하고 공부하는 게 즐거울 것 같아요.”
대학 진학을 문턱에 두고서도 아직 꿈을 못정한 학생들이 많은 반면, N학생은 자신의 생각이 어느정도 뚜렷하게 자리잡혔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진정한 꿈을 찾는 긴 과정을 생략하고, 꿈을 이루기 위한 조언 위주로 더 내실있는 상담이 이뤄질 수 있다.
“책은 많이 읽는 편이니?”
“읽긴 하는데요. 문학 보다는 비문학을 많이 읽어요. 다큐멘터리 같은 걸 좋아하고요.”
“과학이나 사실적인 내용에 재미를 느끼고 호기심을 채우는 것만큼 감성을 키우는 일도 중요해. 과학자는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며 연구해야 한단다. 과학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될까 고민하는 순간이 올 거야.”
이과생들이라도 문학책을 멀리 두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상담 선생님은 비문학책 열 권 읽을 때 문학책 한 권 정도는 읽을 것을 권했다. 서점에 가면 새로 출간된 소설과 오래된 고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달에 한번씩은 서점에 가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권을 골라보자.
“과학고나 영재고에 진학하려면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내신 성적을 챙기는 게 중요해. 수학, 과학의 기초실력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성실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되거든. 특히 수학 과목부터 확실한 기반을 닦도록 해.”
이제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때. 과목별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왜 부족한지를 분석해서 스스로 공부하는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이런 과정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토대다.
“지금부터는 모든 독서활동, 봉사활동, 영재학급 수업, 임원활동, 대회참가, 하다 못해 여행까지도 기록으로 남기도록 해. 어떤 취지로 이 일을 했고, 내용은 어떠했고, 결과적으로 얻은 게 뭔지를 정리하는 거야.”
그러면 어떤 활동으로 채워야 좋을까.
“우선 수학,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채울 수 있는 활동을 찾아서 하는 게 좋지. 교육청에서 여는 탐구대회나 학교 선생님의 지도 하에 참여할 수 있는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도록 해. 봉사활동은 현재 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서 하는 게 바람직하겠구나. 복지시설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줄 기회를 만들어보렴.”
마지막으로 지적한 점은 엄마의 학습 과외를 이제 그만하라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엄마가 자녀의 공부를 직접 지도해주는 경우가 있다. 고등학생은 드물지만, 중학생은 종종 있다. 대체로 자녀가 성적이 모자라서 보충학습을 시켜주거나, 성적이 뛰어나서 선행학습을 시켜준다. N학생의 경우 후자에 해당된다.
사춘기 전의 학생들은 엄마가 부족한 공부를 직접 가르쳐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더 많은 학습을 접해야 할 시기가 되면 더 이상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다양한 선생님과 학습 환경을 접하며 학생 스스로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함께 풀어주고, 고민을 나누는 것이 자녀에게는 더 필요하다.
상담 선생님의 조언 1. 내신 공부를 어떻게 할지 나만의 공부법을 찾는다. 2. 무슨 일을 하든지 기록이 중요하다. 어떤 목적에서 했는지, 과정과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기록하고 정리해 자료화한다. 3. 수학 과목부터 기초를 닦고 앞서가려고 노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