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집적도와 속도가 향상됨으로써 PC가 워크스테이션이나 중대형컴퓨터의 성능에 육박하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없이 PC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발명 및 출현이 곧 바로 PC의 태동으로 연결됐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출현 이전에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는 상당히 복잡하고 비싼 부분이어서 중대형 이상의 컴퓨터에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쓰는 장치에만 존재했다. 즉 컴퓨터는 비싸고 특수한 훈련받은 사람들만이 쓰는 기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어 개인이 컴퓨터를 독자적으로 쓸 수 있도록 대중화한 것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발명이다.
물론 PC가 가능하게 된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뿐만 아니라 기억장치를 이루는 메모리칩 및 보조기억 장치인 소형 디스켓과 하드디스크의 발전도 필수적이었다. 이러한 여러 부분의 고집적 고성능 저가화가 갈수록 발전을 하여 드디어 개인 수준에서 컴퓨터를 보유하게 되었고 그 성능이 끊임없이 증가하여 수십년 전의 대형컴퓨터 보다도 더 큰 성능을 낼 수 있게 되었다.
PC가 가능했던 것은 눈부신 반도체의 발전에 기인하는데 종전의 여러 장의 보드기능을 하나의 손톱만한 칩에 집적시키고 더 빠른 동작을 하게 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 장치는 이러한 반도체 발전의 산물이고 등시에 디스크 장치도 고밀도 대량화되어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가능하게 해주었던 것이다.
PC의 핵심, 중앙처리장치
컴퓨터 하드웨어의 기본요소인 연산 기억 제어 보조기억 입출력장치 중 연산 및 제어 부분을 하나의 반도체 칩에 구현해 놓은 것을 마이크로프로세서라 할 수 있다. 즉 명령어를 하나씩 해석해 수행하는 장치가 중앙처리장치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다. 중앙처리장치는 중형이나 대형 컴퓨터인 경우 아직 복잡성이나 속도때문에 여러 소자들에 의한 보드 수준의 장치를 가지고 있다. 즉 하나의 칩형태가 아닌 여러 보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열이 발생하여 냉각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며 부피가 커지고 또 동작되는 환경도 에어컨 등이 준비된 컴퓨터실이 필요하게 된다.
반면 하나의 칩에 중앙처리장치가 집적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속도나 성능은 중형이나 대형에 못미치나 작은 부피와 저렴한 가격으로 현재의 PC와 같은 부피로 어떤 일반 환경에서도 컴퓨터로서 작동할 수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반도체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중형 컴퓨터에 접근하는 성능을 나타내고 있어 점차 구분이 힘들어지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PC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고 공장 기계 등의 제어기나 일반 가전용품의 제어기 등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모든 곳에 부품처럼 쓰이고 있다. 사실 최초의 4비트형 마이크로프로세서(인텔 4004 또는 4040 등)는 PC에 쓰일 수준은 아니었고 이와 같은 기계류의 제어기를 위해 쓰여졌던 것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PC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8비트형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개발되고 부터인데 이때부터 몇 비트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쓰느냐에 따라 8비트 PC, 16비트 PC, 32비트 PC 등의 구분이 생기게 되었다. 몇 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냐는 중앙처리 장치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연산 처리하는 데이터 단위가 이진법 몇 비트냐를 말하는 것으로 비트수가 클수록 한번에 처리하는 단위가 크므로 그만큼 성능이 높다. 대부분 8의 배수로 올라가는데 이것은 컴퓨터에서 표시하는 문자 등이 기본적으로 8비트(1바이트라고 함)로 이루어져 있고 숫자의 표시도 8비트의 배수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인텔이 최초의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8008 8080 등을 내놓은 이후 모토롤러(6800) 자이로그(8000) 내셔널(32032) 등 여러 회사들이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같은 8비트 PC라 하더라도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따라 다른 형태가 되어 서로 호환이 되지 않게 되었다. 80년대초 PC시장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자 IBM이 PC사업을 시작할 것을 결정했는데 이때 IBM은 인텔계열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택하였다. 현재의 PC는 IBM PC계열이 주종을 이룸으로써 사실상 통일이 되어버린 셈이다. 특히 PC의 운영체제도 IBM에서 PC를 시작할 때 파트너로 삼았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S-DOS로 거의 통일됨으로써,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PC간의 호환성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이상에서는 IBM PC도 XT급, AT급 또는 32비트형인 386PC 등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또 마이크로프로세서 내부에서는 32비트로 연산을 하되 칩 외부와의 데이터 교환은 16비트로 하는 386SX형이 저렴하게 보급되는 등 칩의 형태도 사용자의 요구 건에 따라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최근 최신형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텔 486이 PC에 장착되고 있다.
RISC와 CISC
현재 PC가 거의 인텔 계열의 마이크로프로세서라면 다른 종류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모두 사라졌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사라져가는 것도 있으나 모토롤러의 68000계열, 또 선(Sun)사의 스파크, 밉스사(MIPS)의 밉스 등 더 많은 종류가 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회사들은 PC 이외의 어디에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쓰는 것일까. 대부분 워크스테이션이나, IBM PC계열이 아닌 독자계열 PC(애플사의 매킨토시 등)에 쓰이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비트수가 증가함에 따라 칩에 집적된 트랜지스터의 수가 급증하는데 16비트형인 모토롤러 68000의 경우 6만8천개의 트랜지스터가 한 칩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인텔486(80486)은 1백만개 이상의 집적도를 가지고 있고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속도도 초기의 1 MIPS(초당 1백만 명령어 수행)이하에서 최근의 대형 컴퓨터급은 40MIPS정도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쓰고 있다.
이와 같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집적도가 높아지고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으나 그 형태에 있어서 크게 두 종류로 나아가고 있다. 기존의 집적도에 더 많은 복잡한 기능을 추가하는 복잡명령어 세트컴퓨터(CISC)형과 최근 몇년만에 급부상한 축소명령어세트컴퓨터(RISC)형이 다. RISC형 컴퓨터는 복잡한 명령어는 빼버리고 짧고 간단한 명령어만 설계함으로써, 전체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만든 마이크로프로세서다. CISC의 경우 프로그램이 복잡명령어를 많이 쓰는 경우에는 유리하나 단순 형태에는 불리해진다. 왜냐하면 단순 명령어도 복잡 명령어를 기준으로 전체 설계를 했기 때문에 RISC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RISC는 프로그램이 단순 명령어들로 이루어진 경우는 유리하나 복잡 명령이 필요할 경우 몇개의 단순 명령어로 대체해야 하므로 불리해진다. 즉 응용프로그램이 어떤 종류의 명령어를 많이 쓰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직도 RISC가 더 좋다 또는 CISC가 더 낫다는 논쟁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RISC 경우는 단순 명령어 기준으로 속도를 재기 때문에 50 MIPS에 육박하고 있다.
CISC계열인 인텔사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경우 종류는 (표)와 같다.
워크스테이션과 경계 모호해
지금까지 PC 계열만 대부분 보아 왔기 때문에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이외엔 별로 접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RISC형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급부상을 하고 있고 이런 RISC형은 현재까지 대부분 워크스테이션에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 PC도 점점 고성능화되어 가고 워크스테이션과 구분이 없어져가므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몇년전에만 해도 PC와 워크스테이션의 구분은 쉬웠다. PC는 사용자가 일반인이었으나 워크스테이션은 엔지니어 등 전문인들이었다. 또 가격차이도 현격해 PC는 말 그대로 개인이 살 수 있는 정도였으나 워크스테이션은 연구개발실이나 직업상 전문도구로 쓰이는 고가제품이었다. 기능도 PC 경우 주로 문자위주나 간단한 테이블 형태였고 게임을 위해서는 컬러모니터를 추가해서 해상도가 낮은 그림 등이 보여졌다. 이에 반해 워크스테이션은 우선 강력한 CPU 성능에 그래픽 처리 중심의 사용자 접속과 특히 네트워크를 통해 자료를 공동으로 쓸 수 있는 고성능 장비였다. 그러나 PC의 요소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점차 성능이 높아져 PC에서도 기존의 워크스테이션에만 있던 많은 기능들을 흡수하기 시작하자 차차 그 구분이 어려워져가고 있다. 즉 PC는 점점 고성능화되어가고 워크스테이션은 점점 저가화되어 서로 구분이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PC나 워크스테이션에서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성능 보다도 PC에서 소프트웨어 환경이 얼마나 빨리 워크스테이션과 비슷해져 가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워크스테이션은 초기부터 사용자 환경이 문자 명령방식이 아닌 그래픽 위주로 시작되었다. 즉 마우스를 이용해 화면에 화살표 같은 위치를 보여주는 장치로 지정하여 명령을 수행하거나, 나타난 메뉴를 보고 지정하는 방식으로 일일이 명령어를 외우거나 입력해 넣을 필요가 없어 사용하기 편리하게 한 것이다. 또한 한 순간에 한 종류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화면(윈도)을 만들어 동시에 볼 수 있어 기존의 PC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수행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워크스테이션은 강력한 근거리네트워크(LAN)에 접속되어 주변의 자원을 동시에 사용하게 해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소프트웨어 및 그를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요구되고 있다.
이제 PC도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채택으로 기존의 문자 위주 응용에서 그래픽 위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어 곧 워크스테이션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
중대형은 사라질 것인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끊임없는 성능 개선은 PC의 응용범위를 한없이 넓혀가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처리 단위인 비트수를 증가시키는 것 이외에 주변에 필요하던 칩들, 가령 캐시 메모리 관리칩 부동소수점연산칩 등이 뭉쳐 한 칩으로 단순해졌고 점차 기능이 더 첨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여러 개 묶어 쓰는 다중프로세서 시스템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중대형에서도 몇년전에 시작돼 이제 막 안정기에 들어가려는 상태인데 비슷한 구조가 PC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PC가 문자 위주에서 그래픽 사용자 환경으로 옮겨지면 처리해야 할 기능 종류가 방대해지는데 이것을 여러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나누어 수행하면 몇 배의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근에 나온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여러 개를 묶어서 쓰는 다중프로세서 시스템을 가정하여 이것을 지원하는 하드웨어 구조 및 명령어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PC가 점점 강력해지면 앞으로 대형컴퓨터는 사라질 것인가. 특히 최근에는 다중프로세서까지 출현하고 더구나 여러 PC를 망으로 묶으면 대형 이상의 힘이 나지 않겠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점차 중대형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은 틀림없으나 중대형은 또 나름대로 새로운 소자의 개발로 더욱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며(그러나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발전속도가 훨씬 더 빠름) 더구나 중앙처리장치의 처리속도만 가지고 중대형과 비교할 수는 없다. 즉 입출력 처리능력과 보조기억장치(보통 디스크 용량)등 모든 면을 다같이 비교해야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일을 나누어 처리하는 일(병렬처리)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점차 발전은 하고 있으나 학자들이 초기에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쉽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즉 낮은 수준의 여러 사람이 모인다고 해서 천재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PC가 점차 강력해지나 네트워크의 속도 그리고 분담처리 등 더 어려운 난제가 아직 수두룩하고, 더구나 정보의 속성상 나누어져 각자 쓰일 수 있는 것도 있으나, 한곳에 묶어야하는 대형자료의 필요성도 항시 존재하기 때문에 중대형의 존폐 운운은 아직 섣부른 판단이기 쉽다. 도리어 PC 및 워크스테이션의 증가가 이를 지원해야 하는 자료 집중장치로서 중형 컴퓨터의 수요를 더 늘렸다는 통계들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은 끊임없이 높아져 10년 내에 64비트형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수백 MIPS급 속도를 가진 것이 등장하여 더욱 높은 성능의 PC(그때쯤이면 PC라는 용어가 적합할지도 의문이지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와같은 추세를 나타내면 (그림)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