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세계각국은 고르바초프가 핵무기를 계속 장악하고 있는가를 염려했다. 모험주의자들이 충동적인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저명한 학자 구마가이 후미노리(熊谷文憲)는 그의 저서 '미래의 선택'에서 핵전쟁과 석유자원 고갈이 세계를 종말로 이끄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세기에 꽃을 피운 석유문명은 인류에게 더없이 편리함과 윤택함을 주었지만 한정된 석유자원은 21세기 중반 이전에 고갈될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도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원인 원자력에너지를 개발해냈지만 그 원자력이 전쟁과 파괴의 도구로 이용돼 오히려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 핵전쟁의 위기는 오늘날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고 또 회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과연 원자력은 어떠한 존재이기에 이처럼 인류를 에너지자원 고갈의 위기에서 구해줄 수도 있는 반면 순식간에 멸망시킬 수도 있는 것일까.
초등물리나 화학에서 에너지보존의 법칙과 질량불변의 법칙을 별도로 가르친다. 1905년에 소개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도 에너지의 일종이다. 다시 말해 E=△${mc}^{2}$이라는 그 유명한 공식에 의해 질량결손(△m, mass defect)에 광속(光速)의 제곱을 줌으로써 에너지로 환산 된다. 그러므로 질량불변의 법칙은 독자적으로는 성립될 수 없고 에너지 보존법칙에 흡수된다.
1938년 독일의 화학자 한(Otto Hahn)이 우라늄의 핵분열현상을 발견함으로써 이러한 이론은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이로써 신의 영역에 갇혀 있던 엄청난 핵에너지가 인간의 손아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원자력은 인류가 발견한 에너지원중 가장 농축된 에너지원이다. 석유 석탄 화약과 같은 화학적 에너지에 비해 수십만~수백만배의 위력을 지닌 원자력으로 인해 인류는 불원간에 닥쳐올 화석연료 고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된 반면 잘못 쓰면 인류가 파멸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원자력은 고마움과 두려움의 이중성을 함께 지니게 되었고 철저한 감시와 신중한 관리체제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일찌기 아인슈타인은 "만약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 시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4차대전 때는 돌과 창으로 싸우게 될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3차세계대전은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지구규모의 핵전쟁이 될 것이고 이는 곧 인류문명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다.
핵사고, 발생한 적 있어
핵전쟁이 일어나기까지의 긴장과 핵전쟁 전후의 인간의 갈등 등을 그린 영화 '그날 이후'(The Day After)에서는 동서간의 긴장이 고조돼 서로 대량의 핵공격을 하게 된다는 '계획된 핵전쟁' 시나리오를 연출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소련이 동독을 부추겨 서베를린을 봉쇄하고 마침내 서독 침공을 감행하는 것, 즉 동서냉전을 전쟁발발 원인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그 동서독은 바로 얼마전 통일이 되었고 미소가 전술핵을 폐기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마당에 이러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핵전쟁의 위험은 극히 감소됐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전술핵을 폐기한다손 치더라도 미소 양대강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핵무기 만으로도 지구 전 인류를 수십번 파멸시킬 수 있다. 인간이 필요이상으로 많은 파괴력을 갖고 있는 한 계획적이 아닌 우발적인 핵전쟁, 즉 인간의 실수나 오판, 기계적인 고장에 의한 핵공격과 이에 대응하는 공격으로 인한 핵전쟁의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핵무장을 한 부대가 국가의 허락없이 우발적인 핵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설령 우발적인 핵공격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대량파괴를 초래하기 때문에 핵공격은 필연적인 보복공격으로 이어지게 되며 또 이 대응공격은 상승적인 대응공격으로 비화될 것이 뻔하다. 아마도 이와 같은 핵전쟁은 지구를 수 시간 이내에 파멸시키게 될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이런 사고에 따른 핵전쟁의 위험은 얼마나 상존하는가. 몇개의 가상 핵 사고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현재의 핵무기 관리체제와 실제 핵사고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사고에 의한 핵전쟁의 위험도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우발적인 사고에 기인한 핵전쟁이다. 이것에 대한 예로는 전략 핵전폭기의 추락사고나, 핵무기 조작요원들의 오(誤)조작에 의한 핵 안전사고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핵전폭기의 추락은 적의 상공에서 추락해 핵폭발을 일으키지 않는한 전쟁으로 비화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실제로 스페인 상공에서 핵무기를 탑재한 전폭기의 추락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었으나 핵탄두는 폭발하지 않았고 안전하게 회수돼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핵탄두는 현재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핵무기연구소인 샌디아연구소(Sandia Laboratory) 정문에 위치한 핵무기전시관(Atomic Museum)에 전시돼 있다.
오조작에 의한 핵공격도 사전에 상대국에 통보할 수 있고 또한 목표점에 도달하기 이전에 요격, 상공에서 격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미국 국방부, 전략공군사령부와 함께 미국의 핵무기를 관할한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111/S199111N010_img_01.jpg)
조기경보체제망이 오히려 화를 부를 수도
우발적인 핵사고의 또 다른 예로는 조기경보체제망의 오신호와 오판을 들수 있다. 미국 경우 외부로부터의 핵공격을 알리는 조기경보장치는 아주 사소한 징조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거의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하루에도 서너번씩 잘못 울릴 정도라고 한다. 일단 경보장치에 신호가 오면 북미 방공사령관은 미국의 국방부(Pentagon) 및 전략공군 사령부(Strategic Air Command)와의 협의를 통해 북미지역에서의 위험여부를 판단 한다.
1979년부터 1984년 사이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평균 2천6백회의 비상을 알리는 경보가 발동됐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은 그 원인이 쉽게 판명됐지만 1백여회 정도는 정밀분석을 요구했다. 그중 한두번 정도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전개됐다고 한다. 1980년의 경우에는 불량 컴퓨터칩이 말썽을 일으켰다. 이렇게 해서 잘못 울려진 비상경보로 인해 초비상사태로까지 이른 바 있다. 당시 관련당국은 긴급 비상체제에 돌입했으며 원인이 규명된 후에는 담당자의 책임을 물어 다음날 바로 해직조치했다.
소련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소련의 한 퇴역장군에 따르면 어느날 탐지위성이 주목할만한 신호를 감지했는데 이를 미국의 미니트맨(Minuteman)이라는 핵탑재 미사일이 발사돼 소련을 향하고 있다고 잘못 해석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때의 담당자는 위성에서 감지된 그 신호가 햇빛의 산란에 의한 잘못된 정보였다고 곧바로 확인해 주었다. 그래서 그 다급했던 상황은 쉽게 해결 될 수 있었다.
이제까지 발생했던 상대방으로부터의 공격을 알리는 비정상 경보는 전쟁으로 확대되기 이전에 다행히도 담당자들에 의해 즉각 그 실체가 밝혀질 수 있었다. 또한 평화시의 예행연습과 반복적인 보정작업을 통해 계속 보완돼 왔다. 하지만 잘못된 경보때문에 보복목적의 핵공격이 감행될 가능성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 있다.
둘째는 소수에 의해 의도적으로 또는 범법적으로 자행되는 핵전쟁이다. 다시 말해 핵무장부대가 핵통제 지휘체제에서 이탈해 독자적인 핵공격을 감행하는 경우다. 이와 같은 핵통제 지휘체제의 이탈을 가능케 하는 핵공격 명령체제상의 결함은 중요한 핵전쟁 시나리오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핵무기 관리체제의 4대 요소는 명령(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및 정보(intelligence)이며 이것을 ${C}^{3}$I라고 흔히 표기한다. 명령과 통제는 인적 조직에 주로 의존하고, 통신과 정보는 대체로 기계 전자 광학적 방법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명령과 통제의 결함은 인간에 의한 의도적 핵사고의 중요한 시나리오이며, 통신과 정보망의 결함은 주로 기계적인 우발적 핵사고의 중요한 시나리오가 된다.
인류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관리한 역사가 이제 50년이 다 됐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의도되지 않은 대형사고나 핵전쟁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핵무기 관리와 통제가 완벽하기 때문에 우발적인 핵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란 극히 어렵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부문에서도 체르노빌원전 사고나 드리마일원전사고 등 대형사고가 인간(운전요원)의 실수로 인해 일어났음을 볼 때 인간의 실수에 기인한 핵전쟁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미소 등 핵강대국들은 이러한 우발적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우선 핵무기를 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한두사람이 임의적으로 핵무기를 발사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안전장치가 계속 추가되고
미소 모두 핵무기를 발사하려면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과 국가최고의사결정기구를 통한 핵공격을 알리는 암호의 '개봉'과 발사명령의 지시 전달체제다. 흔히들 '핵가방'이라 부르는, 대통령이 직접 들고 다니는 검은 가방은 바로 이 '암호'와 관계된 가방인데 미소 모두 이 암호를 독립적으로 분산 전달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핵기지 종사자가 이 지시된 암호들을 대조한 뒤 복수의 열쇠를 작동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사통제제도는 두가지 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즉 적의 선제공격이 있을 경우 곧 반격할 수 있도록 관리돼야 하는 동시에 우발적 발사를 방지해야 한다는 두 상반된 목적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라 하겠다.
많은 기술적 장치의 도입과 핵무기 발사까지의 제반과정은 우발적인 핵전쟁 발발을 거의 완벽할 정도로 억제하고 있다. 그 일례로 소위 임의작동제한장치(PALS, Permissive Active Links)의 전반적인 도입을 들 수 있다. 이 전자기계식 장치는 정해진 두개의 암호를 입력시켜야만 핵탄두가 발사되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암호는 발사가 공식적으로 인정됐을 때만 고위 당국자로부터 발사 명령권을 가진 일선의 지휘관에게 알려지게 된다. 따라서 이 임의작동제한장치는 적병이나 핵탄두를 탈취한 테러리스트 또는 발사요원 개인에 의한 임의발사를 방지해 준다.
이와 비슷한 장치로 암호스위치가 있는데 이 장치를 도입하면 폭격기의 포탄 투하실이 임의로 열리지 않게 되며 미사일의 임의발사도 억제된다. 1960년대 초 미군의 해외주둔 기지에 배치된 핵무기에는 앞에서 언급된 임의작동제한장치가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그 후 미국내의 모든 지상전략무기에 설치됐다. 1970년대 후반에는 미국 전략공군사령부가 관리하는 모든 핵무기에 임의작동제한장치 또는 암호스위치가 정착됐다.
소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모든 미사일 및 핵탄두에 이들과 유사한 안전장치가 설치 된 것으로 믿어진다.
우발적 핵전쟁을 막아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조치는 핵전쟁 대비 비상경계태세 정도를 완화시키는 것이다. 소련이 보유한 대륙간유도탄(ICBM)의 50~80%는 항상 발사대기 상태에 있었으며 비상사태 발생시 적국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를테면 핵탄두는 폭파시키지 않으면서 운반체만 파괴하는 장치를 도입, 발사당사국 또는 발사목표국 어디에서나 폭파가 가능하도록 대처하고 있다.
이 장치는 미사일 발사와 동시에 암호가 전달되도록 돼 있다. 이 암호는 상대국에도 비상연락망으로 전달돼 피해가 최소가 되는 중간지점 또는 북극지방으로 핵폭탄을 유도해 그곳에서 폭파시키는 것이다. 소련은 이미 이 장치를 대륙간 유도탄에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련의 SS-20미사일. 마약 이 무기가 탈취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111/S199111N010_img_02.jpg)
「악마의 손에 금도끼를 쥐어줄 수 없다」
1941년 이른바 맨하탄계획이라 불리는 미국의 핵무기 개발계획이 시작된지 벌써 50년이 경과했고 근 3백만년에 달하는 장구한 인류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은 시간에 인류는 스스로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지도 모르는 핵전쟁의 위험을 안게 되었다. 물론 핵무기가 있음으로 해서 그 엄청난 위력과 불을 보듯 뻔한 결과 때문에 국지전은 있을지언정 전면적인 세계전쟁은 오히려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만에 하나라도 우발적인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는 곧 인류의 멸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3차대전으로 인류문명이 완전히 파괴되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4차대전을 치를 것이라 했다지만 우연이든 필연이든 만일 전면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이후 일부 비참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싸울 힘조차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핵전쟁은 바로 지구의 종말일 수 밖에 없으므로 계획된 핵전쟁은 물론이고 우발적 핵전쟁으로 인해 인류가 공멸하거나 일부가 살아남아 '그날 이후'를 비참하게 살아가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만에 하나, 억에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인류를 석유자원 고갈의 위기에서 구원할 수도 있고 핵전쟁으로 파멸시킬 수도 있는 이 원자력을 우리는 평화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원자력 에너지가 올바르게 쓰여 인류를 구해줄 구세주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임이라 하겠다. 완전무결이란 절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안전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담당한 과학자나 핵무기를 직접 통제하는 정치가 군사지도자 모두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우발적 핵전쟁 방지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2차대전 당시 핵무기가 개발될 경우의 위험을 예측하면서도 "악마의 손에 금도끼를 쥐어줄 수 없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히틀러에 앞서서 무서운 핵무기를 개발하자고 건의한 과학자들의 고뇌와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이제 전인류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에 잇달아 발표된 미소의 자발적인 핵무기 감축은 지구의 미래에 대한 한줄기 서광이라 하겠다.
이 내용은 199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켄달(Henry Kendall)박사와 부르킹스재단의 블레어(Bruce Blair)박사가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의 작년 12월호에 게재한 '우발적인 핵전쟁'(Accidental Nuclear War)라는 논문을 일부 참고한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에 관한 정보는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내용이 부정확 할 수 있음도 밝혀둔다.
북한의 핵능력 제2,제3원자료는 핵폭탄용
1995년 말이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것과 비슷한 파괴력을 가진 핵폭탄 다섯개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 갖출 듯
북한이 핵폭탄 만드는 일을 그만두지 않아서 걱정이다. 북한이 끝까지 국제 핵사찰을 거부하고 핵폭탄 만드는 일을 계속한다면 언제 몇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을가.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북한의 핵능력을 살펴보기로 한다.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우라늄을 원자로에 넣고 때야 한다. 그러면 '사용후 핵연료'라고 하는 찌꺼기가 남는데 여기에는 타다 남은 우라늄과 핵폭탄 재료인 플루토늄이 들어 있다. 흔히 햬기하는 재처리란 이 플루토늄을 분리해내는 일을 만한다.
북한은 현재 두개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고 세번째 원자로(금년중 가동예정)와 재처리시설(1992년 완공예정)을 건설중이다. 북한이 1987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두번째 원자로와 곧 가동될 세번째 원자로는 남한의 원자로와 같은 발전용이 아니고 플루토늄이 많이 섞인 찌꺼기를 생산하는 '핵폭탄용'원자로다. 북한은 이들 원자로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모아 두었다가 재처리시설이 완공되는대로 플루토늄을 분리해내려 하고 있다.
![북한의 핵관련 시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111/S199111N010_img_03.jpg)
수천명의 핵과학자 보유
북한의 원자로 크기나 재처리시설의 규모를 감안, 북한이 갖게 될 플루토늄 양을 예측해 보면 1992년 말에 10kg, 1993년 말에 20kg 그리고 1995년 말에는 약 40kg 이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플루토늄 7 , 8kg(야구공 하나 크기)만 가지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를 강타, 15만명을 즉사시킨 핵폭탄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1995년 말이면 이런 폭탄 다섯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은 이미 항공기 스커드미사일 등 핵폭탄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수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뇌관실험 등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실험들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우라늄이 풍부해서 외국에서 사올 필요도 없으며 소련에 보내 훈련시킨 수천명의 핵과학자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북한보다 과학기술이 더 앞서 있어 원한다면 북한보다 더 빨리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핵을 평화적으로만 이용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아울러 국제원자기구(IAEA)로 하여금 언제든지 와서 검사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것을 국제핵사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원자로는 단지 전자생산에 이용되며 플루토늄을 분리해내는 재처리시설은 없다.
만약 북한이 핵폭탄 다섯개를 서울 부산 등 우리나라의 대도시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수백만명이 죽고 하늘은 죽음의 재로 덮이며 방사능 오염 화재 강물오염 질병 등으로 인해 전국이 생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핵무기란 그만큼 파괴력이 강하고 부도덕한 무기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는 스스로 이것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북한도 하루속히 국제핵사찰을 받아들이고 핵무기 만드는 일을 그만 두었다면 한다.
일본의 저명한 학자 구마가이 후미노리(熊谷文憲)는 그의 저서 '미래의 선택'에서 핵전쟁과 석유자원 고갈이 세계를 종말로 이끄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세기에 꽃을 피운 석유문명은 인류에게 더없이 편리함과 윤택함을 주었지만 한정된 석유자원은 21세기 중반 이전에 고갈될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도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원인 원자력에너지를 개발해냈지만 그 원자력이 전쟁과 파괴의 도구로 이용돼 오히려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 핵전쟁의 위기는 오늘날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고 또 회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과연 원자력은 어떠한 존재이기에 이처럼 인류를 에너지자원 고갈의 위기에서 구해줄 수도 있는 반면 순식간에 멸망시킬 수도 있는 것일까.
초등물리나 화학에서 에너지보존의 법칙과 질량불변의 법칙을 별도로 가르친다. 1905년에 소개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도 에너지의 일종이다. 다시 말해 E=△${mc}^{2}$이라는 그 유명한 공식에 의해 질량결손(△m, mass defect)에 광속(光速)의 제곱을 줌으로써 에너지로 환산 된다. 그러므로 질량불변의 법칙은 독자적으로는 성립될 수 없고 에너지 보존법칙에 흡수된다.
1938년 독일의 화학자 한(Otto Hahn)이 우라늄의 핵분열현상을 발견함으로써 이러한 이론은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이로써 신의 영역에 갇혀 있던 엄청난 핵에너지가 인간의 손아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원자력은 인류가 발견한 에너지원중 가장 농축된 에너지원이다. 석유 석탄 화약과 같은 화학적 에너지에 비해 수십만~수백만배의 위력을 지닌 원자력으로 인해 인류는 불원간에 닥쳐올 화석연료 고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된 반면 잘못 쓰면 인류가 파멸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원자력은 고마움과 두려움의 이중성을 함께 지니게 되었고 철저한 감시와 신중한 관리체제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일찌기 아인슈타인은 "만약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 시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4차대전 때는 돌과 창으로 싸우게 될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3차세계대전은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지구규모의 핵전쟁이 될 것이고 이는 곧 인류문명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다.
핵사고, 발생한 적 있어
핵전쟁이 일어나기까지의 긴장과 핵전쟁 전후의 인간의 갈등 등을 그린 영화 '그날 이후'(The Day After)에서는 동서간의 긴장이 고조돼 서로 대량의 핵공격을 하게 된다는 '계획된 핵전쟁' 시나리오를 연출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소련이 동독을 부추겨 서베를린을 봉쇄하고 마침내 서독 침공을 감행하는 것, 즉 동서냉전을 전쟁발발 원인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그 동서독은 바로 얼마전 통일이 되었고 미소가 전술핵을 폐기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마당에 이러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핵전쟁의 위험은 극히 감소됐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전술핵을 폐기한다손 치더라도 미소 양대강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핵무기 만으로도 지구 전 인류를 수십번 파멸시킬 수 있다. 인간이 필요이상으로 많은 파괴력을 갖고 있는 한 계획적이 아닌 우발적인 핵전쟁, 즉 인간의 실수나 오판, 기계적인 고장에 의한 핵공격과 이에 대응하는 공격으로 인한 핵전쟁의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핵무장을 한 부대가 국가의 허락없이 우발적인 핵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설령 우발적인 핵공격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대량파괴를 초래하기 때문에 핵공격은 필연적인 보복공격으로 이어지게 되며 또 이 대응공격은 상승적인 대응공격으로 비화될 것이 뻔하다. 아마도 이와 같은 핵전쟁은 지구를 수 시간 이내에 파멸시키게 될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이런 사고에 따른 핵전쟁의 위험은 얼마나 상존하는가. 몇개의 가상 핵 사고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현재의 핵무기 관리체제와 실제 핵사고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사고에 의한 핵전쟁의 위험도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우발적인 사고에 기인한 핵전쟁이다. 이것에 대한 예로는 전략 핵전폭기의 추락사고나, 핵무기 조작요원들의 오(誤)조작에 의한 핵 안전사고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핵전폭기의 추락은 적의 상공에서 추락해 핵폭발을 일으키지 않는한 전쟁으로 비화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실제로 스페인 상공에서 핵무기를 탑재한 전폭기의 추락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었으나 핵탄두는 폭발하지 않았고 안전하게 회수돼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핵탄두는 현재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핵무기연구소인 샌디아연구소(Sandia Laboratory) 정문에 위치한 핵무기전시관(Atomic Museum)에 전시돼 있다.
오조작에 의한 핵공격도 사전에 상대국에 통보할 수 있고 또한 목표점에 도달하기 이전에 요격, 상공에서 격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미국 국방부, 전략공군사령부와 함께 미국의 핵무기를 관할한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111/S199111N010_img_01.jpg)
조기경보체제망이 오히려 화를 부를 수도
우발적인 핵사고의 또 다른 예로는 조기경보체제망의 오신호와 오판을 들수 있다. 미국 경우 외부로부터의 핵공격을 알리는 조기경보장치는 아주 사소한 징조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거의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하루에도 서너번씩 잘못 울릴 정도라고 한다. 일단 경보장치에 신호가 오면 북미 방공사령관은 미국의 국방부(Pentagon) 및 전략공군 사령부(Strategic Air Command)와의 협의를 통해 북미지역에서의 위험여부를 판단 한다.
1979년부터 1984년 사이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평균 2천6백회의 비상을 알리는 경보가 발동됐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은 그 원인이 쉽게 판명됐지만 1백여회 정도는 정밀분석을 요구했다. 그중 한두번 정도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전개됐다고 한다. 1980년의 경우에는 불량 컴퓨터칩이 말썽을 일으켰다. 이렇게 해서 잘못 울려진 비상경보로 인해 초비상사태로까지 이른 바 있다. 당시 관련당국은 긴급 비상체제에 돌입했으며 원인이 규명된 후에는 담당자의 책임을 물어 다음날 바로 해직조치했다.
소련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소련의 한 퇴역장군에 따르면 어느날 탐지위성이 주목할만한 신호를 감지했는데 이를 미국의 미니트맨(Minuteman)이라는 핵탑재 미사일이 발사돼 소련을 향하고 있다고 잘못 해석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때의 담당자는 위성에서 감지된 그 신호가 햇빛의 산란에 의한 잘못된 정보였다고 곧바로 확인해 주었다. 그래서 그 다급했던 상황은 쉽게 해결 될 수 있었다.
이제까지 발생했던 상대방으로부터의 공격을 알리는 비정상 경보는 전쟁으로 확대되기 이전에 다행히도 담당자들에 의해 즉각 그 실체가 밝혀질 수 있었다. 또한 평화시의 예행연습과 반복적인 보정작업을 통해 계속 보완돼 왔다. 하지만 잘못된 경보때문에 보복목적의 핵공격이 감행될 가능성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 있다.
둘째는 소수에 의해 의도적으로 또는 범법적으로 자행되는 핵전쟁이다. 다시 말해 핵무장부대가 핵통제 지휘체제에서 이탈해 독자적인 핵공격을 감행하는 경우다. 이와 같은 핵통제 지휘체제의 이탈을 가능케 하는 핵공격 명령체제상의 결함은 중요한 핵전쟁 시나리오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핵무기 관리체제의 4대 요소는 명령(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및 정보(intelligence)이며 이것을 ${C}^{3}$I라고 흔히 표기한다. 명령과 통제는 인적 조직에 주로 의존하고, 통신과 정보는 대체로 기계 전자 광학적 방법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명령과 통제의 결함은 인간에 의한 의도적 핵사고의 중요한 시나리오이며, 통신과 정보망의 결함은 주로 기계적인 우발적 핵사고의 중요한 시나리오가 된다.
인류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관리한 역사가 이제 50년이 다 됐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의도되지 않은 대형사고나 핵전쟁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핵무기 관리와 통제가 완벽하기 때문에 우발적인 핵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란 극히 어렵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부문에서도 체르노빌원전 사고나 드리마일원전사고 등 대형사고가 인간(운전요원)의 실수로 인해 일어났음을 볼 때 인간의 실수에 기인한 핵전쟁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미소 등 핵강대국들은 이러한 우발적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우선 핵무기를 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한두사람이 임의적으로 핵무기를 발사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안전장치가 계속 추가되고
미소 모두 핵무기를 발사하려면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과 국가최고의사결정기구를 통한 핵공격을 알리는 암호의 '개봉'과 발사명령의 지시 전달체제다. 흔히들 '핵가방'이라 부르는, 대통령이 직접 들고 다니는 검은 가방은 바로 이 '암호'와 관계된 가방인데 미소 모두 이 암호를 독립적으로 분산 전달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핵기지 종사자가 이 지시된 암호들을 대조한 뒤 복수의 열쇠를 작동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사통제제도는 두가지 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즉 적의 선제공격이 있을 경우 곧 반격할 수 있도록 관리돼야 하는 동시에 우발적 발사를 방지해야 한다는 두 상반된 목적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라 하겠다.
많은 기술적 장치의 도입과 핵무기 발사까지의 제반과정은 우발적인 핵전쟁 발발을 거의 완벽할 정도로 억제하고 있다. 그 일례로 소위 임의작동제한장치(PALS, Permissive Active Links)의 전반적인 도입을 들 수 있다. 이 전자기계식 장치는 정해진 두개의 암호를 입력시켜야만 핵탄두가 발사되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암호는 발사가 공식적으로 인정됐을 때만 고위 당국자로부터 발사 명령권을 가진 일선의 지휘관에게 알려지게 된다. 따라서 이 임의작동제한장치는 적병이나 핵탄두를 탈취한 테러리스트 또는 발사요원 개인에 의한 임의발사를 방지해 준다.
이와 비슷한 장치로 암호스위치가 있는데 이 장치를 도입하면 폭격기의 포탄 투하실이 임의로 열리지 않게 되며 미사일의 임의발사도 억제된다. 1960년대 초 미군의 해외주둔 기지에 배치된 핵무기에는 앞에서 언급된 임의작동제한장치가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그 후 미국내의 모든 지상전략무기에 설치됐다. 1970년대 후반에는 미국 전략공군사령부가 관리하는 모든 핵무기에 임의작동제한장치 또는 암호스위치가 정착됐다.
소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모든 미사일 및 핵탄두에 이들과 유사한 안전장치가 설치 된 것으로 믿어진다.
우발적 핵전쟁을 막아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조치는 핵전쟁 대비 비상경계태세 정도를 완화시키는 것이다. 소련이 보유한 대륙간유도탄(ICBM)의 50~80%는 항상 발사대기 상태에 있었으며 비상사태 발생시 적국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를테면 핵탄두는 폭파시키지 않으면서 운반체만 파괴하는 장치를 도입, 발사당사국 또는 발사목표국 어디에서나 폭파가 가능하도록 대처하고 있다.
이 장치는 미사일 발사와 동시에 암호가 전달되도록 돼 있다. 이 암호는 상대국에도 비상연락망으로 전달돼 피해가 최소가 되는 중간지점 또는 북극지방으로 핵폭탄을 유도해 그곳에서 폭파시키는 것이다. 소련은 이미 이 장치를 대륙간 유도탄에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련의 SS-20미사일. 마약 이 무기가 탈취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111/S199111N010_img_02.jpg)
「악마의 손에 금도끼를 쥐어줄 수 없다」
1941년 이른바 맨하탄계획이라 불리는 미국의 핵무기 개발계획이 시작된지 벌써 50년이 경과했고 근 3백만년에 달하는 장구한 인류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은 시간에 인류는 스스로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지도 모르는 핵전쟁의 위험을 안게 되었다. 물론 핵무기가 있음으로 해서 그 엄청난 위력과 불을 보듯 뻔한 결과 때문에 국지전은 있을지언정 전면적인 세계전쟁은 오히려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만에 하나라도 우발적인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는 곧 인류의 멸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3차대전으로 인류문명이 완전히 파괴되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4차대전을 치를 것이라 했다지만 우연이든 필연이든 만일 전면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이후 일부 비참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싸울 힘조차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핵전쟁은 바로 지구의 종말일 수 밖에 없으므로 계획된 핵전쟁은 물론이고 우발적 핵전쟁으로 인해 인류가 공멸하거나 일부가 살아남아 '그날 이후'를 비참하게 살아가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만에 하나, 억에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인류를 석유자원 고갈의 위기에서 구원할 수도 있고 핵전쟁으로 파멸시킬 수도 있는 이 원자력을 우리는 평화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원자력 에너지가 올바르게 쓰여 인류를 구해줄 구세주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임이라 하겠다. 완전무결이란 절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안전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담당한 과학자나 핵무기를 직접 통제하는 정치가 군사지도자 모두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우발적 핵전쟁 방지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2차대전 당시 핵무기가 개발될 경우의 위험을 예측하면서도 "악마의 손에 금도끼를 쥐어줄 수 없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히틀러에 앞서서 무서운 핵무기를 개발하자고 건의한 과학자들의 고뇌와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이제 전인류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에 잇달아 발표된 미소의 자발적인 핵무기 감축은 지구의 미래에 대한 한줄기 서광이라 하겠다.
이 내용은 199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켄달(Henry Kendall)박사와 부르킹스재단의 블레어(Bruce Blair)박사가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의 작년 12월호에 게재한 '우발적인 핵전쟁'(Accidental Nuclear War)라는 논문을 일부 참고한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에 관한 정보는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내용이 부정확 할 수 있음도 밝혀둔다.
북한의 핵능력 제2,제3원자료는 핵폭탄용
1995년 말이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것과 비슷한 파괴력을 가진 핵폭탄 다섯개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 갖출 듯
북한이 핵폭탄 만드는 일을 그만두지 않아서 걱정이다. 북한이 끝까지 국제 핵사찰을 거부하고 핵폭탄 만드는 일을 계속한다면 언제 몇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을가.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북한의 핵능력을 살펴보기로 한다.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우라늄을 원자로에 넣고 때야 한다. 그러면 '사용후 핵연료'라고 하는 찌꺼기가 남는데 여기에는 타다 남은 우라늄과 핵폭탄 재료인 플루토늄이 들어 있다. 흔히 햬기하는 재처리란 이 플루토늄을 분리해내는 일을 만한다.
북한은 현재 두개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고 세번째 원자로(금년중 가동예정)와 재처리시설(1992년 완공예정)을 건설중이다. 북한이 1987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두번째 원자로와 곧 가동될 세번째 원자로는 남한의 원자로와 같은 발전용이 아니고 플루토늄이 많이 섞인 찌꺼기를 생산하는 '핵폭탄용'원자로다. 북한은 이들 원자로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모아 두었다가 재처리시설이 완공되는대로 플루토늄을 분리해내려 하고 있다.
![북한의 핵관련 시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111/S199111N010_img_03.jpg)
수천명의 핵과학자 보유
북한의 원자로 크기나 재처리시설의 규모를 감안, 북한이 갖게 될 플루토늄 양을 예측해 보면 1992년 말에 10kg, 1993년 말에 20kg 그리고 1995년 말에는 약 40kg 이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플루토늄 7 , 8kg(야구공 하나 크기)만 가지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를 강타, 15만명을 즉사시킨 핵폭탄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1995년 말이면 이런 폭탄 다섯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은 이미 항공기 스커드미사일 등 핵폭탄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수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뇌관실험 등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실험들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우라늄이 풍부해서 외국에서 사올 필요도 없으며 소련에 보내 훈련시킨 수천명의 핵과학자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북한보다 과학기술이 더 앞서 있어 원한다면 북한보다 더 빨리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핵을 평화적으로만 이용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아울러 국제원자기구(IAEA)로 하여금 언제든지 와서 검사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것을 국제핵사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원자로는 단지 전자생산에 이용되며 플루토늄을 분리해내는 재처리시설은 없다.
만약 북한이 핵폭탄 다섯개를 서울 부산 등 우리나라의 대도시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수백만명이 죽고 하늘은 죽음의 재로 덮이며 방사능 오염 화재 강물오염 질병 등으로 인해 전국이 생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핵무기란 그만큼 파괴력이 강하고 부도덕한 무기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는 스스로 이것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북한도 하루속히 국제핵사찰을 받아들이고 핵무기 만드는 일을 그만 두었다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