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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대륙의 실수? 사실은 전략

 

일분전일분화(一分錢一分貨). 한 푼으로는 한 푼 어치의 물건밖에 살 수 없다는 의미의 중국 성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우리 속담과 유사하다. 오랜 시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는 ‘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만든 ‘싼 물건’이란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중국산 제품은 일분전일분화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들 제품은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한 전략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샤오미의 성공 이유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이미지 변신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의 보조배터리가 한국에 상륙한 2015년 시작됐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샤오미의 보조배터리에는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성능을 기대할 수 없던 중국산 제품이 실수처럼 의외로 좋은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1만 mAh(밀리암페어시)의 대용량 보조배터리 가격대는 샤오미가 1만~2만 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만~4만 원대. 소비자는 샤오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을 버린 중국은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서는 중국의 이런 전략이 확연히 드러났다. 중국의 10여 개 기업은 각종 신기술로 무장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중국판 삼성전자’로 불리는 화웨이(HUAWEI)가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인공지능(AI)을 장착했다. MWC 2018에서 화웨이는 후면에 3개의 카메라가 달린 ‘트리플 카메라’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3개의 눈과 AI를 이용해 현존 스마트폰 중 가장 선명하고 빠르게 사물을 인식한다.

 

ZTE는 MWC 2018 참가 업체 중 유일하게 접었다 펴는 폴더블 스마트폰 ‘엑손M’을 공개했다. 경첩을 이용해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겹쳐놓은 수준이지만, 이들의 도전정신과 혁신적인 마인드는 큰 박수를 받았다. 화웨이도 3월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특허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HTC는 동영상 촬영 시 특정 인물을 줌인(zoom in)하면 목소리를 크고 선명하게 담아내는 ‘360도 오디오 레코딩’ 기술을, 비보는 디스플레이가 직접 지문을 인식하는 기술을, 오포(OPPO)는 3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75%를 충전할 수 있는 고속 충전기술을 공개했다.

 

 

대기업이 끌고 벤처가 밀고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세계의 공장’에서 탈피해 첨단 사회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는 스마트폰 업체 외에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바이두는 자율주행 운영체제인 ‘아폴로 2.0’을 발표하며 자율 주행 분야 강자로 부상했다. 3월 27일에는 베이징시에서 최초로 자율주행 임시면허증을 발급 받았다. 바이두의 면허는 ‘T3’ 등급으로, 이 등급은 교통법규를 인지하고 준수하며 노선을 계획하는 등 종합적인 능력을 갖췄을 때 획득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체인 이노룩스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용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선보였다. 미니 LED는 칩 크기가 100~20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 수준인 디스플레이로 칩 하나를 화소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보다 밝고 선명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샤오미의 뒤를 이어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의 또 다른 ‘실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이 이끌고 벤처가 밀어주는 분위기도 첨단 사회로의 이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거대 IT 기업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삼총사의 경우, 바이두 벤처캐피탈은 3350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AI 연구에 투자했고, 알리바바는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갖춘 전기자동차를 출시하며 가격을 2500만 원으로 낮췄다.

 

공유자전거 ‘오포(OfO)’,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DiDi Chuxing)’을 비롯해 음식배달 앱인 ‘어러머(餓了麼)’ ‘메이투안 와이마이(美團外賣)’ 등은 다양한 벤처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과학동아 2018년 3월호 참조). 이들의 공통점은 중국인의 생활 습관을 잘 활용한 서비스라는 점이다. 중국 대학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점에 착안해 최근에는 세탁 서비스를 하는 벤처도 생겨났다.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무엇이든 서비스하겠다는 마인드가 기발한 산업의 발전을 가능하게했다.


필자는 제조업에 IT를 입히고, 다양한 산업이 융합하고, 대기업이 이끌고 벤처가 밀어주는 시장 조건에서 중국의 미래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기업들이 융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혁신을 지속한다면 ‘대륙의 실수’는 중국산 ‘명품’이돼‘대륙의일상’으로탈바꿈할지모른다.

 

 

정홍식_hongsikjeong@tsinghua.edu.cn
연세대물리학과박사학위를받고,삼성전자에서 21년간메모리반도체분야 연구개발에참여했다.상무로퇴직한뒤연구자로서의꿈을펼치기위해 2016년 9월 중국으로향했다.현재중국칭화대전자공학과교수및인공지능센터연구원으로 인공지능용소자연구를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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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식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
  • 자료출처

    각 회사
  • 기타

    [일러스트] 유연
  • 에디터

    권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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