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헐크,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위도우, 블랙 팬서, 스타로드, 가모라, 그루트, 로켓 라쿤…. 다 열거하기도 숨이 찰 정도입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 22명이 총출동하는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학동아가 뽑은 ‘과학스러운’ 관전 포인트 3가지를 소개합니다.
[Point 1] 인피니티 스톤, 현실에도 있다
마블 10주년의 정점을 찍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에서 마블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이유는 역대 최강 빌런(악당) 타노스(아래 사진)와 대결하기 위해서입니다. 타노스는 우주의 질서를 관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기 위해 지구를 침략합니다.
인피니티 스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장치로 그동안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하나씩 공개됐습니다. 종류는 스페이스 스톤(영화 속 이름은 테서렉트), 리얼리티 스톤(에테르), 파워 스톤(오브), 마인드 스톤(치타우리 셉터), 타임 스톤(아가모토의 눈), 소울 스톤 등 총 6가지입니다.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인피니티 건틀렛’이라고 불리는 장갑에 장착하면 타노스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예고편으로 추측하건대 타노스는 이미 4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인피니티 스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마블은 우주가 빅뱅으로 만들어지자, 빅뱅 이전에 존재한 다른 특이점(singularity)들이 각각 응축돼 인피니티 스톤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이점은 과학동아 독자에겐 익숙한 단어입니다. 올해 3월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는 우주의 탄생을 거슬러 가보면 우주가 팽창하기 전, 초기에 밀도가 무한인 특이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물론 호킹 박사가 말한 특이점은 블랙홀 한 가운데와 같은, 시공간이 사라지는 지점 이어서 이것이 돌로 뭉쳐질 리는 만무합니다.
어쨌든 이러한 특이점에서 물리학의 모든 법칙이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합니다. 영화 속 인피니티 스톤들이 가진 능력이 물리학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능력들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세뇌시키는 ‘마인드 스톤’, 시간을 조작할 수 있는 ‘타임 스톤’, 영혼을 볼 수 있는 ‘소울 스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과학동아가 아닙니다. 인피니티 스톤만큼은 아니지만 인피니티 스톤과 비슷한(?) 물질을 현실에서 찾아봤습니다. 한 예로 공간을 지배하는 능력을 가진 푸른 빛깔의 ‘스페이스 스톤’은 우주론의 웜홀과 유사한 특징을 나타내는 ‘바일 준금속’과 닮았습니다.
바일 준금속은 금속성과 절연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물질입니다. 자히드 하산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비소화탄탈럼(TaAs)이라는 응집물질에서 바일 입자가 웜홀과 유사한 현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바일 입자는 두 종류의 색깔이 있는 상대론적 입자인데요. 빛처럼 질량이 없고 전하를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연구팀은 서로 떨어져 있는 바일 입자가 마치 웜홀과 같은 연결 고리가 있는 것처럼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과학동아 2017년 4월호 ‘물질 속에서 웜홀을 발견하다’참조).
한편 붉은 색의 ‘리얼리티 스톤’은 6가지 스톤 중 유일한 액체 스톤(?)이라는 점에서 ‘초고체(supersolid)’를 떠올립니다. 초고체는 초유체(superfluid)와 고체(solid)를 합쳐 지은 이름입니다. 초유체는 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벽을 타고 위로 흐르거나 사방으로 흩어지는 신기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초고체는 고체의 일부가 초유체가 된 상태를 일컫습니다. 고체헬륨(4He)을 극저온인 0.2K(절대온도)까지 냉각시킬 때 나타납니다.
영화에서는 리얼리티 스톤이 붉은 액체 방울처럼 묘사되는데요. 현실의 초고체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가 제자리에 고정된 상태에서 그 일부가 점성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도무지 상상이 안 되죠? 당연히 맨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고요. ‘비틀림 진동자’라는 특수장치로 실험을 통해 해석해야 합니다(과학동아 2011년 1월호 ‘초고체 원자 따로 노는 ’구름‘ 결정’ 참조). 현실에서 이런 스톤을 찾아낸다면 ‘우주를 관장하는 힘’까지는 아니어도 노벨상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Point 2] 인피니티 건틀렛, 현실에서 만든다면
‘인피니티 건틀렛’은 여섯 개 인피니티 스톤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주는 장비로, 타노스의 가장 큰 무기라고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건틀렛이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2017년 11월 슈퍼히어로의 무기 테크놀로지를 특집으로 다뤘던 과학동아에게는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세상에 장갑처럼 손에 끼우는 무기가 얼마나 많습니까. 아이언맨의 ‘장갑슈트’, 사이보그의 ‘바이오닉 팔’, 원더우먼의 ‘굴복의 팔찌’ 등 모두 손과 관련된 무기입니다.
이런 장갑형 무기를 만들 때 핵심은 파워와 제어 기술입니다. 파워는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으로도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현재도 무거운 물체를 손쉽고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고안된 근력증강 로봇 기술이 있으니까요.
관건은 이것을 신체와 잘 결합해 제어하는 것입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휴 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교수는 2014년 세계적 지식강연인 테드(TED)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계장치를 신체에 붙이는 방법을 모른다. 가장 성숙하고 오래된 기술 중 하나인 신발 때문에 오늘날에도 발에 물집이 생긴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
그래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자 의수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팔과 전자 의수가 닿는 부위에 전극 조각을 여러 개 붙이고, 전극으로 운동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근전도 신호를 측정해 전자 의수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신체에서 나오는 근전도 신호는 워낙 미약하기 때문에 무기로 쓰일 힘을 내기에는 역부족이겠지만요.
영화 속 장갑형 무기는 연료, 모터, 배터리까지 무게가 어마어마하겠지만 현실의 전자 의수는 최대한 무게가 느껴지지 않도록 제작합니다. 또 과학자들은 전자의수를 전류에 따라 굳기를 바꾸는 소재로 제작해, 힘을 견뎌야 할 때는 단단해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유연해지게 업그레이드 시켜나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신체기능을 최대한 회복하는 수준이지만, 조만간 영화처럼 신체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Point 3] 새로운 조합의 ‘과학 어벤저스’
이번 영화는 앞서 말한 대로 역대급 슈퍼히어로들이 총출동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이언맨, 헐크, 닥터 스트레인지 등 과학자 출신 슈퍼히어로들의 ‘케미’가 주목됩니다.
셋은 진정한 융합 연구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아이언맨은 전기공학, 로봇공학 분야의 최고 능력자이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생물학에 능통한 의사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헐크의 전공은 핵물리학입니다. 닥터스트레인지와 헐크가 영화에서 자신들의 전공을 얼마나 살릴지는 의문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겁네요.
원작 코믹스를 기준으로 하면 마블 캐릭터 중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는 훨씬 더 많습니다. 일단 앤트맨과 매그니토가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비스트는 유전학자입니다. 스파이더맨은 물리학과 화학 분야 영재로 꼽히고, 악당인 닥터 둠이 로봇공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밖에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악당 리저드(생물학)와 그린 고블린(로봇공학, 생물학), 최초의 흑인 슈퍼 히어로라는 블랙 팬서(비브라늄 슈트) 등도 과학적 능력을 가진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히어로나 악당의 전공이 로봇공학이나 생물학에 쏠린 것처럼 느껴지는 건 저 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