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수로 대량생산하여 공급하는 수도물속에 암을 발생시키는 물질이 섞여 있다. 미국 일본에서도 이 문제가 이미 지적되어 대책을 서둘고 있다.
사람은 물이 없이는 잠시도 살아있을 수 없다. 사람의 몸은 체중의 65%가 물이다. 용량으로는 45ℓ쯤 된다. 이 물은 몸속에서 혈액순환 배설물처리 근육운동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그리고 그 중 1일 약 2.4ℓ가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렇게 인체 활동으로 잃는 물은 바로 보충해야 한다. 보충하는 방법은 대개 1.5ℓ는 음료수로, 약 1ℓ는 음식물로 충당된다.
이렇게 사람의 몸과 관계가 깊은 물을 도시사람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것이 수도물이다. 이 수도물 속에 암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물질이 섞여 있다는 조사보고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암환자 추가 발생요인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 소장 정용 교수는 "서울시의 수도물이 함유하고 있는 유기오염물질의 총량은 인구 1천만 명을 기준으로 할 때 1년에 평균 1백4명의 암환자를 추가로 발생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발표했다.
강이나 호수물을 수도물로 정수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발암위험 유기오염물질인 트리할로메탄(trihalomethan)류가 서울시내 6개 조사대상지점 가정 수도물에서 평균농도 8.03ppb(ppb는 10억분의 1입자)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정교수팀은 87년 7월과 11월 2회에 걸쳐 팔당 구의 보광의 3개 정수장의 원수와 정수를 조사하고 이들 정수장에서 공급하는 잠실 반포 답십리 미아 홍제 불광동 등 6개지역 가정 수도물도 조사하여 이런 결론을 내렸다.
103페이지의 그림은 수도물 생산과정을 나타낸 것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원지가 이런 생산과정으로 수도물을 생산하고 있다.
우선 취수장에서는 원수를 펌핑하여 정수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면서 세균 미생물 철 망간 유기물 냄새등을 없애기 위한 전염소처리를 한다. 서울시의 경우는 팔당수원지 등 모든 수원지에 전염소처리시설이 되어 있다. 보통 원수의 수질이 악화되는 3~10월에만 가동시키는데 잔류염소농도는 0.8ppm이며 조류(藻類) 발생시에는 2.0ppm 정도로 투입한다. 취수장에서 펌핑된 원수는 모래 등을 제거하기 위한 침사지를 거쳐 약품투입실에서 응집제 알칼리제 등의 정수약품이 투입되는 혼화지로 간다. 응집지에서는 물속의 이물질을 엉키게 하여 침전지로 보낸다. 3~5시간 침전경과판을 통과하는 동안 이물질이 침전되면 여과지로 보내어 통과여과속도 1일 2백m인 급속여과지의 여과층을 통과시켜 정수지로 보낸다. 여기서 다시 염소를 넣어(1.5~2.0ppm) 관말의 잔류염소가 0.2~0.4ppm을 유지토록 하여 배수지를 거쳐 가정으로 보낸다. 이런 정수과정에서 투입되는 염소사용량이 서울시의 경우 86년에 3천7백35t, 87년에 3천6백t이었다.
발암물질은 이 염소와 원수속의 화합물이 반응하여 생성되는 것이다. 그것은 변이원성(変異原性·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성질) 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이라는 것이다.
트리할로메탄류는 상수도 원수에는 함유되어 있지 않고 정수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즉 수도물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세균 암모니아 철 망간 등을 없애기 위해 염소를 넣는다. 이 염소와 원수속의 후민질(humin·토양에 함유된 부식질중 용제를 써도 빠져나오지 않고 잔류하는 화합물)이 반응하여 생성되는 것이다.
트리할로메탄이란 메탄(methan·CH₄)분자 속의 4개의 수소중 3원자가 할로겐(haolgen·불소 염소 취소 등)과 치환(置煥·metathesis·어떤 화합물의 원자 또는 원자단을 다른 원자 또는 원자단으로 바꾸어 놓는 것)한 화학물질의 총칭으로 수도물속에 함유되어 있는 것은 클로로포름(CHCI₃), 브로모디클로로메탄(bromodichloromethan·CHBrCI₂), 디브로모클로로메탄(dibromochloromethan·CHBr₂CI), 브로모포름(bromoform·CHBr₃)의 4종류이다.
정교수팀은 "과거에는 대장균을 비롯한 각종 병원균에 의한 수질오염이 문제가 되었으나 지금부터는 유기화합물 등에 의한 수질오염에 대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질기준을 시대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수도 관계자는 트리할로메탄에 대해서는 이미 몇년 전부터 문제가 지적되어 대처하여 오고 있으며 84년 이후에는 검사치가 국제기준치보다 낮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일본에서도 심각하게 거론
미국에서는 수도물 속에 농도높은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이 1974년에 처음으로 문제가 되었다. 미시시피 강물을 원수로 수도물을 생산하여 사용하는 뉴올리언스 시민의 암에 의한 사망률이 다른 물(우물물)을 마시는 사람들보다 높다(10만명에 33명)는 보고가 나왔던 것이다.
원인은 수도물에 함유된 클로로포름(Chloroform)등 변이성원물질인 트리할로메탄류임이 밝혀졌다.
발암성이 입증된 뉴올리언스 수도물의 변이 콜로니(Colony)는 최고치가 1천3백18이었다.
일본에서도 도쿄대학 공학부의 '나카니시 준코'교수를 중심으로 한 수질연구팀이 수도물 속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도쿄의 수도물에는 변이원성물질이 상당히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변이원성물질은 암의 발생과 깊은 관련을 가진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나카니시교수팀은 10월부터 86년11월에 걸쳐 도쿄대학 가까이에 있는 가정 수도물의 변이원성을 시험했다. 그 결과 물 1ℓ당 변이콜로니가 3백20에서 최고 7백30까지 검출되었다.
도쿄 수도물의 변이콜로니 최고치가 뉴올리언스 수도물 최고치의 반 수준을 넘고 있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해석이다.
발암성물질을 발견하기 위한 변이원성 테스트는 수도물에 살모넬라균이 작용하게 한 뒤 에테르로 추출하여 그 유전자에 일어난 돌연변이 강도(强度) 형성 콜리니의 수를 측정하는 것으로 암의 집단 검진과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트리할로메탄과 같이 변이원성이 인정된 물질은 90%에 발암성이 있다고 밝혀졌다.
그래서 일본 후생성은 총 트리할로메탄의 잠정기준치를 1ℓ당 0.1㎎(100ppb)이하로 정했다. 그러나 나카니시교수팀은 "100ppb로는 10만명에 4명의 발암가능성이 있으므로 25ppb까지 농도평균치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염소를 사용하지 않는 정수방법
상수도 원수 속의 유기물과 염소가 반응하여 생성되는 것은 트리할로메탄 뿐만이 아니다. 정수과정에서 생기는 유기 염소화합물의 반 이상이 아직 어떤 물질인지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변이원성은 트리할로메탄보다 강하고 유기염소화합물(total organic compound) 전체로 측정하면 트리할로메탄의 약 7배나 된다는 것도 밝혀져 있다.
이렇게 수도물에 나쁜 요소가 많은 것은 염소처리 때문이다. 염소처리에는 전(前)처리와 후(後)처리가 있으며 전처리는 원수속의 암모니아성 질소와 물속에 녹아있는 철 망간 등을 산화시켜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후처리는 정수된 물에 농도가 낮게 투입, 잔류시켜 미생물이나 균류를 없애는 소독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원수의 암모니아성 질소는 농도변화가 일정치 않아 염소를 잔류시키기 위한 투입량조절이 어렵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염소를 사용하지 않고 오존처리에 의한 정수방법을 쓰는 나라가 많다. 오존처리는 냄새와 생성물질을 입상활성탄(粒狀活性炭)으로 제거하고 염소는 마지막단계에 농도가 낮게 한번만 넣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트리할로메탄과 같은 발암성물질인 유기염소 화합물을 줄이고 있다.
인체에 위험이 없는 이산화염소 소독효과
염소를 사용하는 상수도 정수방법의 대안으로서 세계 각국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거나 검토되고 있는 것이 이산화염소(CIO₂·Chlroine dioxide)를 사용하는 소독방법이다.
미국에서는 1944년 뉴욕주 나이아가라 정수장에서 용수처리한 이산화염소를 처음 사용한 이래 지금은 60여개소에서 이산화염소를 사용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4백95개소의 정수장에서 상수처리에 이산화염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주로 전처리보다는 종말소독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10여개의 정수장이 있는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에서는 음료수 처리에 모두 이산화염소를 쓰고 있다.
이산화염소는 바이러스나 조류까지 사멸시켜 소독효과가 매우 뛰어나면서 인체에 대한 위험이 거의 없다. 또 트리할로메탄의 생성이 없으며 악취발생의 염려도 없고 잔류염소가 남지 않으며 중금속에 대한 강한 산화작용으로 물속의 중금속도 제거된다.
다만 비용이 염소를 사용한 경우보다 많이 든다는 난점이 있다. 미국에서의 염소와 이산화염소 소독의 비용비율은 15~18대 1로 이산화염소의 가격이 매우 높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그 비율이 낮아 2.4~4.6대1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없어 소독비용산출이 어렵지만 이산화염소를 사용하여 소독 할때 유럽과 같은 효율적인 형태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