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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숲은 이산화탄소 청소기

탄소세 줄이는 녹색 지붕

지구촌은 1990년 이후 잦은 무더위 때문에 심한 몸살을 앓았다. 1000~2000년 사이에 지구 기온이 가장 높았던 네 해는 1992, 1994, 1997, 1998년이다. 모두 1990년대에 몰려 있다. 2004년은 관측 사상 가장 무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지구 기온이 항상 상승했던 것은 아니다. 기온은 1000년부터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8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1800년대 중반의 기온은 1000년과 비교해 0.2℃ 정도 낮았다. 그 후 기온은 자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높아져 최근 150년 동안 1℃나 상승했다. 이런 급격한 온도 상승을 우리는 ‘지구온난화’라고 부른다.
 

지구기온 2~4℃ 오른다

대기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1960년대 초이산화탄소의 증가가 급격한 온도 상승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70년대 들어 기후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산업혁명 이후 급증한 이산화탄소와 이에 따른 수증기, 구름, 대기순환의 변화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해양과 육지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다시 해양이나 육지로 흡수되는 양보다 많을 때 증가한다. 관측자료에 따르면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연간 71억t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55억t이고, 나머지 16억t은 삼림 파괴에 의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방출된 이산화탄소가 육상생태계 또는 해양생태계에 모두 흡수된다면 대기의 이산화탄소는 평형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바다는 매년 20억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나머지 33억t이 매년 대기에 쌓이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이뤄진다면 21세기 중반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약 2배가 된다. 기온은 지금보다 2~4℃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온도 상승은 지난 1000년 동안의 0.2℃ 하락, 최근 150년 동안의 1℃ 상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변화다. 급격한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기후시스템을 교란해 극단적인 기상 재해를 낳을 것이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는 무시무시한 기후변화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막는다. 특히 한국 숲은 열대우림 등 외국 숲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잘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외국에 증명하면 한국은 앞으로 물게 될 거액의 탄소세를 아낄 수 있다.


대관령에서 한국 숲을 관측하다

수 셈에 능숙한 독자는 앞에서 지구의 탄소균형을 언급할 때 문제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대기로 방출된 탄소량이 71억t이고, 대기중의 농도 증가와 해양으로 흡수된 탄소량이 각각 33억t과 20억t이라면, 나머지 18억t은 어디로 간 것일까.
 

과학자들은 현재 부족한 탄소의 행방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유력한 가능성으로 생각하고 있다. 녹색식물의 집합체인 숲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그 양을 평가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많은 관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대관령 생태기후관측소도 그 중 하나다.
 

대관령 생태기후관측소는 현재 서울대 기후물리연구실과 충남대 식물생태연구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관측 연구는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인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 사업단’ 및 환경부 에코테크노피아21 프로젝트의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동아시아 식생변화의 감시 및 진단시스템 구축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
 

이 관측소는 한국의 대표적인 냉온대림인 신갈나무 숲이 잘 형성되어 있는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능경봉의 북서사면(해발 980m)에 있다. 이 지역은 철쭉꽃-신갈나무 군단으로 분류되며, 교목층에 신갈나무, 까치박달나무, 팥배나무 및 사스레나무가, 아교목층에는 당단풍이, 그리고 관목층에는 철쭉꽃이 함께 분포한다. 이곳은 바람이 강해 난류가 잘 형성되며 지표면이 비교적 균질해 난류가 숲의 공기를 잘 대표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산지 중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편이라 이곳의 관측 결과는 한국 자연림의 대표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산 중턱에 30m 높이의 관측탑을 세웠다. 관측탑의 윗부분에는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 농도와 바람의 수직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적외선가스분석계와 3차원초음파풍속계가 설치돼 있다. 관측값은 거의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서울대 기후물리연구실 컴퓨터에 저장된다(http://cirrus.snu.ac.kr). 이곳에서 산출된 이산화탄소의 순생태계교환량이 양(+)의 값을 가지면 숲은 이산화탄소의 배출원, 음(-)의 값을 가지면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이 된다.
 

2003년 관측소 설치 이후 최근까지 관측된 자료에 나타난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세계의 온대지역 숲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다른 온대지역의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대관령의 숲, 나아가 한국의 숲이 세계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고 적게 방출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비슷한 결과가 토양호흡을 통한 이산화탄소 방출량 자료에서도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숲이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측 자료가 매우 적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한국 숲이 성장단계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숲은 수백 년에 걸쳐 조성돼 상대적으로 ‘늙은 숲’이다. 그러나 한국 숲은 1960년대부터 이뤄진 대규모 숲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져 ‘젊은 숲’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영양분으로 쓰인 이산화탄소는 줄기마다 켜켜이 쌓인다. 젊은 숲은 계속 성장해야 돼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한번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나무 줄기 등으로 붙들어 놓는다. 성장하고 있는 숲은 이산화탄소를 가둬둔 거대한 ‘탄소통조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흡수되고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정확히 얼마냐에 대한 판단은 앞으로 더 많은 관측자료를 확보하고 수치모델을 이용해 우리나라 전체 숲에서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포괄적으로 계산한 후에야 이뤄질 수 있다. 또 이 결과를 정리한 논문이 국제 유명 학술지에 출판돼야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숲이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느냐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FLUXNET’ 모임을 만들어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모임은 우리처럼 관측탑을 세워 숲에서 일어나고 있는 순생태계교환량과 물순환에 관계된 자료를 관측하고 있다. 이 관측은 현재 세계 200여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5년 이상의 장기간이고 연속적인 관측자료가 확보된 곳은 몇몇에 불과한 실정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은 ‘http://www-eosdis.ornl.gov/ FLUXNET/’에서 알 수 있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모습. 한국 숲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젊은 숲으로 다른 나라의 숲보다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간 숲 연구 필요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해마다 크게 다르다. 같은 숲이라도 어떤 해에는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일 수 있고, 다른 해에는 배출원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간의 연속 관측을 통해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주위 환경 요인에 의해 어떻게 조절되고 있는가를 정확히 관측해야 한다.
 

또 탑 관측을 통해서는 수 km2의 넓이에 해당하는 숲만 조사할 수 있다. 더 넓은 지역에 대한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알기 위해서는 인공위성과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션이 필요하다.
 

이처럼 장기 연속 관측의 중요성이 매우 높음에도 실제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 2003년 여름에는 어렵게 건설된 관측탑이 태풍 ‘매미’에 의해 쓰러져 다시 세워야 했다. 또 이 지역은 안개가 잦아 태양발전기만으로 관측탑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감당할 수 없어 일주일에 한번씩 상당량의 자동차용 충전지를 직접 날라야 한다. 게다가 안정된 연구 조건이 아직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연구팀은 이런 어려움 속에도 최소한 5년 이상 대관령관측소를 운영해 우리나라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을 평가하고자 한다.


‘CO₂전쟁’ 시작됐다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서 5% 줄이자는 기후협약이 지난 2월 발효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이산화탄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아직은 온실가스 축소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200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9위라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CO₂를 줄이라는 압력을 피하기는 어렵다.

최근 벌어진 CO₂ 전쟁의 한 예. 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2월말 한국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유럽 수출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자동차협회는 1999년 EU와 CO₂ 감축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에 따라 유럽 수출용 자동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4년까지 170g/km, 2009년까지 140g/km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기아차의 CO₂ 배출량은 175g/km, 쌍용차는 243.5g/km로 모두 목표치를 넘었다.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기후협약은 새로운 국제거래도 촉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이다. 국제 기준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정부나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팔 수 있다. 배출 기준을 넘긴 정부나 기업은 배출권을 사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2월말 노르웨이 오슬로 근교의 전력거래소에서 처음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가 시작됐다.

2월초 비공식 거래가 시작된 이산화탄소 배출권은 지난해 t당 5달러 수준에서 현재 10달러 수준으로 뛰어올라 이산화탄소가 돈이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했다. 이 거래소는 2년 안에 온실가스 거래 규모가 200억달러(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은 퍼스텍이라는 기업이 처음으로 유엔 기후협약사무국으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인정받았다. 에어컨과 냉장고 냉매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그동안 냉매를 만들 때 나오는 HFC23이라는 독성 온실가스를 열분해 방식으로 없애와 배출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7%가 기후협약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기후협약이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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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원식 박사
  • 허창회 교수
  • 김성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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