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 두 개··· 정밀 드라이버를 쥔 손이 바쁘게 움직이더니 마지막 여섯 번째 나사가 풀렸습니다. ‘탁’ 소리를 내며 공개된 그래픽 카드의 속살. 첫 인상은 솔직히 ‘배보다 배꼽’이었습니다.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과 메모리가 장착된 기판보다 이것들의 열을 식히는 거대한 구리 파이프가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GPU만큼 중요한 쿨링 시스템
비록 ‘겜알못(게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지만 화려한 3D 그래픽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GPU와 대용량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냉각 장치가 이토록 큰 비중을 차지할 줄은 몰랐습니다.
분해한 그래픽 카드는 외곽에 플라워형 냉각팬 3개, 내부에 알루미늄 히트 싱크와 구리로 된 방열 파이프(히트 파이프) 5개가 장착돼 있었습니다.
GPU와 메모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을 히트 싱크와 히트 파이프로 바로 흡수하고, 냉각팬을 이용해 외부로 방출하는 구조입니다. 히트 파이프는 GPU와 직접 닿도록 설계돼 있고, 냉각팬의 길이(27cm)는 제품의 총 길이(29.8cm)와 맞먹을 만큼 컸습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죠. 도대체 왜 이렇게 냉각에 공을 들일까. 한 마디로 냉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래픽 카드의 온도가 80도 이상 올라가고, 이에 따라 게임이 느려지거나 먹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분해한 그래픽 카드는 온도가 60도 이상 올라가면 냉각팬이 작동하도록 제작돼 있었습니다. 냉각팬 3개가 온도에 따라 회전 속도를 조절하고, 온도가 높지 않을 때는 작동을 멈춰 소음을 줄이는 시스템입니다. 또 GPU가 있는 메인 기판에도 팬을 연결할 수 있는 헤더가 있어 GPU 온도에 맞춰 작동하는 냉각팬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100% 기계로 정밀 생산
쿨링 시스템과 분리한 PCB 기판에는 주인공(?)인 GPU와 메모리, 커패시터, 초크 등이 깔끔하게 납땜돼 있었습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100% 자동화된 기계로 생산하는 제품이라더니, 역시나입니다.
영상 신호를 직접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 GPU는 엔비디아에서 개발한 ‘GP104-200 NVIDIA GEFORCE GTX 1070’ 제품이 쓰였습니다. PCB 기판 가장자리에는 DVI, HDMI 등 영상신호를 입출력하는 포트가 5개나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HDMI 포트가 2개인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가상현실(VR) 게임용 헤드셋과 컨트롤장치에 각각 연결할 수 있도록 특화시켰다고 합니다.
번쩍번쩍 빛을 내는 디자인은 요즘 출시되는 고급형 게이밍 장비의 트렌드인가 봅니다. 이 그래픽 카드는 냉각팬과 백플레이트(바닥면 철판)에 장착된 발광다이오드(LED)에서 빛을 내도록 제작됐습니다. 게임할 때의 볼륨, GPU 온도에 맞춰 빛을 내는 옵션도 있다고 하니, 기술의 발전이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