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공격성 문제가 연일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공격성의 원인으로 ‘사회화 부족’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때문에 겁이 너무 많아 낯선 사람이나 강아지들만 보면 무섭게 짖어대는 반려견을 유치원에 보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과연 유치원에 보내는 게 정답일까요?
신생기- 이행기 - 사회화기- 유년기, 4단계 발달과정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의 발달단계를 알아야 합니다. 개의 발달단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1945년 메인 주에 위치한 미국 최대 규모의 유전학 연구기관인 잭슨연구소(Roscoe B. Jackson Memorial Laboratory)에서 시작됐습니다. 연구소의 일원이었던 존 스콧 박사와 존 풀러 박사는 비글, 바센지, 코커스파니엘, 셔틀랜드쉽독, 폭스테리어 등 5가지 견종 470마리를 대상으로 강아지의 행동발달을 연구해, 1965년 ‘개의 유전학과 사회행동학’이라는 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개의 행동발달 단계는 신생기, 이행기, 사회화기, 유년기로 분류됩니다. 그 중 평생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사회화 시기는 3~12주입니다. 최근에는 견종과 개체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16주까지를 사회화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 동물이든 사회화 시기 동안에는 안전한 환경에서 동종 동물들과 주로 지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아주 큰 자극이 아니라면, 처음 보는 대상에 대해 두려워한다기 보다는 호기심을 갖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사회화 시기 동안에는 어떤 환경과 대상이 안전한지를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 만나는 동종 동물들을 두려워한다면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사회화 시기가 끝나고 나면 동물은 더 자유롭고 독립적인 활동을 하게 됩니다. 이때는 오히려 새로운 대상을 만났을 때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기 보다는 두려움을 갖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됩니다. 사회화 시기 때 경험하지 않은 대상은 안전하지 않거나 동종 동물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만약 사회화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면 안전한 동종 동물에게까지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사회화 시기에 다양한 장소, 대상, 사람, 동물들을 두려워 하지 않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금씩 강도 높여가며 두려움 없애줘야 해
이런 이유로 낯선 사람이나 강아지를 보고 짖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어떤 시기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사회화 시기를 겪고 있는 16주 내의 강아지가 처음 만나는 대상에 대해 너무 두려워한다면 정상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그래서 훨씬 더 세심하게 행동을 관찰하며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의 자극을 맛있는 간식과 함께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계속해서 그런 행동이 지속된다면 동물행동전문수의사의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생후 16주 이후의 사회화 시기가 끝난 강아지라면, 이미 대상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화 교육이 소용 없습니다. 이미 모르는 사람과 개를 보면 두려워서 짖고 공격성을 보이는 반려견에게 많은 사람과 개를 만나게 하는 것은 ‘홍수 요법’이 돼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홍수요법은 예를 들면 거미를 무서워하는 사람과 물지 않는 거미 1000마리를 함께 방에 가두고, 거미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으로, 오히려 두려움을 더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민감성소실역조건화(DSCC₩DeSensitization CounterConditioning)’ 방법이 필요합니다. 두려운 자극을 아주 낮은 강도에서 높은 강도로 서서히 높여가며 경험하게 하면서, 긍정적인 보상과 연결지어 두려움의 심리 상태를 바꾸는 것인데요.
거미를 무서워하는 사람을 예로 들자면, 살아있는 거미가 아닌 영화 스파이더맨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귀여운 거미 인형을 경험하게 하고, 유리 집 안에 있는 아주 작은 거미를 멀리서 보는 등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며 스스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를 ‘민감성소실’이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에서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고 나서, 거미 인형을 보거나 만지고 나서 선물을 주는 등의 적절한 보상을 준다면 거미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를 ‘역조건화’라고 합니다.
강아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낯선 개들 사이에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강아지가 짖으면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않기 때문에, 강아지의 입장에서는 ‘내가 짖으면 다가오지 않는다’를 배우게 됩니다. 그 상태로 낯선 사람을 마주치게 하면 공격성이 점점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뒤늦은 사회화 교육이 아니라, 가능한 대상을 피하되 민감성소실역조건화 방법을 통해 서서히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령, 강아지가 무서워하지 않는 거리에서 사람이 나타났을 때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주면서 말이지요. 강아지가 무서워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점차적으로 거리를 좁혀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