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현상은 수수께끼로 가득차 있다. 암을 제압하는 것 이상의 어려운 문제다. 각국의 과학자들은 팀을 만들어 서서히 이 길을 열어가고 있다. 그 최신성과를 알아본다.
의학에는 두가지 길이 있다. 그하나는 임상코스. 이 코스는 눈앞의 병을 빨리 고치는데 중점이 두어져 수술은 어떤 방법이 최선인가, 또는 약은 무엇이 가장 잘 듣는가 라는 의료의 최전선이다.
따라서 원인불명이고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에 대해서도 포기함을 허용치 않는것이 임상의의 세계다.
또 하나의 코스는 병리다. 이쪽은 쥐같은 실험동물을 써서 병의 원인을 밝혀내거나 약을 개발하거나 하는것이 주된 일이다.
걸어가는 코스는 다르나 임상의와 병리학자가 스크럼을 짜고 연구에 나서면 의학은 크게 발전할 것이다.
일본의 한 연구단체는 이런체제로 지난 77년 '노화제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인류의 영원한 꿈이 걸린 이 조사연구의 그 동안의 성과를 살펴보자.
분명히 말해 노화를 완전히 컨트롤 할수는 없는 것이며 불로 장수의 실현이란 그야말로 꿈속의 꿈이다. 자연계에 살아가는 생물의 상태는 언제나 낡은것은 사라지고 그대신 새로운것이 나타난다. 이것이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의 섭리다.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가령 노화를 완전히 제어해 버리면 사라져야할 낡은 것이 넘쳐 생태계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우리가 목표하는것은 자연의 노화-그 자체를 막자는 것이 아니고 활력있는 노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노년이 되어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으며 천수도 누릴수 있다.
실제로 건강한 노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나이들면 왜 활력이 쇠해지는가? 그 체력구조의 해명이다. 또 하나는 노화를 촉진하는, 예를 들면 동맥경화라는 병을 어떻게 피할수는 없는 것인가, 그 수단을 찾아내는 것. 여기서는 뇌신경, 내분비, 면역의 분야별로 주목되는 조사연구를 하나씩 풀어본다.
뇌
뇌는 신경세포를 주체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뇌의 활동의 근간을 맡고 있는 것은 신경세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뇌의 신경세포는 대체 얼마만큼 있는가 하면 인간은 약 1백 40억개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태어났을때 이미 이 정도의 수가 갖추어져 있고 생애에 단 1개도 더 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늘지 않는것 만이 아니고 뇌세포는 20대부터 감소되어 갈 뿐이다.
신경세포의 특징인 긴 돌기도 줄어가는 경우가 많다. 실은 이 신경돌기가 노인둔화(노망)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보고있다. 돌기는 정보전달의 역할을 하는데 노인둔화의 뇌에서는 그 수가 상당히 감소하고 있다. 돌기의 감소는 정보전달량의 감소를 초래하여 노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먼저 사람의 정신활동과 직결되는 이 뇌신경분야의 노화제어연구부터 살펴보자.
●늙은 쥐의 신경돌기가 재생
뇌신경 돌기의 감소가 노망을 초래한다는 설이 정확하다면 역으로 말하면 신경돌기의 재생을 가능케할 수 있으면 노망을 방지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늙은 쥐에서 떼어낸 교감신경세포의 돌기를 재생하는데 성공한 케이스가 있다. 교감신경을 배양하여 시험관 안에서 이실험의 열매를 맺은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교감신경의 돌기를 재생가능케 한것은 '신경성장인자(NGF)'라는 호르몬. 51년에 발견된 단백질 이니까 그렇게 새로운 물질은 아닌 것이다.
타액선(唾液腺)에서의 분비물에 함유되어 있는 이 NGF를 1㎖당 10나노그램(1억분의 1g)분을 늙은 쥐의 교감신경세포에 떨어뜨리니까 돌기가 생겨났다. 그러나 생겨난 상태가 약해, 다음엔 10배인 1백 나노그램으로 늘리니까 돌기는 현저하게 생겨나 젊은 쥐의 그것과 같은 정도로 길게 뻗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실험결과 노화한 신경세포도 어떤 '영양인자'를 가하면 재생하는 능력을 발휘한다는것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교감신경세포의 돌기를 재생시키는 가능성이 있는 NGF와 같은 영양인자를 찾아내는것이 중요하다.
NGF는 불행히도 교감신경에만 작용하므로 중추신경, 부교감신경, 운동신경등에 활동하는 영양인자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인자가 얼마나 있는지 아직 확실치 않은 편이다.
뇌신경분야에서는 NGF이외의 영양인자를 발견하는 것-이것이 당면한 목표인것이다.
내분비
내분비 분야에서도 새로운 실험이 있었다. 갑상선호르몬과 수명과의 관계를 조사한 것이다. 이 관계를 본격적으로 조사한 예도 세계에서 처음이다.
갑상선호르몬-이 호르몬에 대해서는 플러스적인 면과 마이너스적인 면이 지적되고 있다. 세포의 신진대사를 활발히하여 발육을 촉진시키는 것이 플러스적인면. 마이너스적인 면은 노화를 오히려 빠르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토끼에 실험하여 주로 마이너스적인면을 실증해보았다.
실험은, 생후 얼마 안되는 토끼에 다량의 갑상선호르몬을 주사하여 체내의 갑상선기능을 저하시켰다. 생후 얼마 안되는 토끼는 갑상선기능이 아직 발달돼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 체외에서 갑상선호르몬을 계속적으로 넣어주면 갑상선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게 되어 스스로 분비하는 호르몬의 양이 적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갑상선기능을 저하시킨 토끼중에서 스스로의 호르몬분비량이 2분의 1인 농도 낮은 토끼를 택해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호르몬분비가 정상인 토끼와 생존율을 비교해 보니까 18개월 이후에서는 농도낮은 토끼쪽이 생존율이 높아졌다. 생존기간도 농도 낮은 토끼쪽이 길며 거의 천수를 다했다. 이로서 갑상선호르몬에 노화속도를 빠르게 하는 활동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지금까지 소개한 두가지의 조사연구는 쥐나 토끼등의 동물을 사용한것이나 면역분야는 사람의 세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면역
면역이란 체내에 침입한 병원체 등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작용이다. 한번 홍역에 걸리면 두번은 걸리지 않는 것은 이 작용때문이다. 그 기구는 1천억개 이상의 세포로 구성되고 무게로 환산하면 약 2㎏정도된다. 이런 세포가 체내에 흩어져있어 총 방위능력은 백만 종류의 적을 요격할수 있을 정도다.
나이가 들면 이 능력이 쇠하여 젊은이라면 극복할수 있는 폐염 등의 병으로 사망하는 케이스가 적지않다. 이러한 노인의 면역 메카니즘을 해명하려고 시도해본다.
면역계(免疫系)의 임파구(球) 세포는 여러 종류가 있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암세포를 죽이는 NK(내쳐럴 킬러)세포, 병원체 등의 항원(抗原)에 대한 항체를 만들도록 지령하는 T세포, 항원에 싸움을 걸어 녹여 죽여버리는 B세포 등이다. 이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생체의 방위기구를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기능저하가 초래된 임파구세포가 나타나 방위기구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그렇게되면 항원에 대한 반응이 이상해져 전혀 엉뚱한 다른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밸런스가 무너져 방위기구의 기능이 빗나간 반응이란 예를 들면 T세포의 일종으로 항체를 만드는 사령역인 헬퍼 T세포의 경우는 다음과 같은 상태다.
지금까지 나이가 들면 헬퍼T세포의 활동이 약해지므로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레이저광선과 전산기를 도킹시킨 최신 측정장치를 써서 T세포군을 분석한 결과 실태는 역으로 헬퍼 T세포의 활동은 오히려 활발해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항체를 만들도록하는 명령세포의 세력이 강해지면 과잉반응을 일으키기 쉬운 체질이 된다. 자기면역질환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되어 류머티즘 등의 항원병을 발생케한다. 방위기구가 언밸런스이기때문에 이러한 자기면역질환만이 아니고 암 같은것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그러므로 연구진들은 임파구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미네이트한 것은 인터페론을 비롯하여 10종 이상이다. 그 중에서 노화에 따른 면역기능저하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발견되면 건강한 노인이 되도록하는 작업과정은 거리가 훨씬 좁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