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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머스크의 ‘팰컨헤비’ 드디어 우주로

2월 6일 오후 3시 45분(미국 시간)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헤비가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이륙하고 있다.

 

 

“텐, 나인, 에잇, 세븐, 식스,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제로!”

 

2월 6일 오후 3시 45분(미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팰컨헤비(Falcon Heavy)’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발사대를 박차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관제실에서는 흥분 섞인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로켓의 패러다임을 바꾼 새로운 로켓 시대의 시작이었다.

 

보잉747 18대 맞먹는 추력


높이 70m, 폭 12.2m, 무게 1420t(톤)인 초대형 로켓 팰컨헤비는 미국의 민간우주업체인 스페이스X가 개발한 것으로 현재 인류가 운용 중인 로켓 중 가장 크다.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화물선 ‘드래곤’을 실어 나르던 ‘팰컨9’ 3기를 일렬로 세운 형태다. 필 라슨 스페이스X 대변인(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교수)은 “팰컨9이 대부분의 우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팰컨 헤비는 인류의 모든 우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팰컨헤비의 가장 큰 특징은 막강한 추진력이다. 로켓 3기에 장착된 엔진만 27개다. 이들 엔진이 동시에 점화되면서 팰컨헤비를 하늘로 밀어 올리는 추력은 2267t이다. 보잉747 여객기 18대가 한 번에 내는 힘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세계 최강 로켓으로 꼽히던 ULA(United Launch Alliance)의 ‘델타4 헤비’보다 추진력이 2배 이상 크다.

 

로켓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은 탑재체 중량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고도 200~300km의 지구 저궤도에는 63.8t을 보낼 수 있다. 이는 최대 250명이 탑승할 수 있는 보잉737 여객기에 승객, 승무원, 화물과 연료를 가득 채운 무게다. 델타4 헤비와 비교해 탑재 중량은 3배다.

 

사이드로켓 2기 회수 성공


팰컨헤비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로켓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로 하단의 1단 로켓을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팰컨헤비의 발사체 3기 가운데 중앙의 코어로켓은 새로 제작했지만, 양 옆의 사이드로켓 2기는 재활용 발사체다.

 

팰컨헤비는 이륙 2분 33초 뒤 사이드로켓을 분리했고, 이륙 3분 뒤 자상 관제소는 ‘분리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데이비드 보위의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가 울려 퍼지며 분리 성공을 자축했다. 두 로켓은 이륙 7분 58초 뒤 지구로 돌아와 케네디우주센터의 랜딩 존 1, 2에 사뿐히 내려앉는 데 성공했다.

 

사이드로켓이 분리되고 34초 뒤 코어로켓도 분리됐다. 코어로켓은 바다를 착륙 지점으로 삼고, ‘나는 물론 여전히 너를 사랑해(Of Course I Still Love You)’라는 이름의 무인 해상 플랫폼에 안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착륙 당시 엔진 2개가 정상적으로 점화되지 않으면서 목표 지점에서 90m 떨어진 바다에 빠졌고, 아쉬운 ‘절반의 성공’으로 기록됐다.

 

스페이스X는 그간 발사체 재활용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꾸준히 테스트해왔다. 지금까지 23차례 발사체를 회수했고, 이 중 6기를 재활용했다. 로켓을 재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발사 비용 절감이다. 박창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팰컨 시리즈의 경우 착륙을 위해 착륙 다리, 자세 제어 시스템, 추가 연료 등 부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지구로 회수한 로켓을 점검한 뒤 다시 발사에 사용하면, 1회 발사 비용을 30% 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퇴역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발사에는 회당 약 1조5000억 원이 들었다. 이번에 스페이스X가 팰컨헤비 발사에 쓴 비용은 1627억 원 수준이다. 델타4 헤비의 발사 비용(약 4340억 원)과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로켓 발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기술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ULA는 2023년을 목표로 재사용 로켓 ‘벌컨(Vulcan)’을 개발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1단 로켓 전체를 재사용하는 스페이스X와 달리 엔진만 회수한다. 엔진만 분리시킨 뒤 낙하산을 이용해 천천히 지상으로 귀환시키고 이후 헬리콥터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엔진은 1단 전체 비용의 65%를 차지한다.

 

박 선임연구원은 “1단 전체를 재활용하는 스페이스X에 비해 비용 절감 폭은 적다”면서도 “스페이스X의 경우 재착륙을 위한 여분의 연료만큼 탑재 용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기술마다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뉴질랜드의 민간기업 ‘로켓랩’은 1월 21일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로켓인 ‘일렉트론(Electron)’을 발사했다. 일렉트론은 소형위성 전용 로켓으로 3만 여 개의 로켓 부품을 1000여 개로 대폭 줄였다.

 

또 엔진을 포함한 로켓 부품을 3D프린터와 탄소섬유로 제작해 비용을 줄였다. 일렉트론에 사용되는 엔진 1기는 24시간 안에 3D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으며, 발사체 1기에는 총 10기의 엔진이 들어간다. 이렇게 설계한 일렉트론의 발사 비용은 490만 달러(약 52억 원)로, 지상 500km 궤도에 150kg급 소형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다.

 

 

 

‘스타맨’ 태운 스포츠카, 화성으로

 

이번 팰컨헤비 발사에는 볼거리도 풍성했다. 목표 지점에 도착한 팰컨헤비 상단의 페어링(보호 덮개)이 분리되면서 탑재체의 정체가 공개됐다. 탑재체는 인공위성이 아니라 빨간색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였고, 로드스터에는 스페이스X의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 ‘스타맨(starman)’이 타고 있었다.

 

이 차는 스페이스X의 창립자이자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직접 운전하던 차다. 스타맨은 두툼한 우주복 대신 스페이스X가 자체 개발한 얇은 ‘패션 우주복’을 입었다. 머스크는 지난해 이와 동일한 우주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기도 했다.

 

스타맨이 선택한 ‘우주 드라이빙’ 음악은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였다. 이 노래는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1969년에 발표됐으며, 가상의 우주비행사인 톰 소령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향하는 내용이 담겼다(노래 속 톰 소령은 지상관제소와 교신이 끊기며 불행한 결말을 맞는다).

 

로드스터의 대시보드에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첫 머리에 나오는 ‘당황하지 말라(Don’t panic)’라는 재치있는 문구를 달아 보는 재미를 더했다.

 

로드스터는 고도 7000km의 타원궤도에 도달한 뒤 2단 로켓과 분리됐으며, 지금은 관성에 의해 초속 11km로 화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별다른 장애물이 없다면 수개월 뒤 화성궤도에 도착해 화성을 따라 태양 주위를 계속 돌게 된다.

 

팰컨헤비의 최종 목표는 화성까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것이다. 머스크는 평소 “화성에서 은퇴하고 싶다”며 “인류가 여러 행성에서 거주하는 다행성족(multiplanetary) 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팰컨헤비는 지구 상공 3만5800km 정지궤도(GTO)까지는 26.7t을 보낼 수 있고, 화성까지는 16.8t, 명왕성까지는 3.5t을 실어 나르도록 설계됐다.

 

머스크는 팰컨헤비 발사 성공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로드스터는 화성 궤도를 넘어 소행성대(asteroid belt)까지 계속해서 날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화성에 인류를 정착시키기 위한 계획을 구상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빅 팰컨헤비 로켓(BFR)’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팰컨헤비는 NASA의 차세대 로켓인 ‘우주발사시스템(SLS)’이 완성될 때까지는 최고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SLS는 탑재 중량이 팰컨헤비의 2배에 이르는 127t을 지구 저궤도까지 올려놓는 게 목표다. 첫 발사는 당초 2017년이었지만 계속 연기됐고, 2020년 이전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우주 개발 시대 활짝


팰컨헤비 발사 성공으로 우주의 상업화도 탄력을 받게 됐다. 상업용 로켓 발사, 우주정거장, 우주 호텔 등 다양한 우주 상품이 개발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인터넷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소유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은 팰컨헤비보다 큰 대형 로켓 ‘뉴글렌(New Glenn)’을 개발하고 있다. 베조스는 매년 아마존 주식을 10억 달러(약 1조822억 원)씩 팔아 블루오리진의 우주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뉴글렌의 목적은 달에 화물 우주선을 보내는 일이다. 탑재 중량을 늘려야 하는 만큼 최대한 크게 제작하고 있다. 뉴글렌 3단의 경우 지름 7m, 높이 95m에 이르는 초대형 로켓이 된다.

 

 

우주 관광용으로 개발 중인 로켓 ‘뉴 셰퍼드’는 이미 5차례 시험 발사를 끝냈다. 실제 관광객을 싣고 다녀올 수 있도록 수직으로 이착륙하며, 우주여행 비용은 2억2000만 원 정도다.

 

우리나라는 2026년부터 민간 우주기업의 활약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026년 민간 발사 서비스를 개시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중·소형 위성 발사를 민간이 주도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2월 5일 국가우주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대통력 직속위원회로 5년 주기로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김성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과장은 “우주 개발 사업을 이끌어 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을 차츰 줄이고 민간 기업의 역할을 키우자는 것이 앞으로 국내 우주 개발의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명예교수는 “우주산업의 발전에 있어서 정부의 지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계가 우주개발에 관심을 가질 만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초기 단계부터 민간 이전을 고려해 개발을 진행해야 향후 민간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권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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