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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 독자여러분! 저는 동남아시아 뉴기니아의 밀림 속에 사는 개구리입니다. 3월 5일이 경칩(驚蟄)이라 이렇게 한국에 초대돼 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늘 여름 날씨라 개구리가 동면을 마치고 깨어난다는 절기인 경칩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당장 저도 동면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정말 춥네요.
몸길이 7.7mm
그런데 제가 왜 한국에 초대됐는지 궁금하시다고요? 하긴 한국에도 참개구리, 청개구리, 두꺼비, 맹꽁이 이렇게 개구리 종류가 많은데 말이죠. 사실 사람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존재 자체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의 크리스토퍼 오스틴 교수팀이 파푸아뉴기니의 밀림을 뒤져 저희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무척 좋아하더군요. 지난 1월에는 ‘플로스 원’이라는 꽤 알아주는 학술지에 저희에 대해 논문까지 게재했습니다. 개구리 신종을 하나 찾았다고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요? 사실 저도 그 논문을 보고 저희가 정말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개구리 5000여 종(물론 사람이 발견한) 가운데 몸이 가장 작다는군요. 물론 저희가 작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가장 작은 종류일지는 몰랐습니다. 아무튼 저희는 다 자라도 몸길이(주둥이에서 엉덩이까지)가 평균 7.7mm랍니다.
사실 저희 몸집은 작은 동전보다도 더 작습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미국 10센트 동전(dime) 위에 앉아 있는 제 모습이 보일 겁니다. 10센트 동전은 지름이 17.9mm나(!) 되죠. 앉아 있기에 넉넉하더군요. 참고로 10센트 동전은 새로 나온 10원짜리와 크기가 비슷합니다.
저희 이전까지 가장 작은 개구리 기록을 갖고 있던 종은 평균 몸길이가 저희보다 1mm 더 길었다더군요. 사실 우리 둘은 서로 가까운 친척입니다. 사람들이 붙여준 학명은 저희가 페도프리네 아마우엔시스(Paedophryne amauensis )이고 그 친구들이 페도프리네 데코트(Paedophyryne dekot )입니다. 같은 속(屬)이죠. 사실 저희는 개구리 뿐 아니라 척추동물 가운데서도 가장 작은 종으로 기록됐습니다. 이전에는 물고기가 기록 보유자였다네요.
그렇다면 가장 큰 개구리는 어떤 종류일까요? 황소개구리 아니냐고요? 물론 그 녀석도 엄청 크기는 크죠. 하지만 기록 보유자는 아프리카 카메룬에 사는 골리앗개구리(goliath frog)입니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 아시죠? 이 친구는 몸 길이가 무려 33cm에 몸무게도 3kg이나 나간다는군요. 눈알 크기도 2.5cm나 되니 정말 왕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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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다리뼈는 통뼈
기운 센 사람을 ‘통뼈’라고 부른다지요? 팔과 다리를 보면 몸통에 가까운 쪽은 뼈가 하나지만(팔은 위팔뼈, 다리는 넓적다리뼈라고 부르죠) 먼 쪽은 두 개로 갈라져 있잖아요(팔은 자뼈와 노뼈, 다리는 정강뼈와 종아리뼈). 그런데 힘이 센 사람은 왠지 이 두 뼈가 하나로 합쳐져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통뼈라는 말이 생긴 거 같아요. 물론 아무리 기운 센 사람이라도 진짜 통뼈인 건 아니죠.
그런데 개구리 다리는 정말 통뼈랍니다. 정강뼈과 종아리뼈, 발목뼈가 하나로 합쳐져 있지요. 그리고 발허리뼈(발목과 발가락 사이의 뼈)도 길어졌죠. 왜 그러느냐고요? 바로 점프 때문입니다. 사실 개구리 하면 떠오르는 게 점프죠. 정말 저희 몸의 구조는 뛰어오르는 데 가장 적합하게 진화해왔다고도 볼 수 있답니다. 먹이나 천적을 만났을 때 점프하는 능력은 개구리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사실 개구리는 척추동물 가운데 상대적으로(몸집에 비해서) 가장 높이 뛰는 동물입니다. 그렇다면 개구리 가운데 멀리뛰기 왕은 누구일까요? 호주에 사는 줄무늬로켓개구리(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죠)는 자기 몸길이의 50배가 넘게 도약할 수 있습니다. 몸길이가 5.5cm이니 2m가 넘게 뛰는 셈이죠. 도약할 때 가속도는 중력가속도의 2배나 됩니다. 이 친구는 롱다리라 몸매도 늘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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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 먹는 개구리?
개구리 종류가 많다보니 별 친구들이 다 있습니다. 제 옆에 있는 이 친구처럼요. 네? 안 보인다고요? 그럴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있는 줄 몰랐으니까요. 회색나무개구리(gray tree frog)인데 나무 껍질 위에 있습니다. 숨은그림찾기놀이를 하는 것 같네요.
위장술에 뛰어난 개구리들은 보통 야행성입니다. 낮에 잘 때 천적이 알아보지 못하게 이런 위장술을 진화시켜온 것이죠. 이 녀석들은 주위 색에 맞춰 피부색을 바꿀 수 있답니다.
그나저나 경칩에 개구리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짝짓기입니다. 암컷 위에 올라탄 수컷이 알을 낳으라고 보채면 암컷이 알을 낳고 수컷은 얼른 정액을 뿌리죠. 개구리 알들이 투명한 젤리 같은 덩어리 안에 들어있는 모습은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알에서 발생해 나온 올챙이는 안타깝게도 대부분 천적들에게 잡아먹힌답니다. 그러다보니 개구리 가운데는 올챙이를 돌봐주는 종류도 있어요. 뒷주머니개구리(hip-pocket frog) 수컷은 엉덩이에 달린 주머니에 올챙이를 넣고 변태해 개구리가 될 때까지 돌봐주지요.
어떤 개구리는 자기가 낳은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를 잡아먹습니다. 끔찍하다고요? 너무 놀라진 마세요. 이 친구들은 위 속에서 올챙이를 키워 개구리로 변태시킨 뒤 다시 토해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름도 위부화개구리(gastric-brooding frog)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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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채로 동면하기도
저 같은 열대지역에 사는 개구리야 1년 365일 돌아다니지만 온대지방이나 냉대 지방에 사는 개구리들은 동면을 하니 부러워해야할지 동정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저를 한국에 불러놓고 아직도 자고들 있는지 한국 개구리는 한 친구도 안 보입니다. 그런데 동면을 하는 개구리 가운데 네 종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고 합니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따뜻한(온도가 영상이라는 뜻이죠) 물속이나 땅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예 동태가 되는 길을 자청한다고 합니다. 심장이 멈추고 뇌사 상태가 된다는군요.
이런 친구 가운데 하나가 캐나다에 사는 숲개구리인데 캐나다 카를레톤대 생화학자인 자넷 스토레이 교수가 20여년 동안 이 친구를 관찰해 마침내 동면에 들어가는 메커니즘을 밝혀냈습니다. 개구리 몸 전체가 꽁꽁 어는 것은 아니라 몸속의 물 가운데 65% 정도가 얼음으로 바뀐다네요. 주위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피부 아래부터 얼음결정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간에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면서 혈당수치가 평소의 100배 이상으로 급증합니다. 포도당은 혈관을 타고 주요 장기와 근육으로 이동해 세포 속으로 들어가죠. 세포가 얼지 않게 세포 속을 ‘진한 설탕물’로 만들기 위해서랍니다. 소금물이나 설탕물은 0℃가 돼도 얼지 않고 온도가 더 낮아야 어는데 이를 ‘어는점 내림’이라고 부릅니다.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면 혈액 내에서는 농도가 떨어지므로 결국 혈관은 얼게 됩니다. 따라서 심장이 멈추죠. 이와 동시에 세포와 장기를 둘러싼 체강도 언답니다. 그렇다면 겨우내 얼어있던 혈관이 봄에 해동될 때 손상되지 않을까요? 숲개구리의 혈관벽에는 피브리노겐이라는 혈액응고를 촉진하는 단백질이 고농도로 존재합니다. 해동과정에서 혈관이 손상되면 이 단백질이 즉시 내벽을 격자처럼 감싸서 피가 새지 않게 해 혈관의 추가적인 파열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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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학 연구에 큰 기여해
개구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중고교 시절 과학실험 시간에 하는 개구리 해부일 겁니다. 어떻게 살아 있는 개구리를 해부하냐며 눈물을 보이던 소녀들도 막상 해부를 시작하면 “이게 위구나! 이게 간이구나!”하면서 팔을 걷어붙인다는군요. 요즘은 불필요한 동물실험은 일종의 학대라는 관점이 널리 퍼지면서 학교에서 개구리 해부 시간이 없어지는 추세라 다행입니다.
사실 개구리는 이런 학습 목적 말고도 과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답니다. 18세기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루이기 갈바니가 죽은 개구리 뒷다리에 전극을 꽂고 전류를 흘려주자 다리가 꿈틀거리는 현상을 발견한 건 유명한 실험이죠. 이 관찰을 토대로 갈바니는 동물의 신경계가 전기신호를 통해 작동한다고 추측했죠.
과학에서 개구리가 가장 큰 기여를 한 분야는 발생학이 아닐까요. 수정란에서 완전한 형태의 개체가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과정을 규명하는 데 개구리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니까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쥐도 발생학을 연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미 쥐의 자궁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닭은 알에서 발생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훨씬 낫지만 불투명한 껍질이 있어서 역시 장애가 됐죠. 그런데 개구리 알은 딱딱한 껍질도 없고 발생 시간도 짧기 때문에 이런 저런 조작을 하면서 발생과정을 연구하기에 좋은 대상이었죠.
1960년대부터 발생학 연구에 이용된 개구리가 바로 아프리카발톱개구리(african clawed frog)입니다. 뒷발 발가락 3개에 검은 발톱이 달려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죠.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던 이 친구가 채택된 건 실험에 유리한 특성 때문이지요. 키우기 쉬운데다가 알도 커 실험하기 좋지요. 또 올챙이도 투명해 혈관의 분포도 훤히 보인답니다. 그렇지만 단점도 있는데 염색체가 4배체라 복잡한데다 한 세대가 1~2년으로 긴 편이죠.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과학자들은 친척인 서부발톱개구리(western clawed frog)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 친구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와 특징이 비슷하면서도 몸집이 작고 4개월이면 다 자라 세대가 짧아 연구시간을 줄일 수 있지요. 또 게놈도 2배체입니다.
지난 2010년 양서류로는 최초로 개구리의 게놈이 해독됐는데 바로 서부발톱 개구리였죠. 분석 결과 단백질을 지정한 유전자가 2만 개가 좀 넘어 사람과 비슷했답니다. 또 사람의 질병 유전자에 해당하는 유전자가 최소한 1700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양서류와 유양막류(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3억 6000만 년 전에 갈라진 걸 생각해보면 둘 사이의 유사점이 꽤 크죠. 아무튼 아프리카 발톱개구리의 입장에서는 실컷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진 셈이니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를 잡고나면 사냥개도 잡아먹는다)’이란 사자성어가 생각나겠네요.
하나 둘 사라지는 친구들
지구상에는 두꺼비를 포함해 개구리로 불리는 친구들이 5000여 종 있답니다. 꽤 많은 숫자이지요. 그런데 안 좋은 소식이 있어요. 다시는 볼 수 없는 종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죠. 지난 30년 동안 지구상에서 사라진 개구리는 확인된 것만 120종이 넘는답니다.
이 가운데는 온 몸이 짙은 주황색으로 번들거리는 황금개구리도 있어요. 참 멋진 친구였는데 1989년을 끝으로 더 이상 모습을 볼 수 없답니다. 앞에 소개한 위부화개구리도 1983년 이후로 사라졌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그렇다면 개구리가 왜 이렇게 급속히 사라져 갈까요. 그건 개구리가 환경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양서류, 즉 물과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물체랍니다. 따라서 수생 환경이나 육생 환경 가운데 하나라도 나빠지면 바로 영향을 받는것이죠.
게다가 사람들이 만들어낸 각종 유해물질이 개구리들을 괴롭히고 있어요. 개구리의 피부는 정말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유해물질에 속수무
책이랍니다. 알다시피 개구리는 피부로도 호흡을 할 수 있잖아요. 그건 피부가 산소나 물이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구조란 뜻이죠. 그러다보니 유해물질도 피부를 통해 쉽게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개구리의 천적 항아리곰팡이도 약한 피부에 침투해 우리를 괴롭히는 녀석이죠. 여러분들이 항아리곰팡이를 없애는 약을 만들어줄 수는 없나요? 한참 얘기를 하다 보니 한국의 개구리들이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군요. 가서 만나봐야겠네요. 한반도에서 개구리가 사라진 경칩을 맞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도 많이 도와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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