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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의 의미와 중요성, ‘학종’ 선발 왜 늘어나나

좋은 학교생활기록부 만들기 1

 

 

 

모든 교과 과목의 성적이 98점으로 똑같은 친구가 두 명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두 명의 성적은 동일하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내용에 있어서 A학생은 트와이스를, B학생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성향과 능력을 가진 학생일 수 있다. 과거에는 대학이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교과 성적이나 수능 성적과 같은 정량적인 결과로 지원자의 우수성을 평가했다. 그래서 성적이 동일한 A학생과 B학생은 평가도 동일하게 받았다.

 

 

같은 성적, 다른 학생을 알려주는 학생부
두 친구는 성적은 같지만 좋아하는 가수가 다른 것처럼 어떤 책을 읽었는지, 장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꿈을 향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학생들의 ‘다름’을 반영하기 위해 현행 대학 입시제도는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변화를 꾀했다.

 

대학은 여러 전형 요소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선발한다. 대학들이 다양한 전형을 실시하는 목적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전형 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다면평가를 말한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겪어온 3년간의 시간, 즉 학교생활의 모든 과정을 통해 학생 개인을 평가하고 선발하는 것이다. 이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 자리 잡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학생부는 학생과 3년의 시간을 보낸 여러 교사가 기재한 학생 개인의 진솔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우수인재 가린다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인원은 2016학년도 6만 7631명에서 2018학년도에는 8만3231명으로 늘었다. 2019학년도에는 8만4764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특히 11개 주요 대학의 경우 2019학년도 전체 선발 인원의 44.9%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는다.

 

 

이렇게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까닭은 과정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학생들이 실제로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우수한 학업 역량을 발휘하거나, 외부 활동 및 취업 등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7년 3월, 서울 소재 10개 사립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여기서 대학마다 입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종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의 중도 탈락률(대학 입학 뒤 자퇴) 평균을 보면, 수능 전형으로 뽑힌 학생들은 6%였으나 학생부교과전형은 3.1%, 학생부종합전형은 2.5%로 낮았다. 대학 성적도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이 논술이나 실기, 수능전형 합격자보다 높았다.

 

 

숙명여대가 2011학년도 입학생들의 전형별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도 입학사정관전형(현재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취업률(70.6%)이 정시(수능)와 논술 전형의 취업률(약 60%)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은 수능 위주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중도탈락률은 낮고, 학업성취도와 취업률은 높은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요소와 선발 방법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대학들은 각기 다른 선발 기준과 비중을 가지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 학교의 인재상, 설립 이념, 학교나 학과별 특색을 통해 대학이 갖고 있는 우수함의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개별 기준 외에 대학마다 공통으로 포함하는 평가 기준은 학생의 학업 역량과 성장 가능성, 인성 및 공동체 의식, 성실성과 지적 열정 등이다. 지금 당장의 역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 보여줄 수 있는 앞으로의 역량이자 가능성이다.

 

 

 

점수로는 알 수 없는 역량까지 본다
미래의 역량과 가능성은 단순히 점수만 봐서는 확인할 수 없다. 내신이 2등급인 학생의 다음 학기 성적을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1학년 1학기에 4등급이던 학생이 2학기에는 3.3등급으로, 다음 2학년 1학기에는 2.8등급으로, 또 그 다음 학기에는 2.5등급으로 꾸준히 성적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다면 성실성과 지적 열정을 지닌 학생이기에 다음 학기에도 성적이 상승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과 또한 마찬가지다. 봉사 시간과 독서 목록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봉사를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 독서를 하게 된 이유와 읽고 난 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이고 맥락에 맞춰 판단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각각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평가한다. 동아리 활동에서는 특별한 학업적 성과를 냈지만 내신 성적이 지나치게 낮은 학생이 있다면, 하고 싶은 공부만 하는 불성실한 학생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여러 영역에서 지나치게 다양하고 과장된 관심사를 보이는 학생은 그 기록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 대한 평가가 최대한 공정한 기준을 가지고 지속됐기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 학생들의 종단 연구 결과가 통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학들은 이러한 결과와 정부 방침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도 ‘학종’의 연장선
통합과학 같은 개정 교육과정과 새로 도입이 예고된 고교학점제도 이런 취지의 연장선에 있다. 통합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 아니라 과목이 서로 녹아들어 융합적·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교과를 선택하고 강의실을 다니며 수업을 듣는 방식인 과목선택제를 토대로, 일정 학점을 들으면 졸업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앞으로 고교생들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을 넘어, 그것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하는 공부를 하게 된다. 그 과정은 학교생활기록부에 특정한 형태로 기록될 것이고,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그 기록을 통해 학생들을 이해하고 진단할 것이다. 따라서 학생부에는 얼마나 성실하게 고교생활을 보내왔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또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부는 선생님의 평가이지만 학생이 고교 생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원하는 내용이 적힌 자신만의 학생부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만의 학생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합격하는 학생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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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전구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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