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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 기계가 일으키는 초대형혁명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탄생한 신기술

미래에는 동전보다 작은 초소형 기기들이 지금의 거대 장치를 몰아낼 전망이다. 초소형 제조기술, MEMS가 발전돼 여러 분야에 응용되면서 말이다. 그런데 MEMS는 반도체칩의 공정과정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혈관에 삽입된 초미세 로봇이 인체 내 환부를 찾아 손상된 세포를 복원하는 영화 속 얘기 같은 미래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먼지와 같은 초미세 센서들을 적지에 뿌려 이들로부터 적군의 동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 미래의 전장은? 또는 의복이나 장신구, 신체부착물에 분산 장착돼 있는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교환하고 처리하는 미래 정보통신의 혁명은 어떨까.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각종 첨단장비들이 우선 초소형화돼야 한다. 그러려면 그 안을 구성하는 각종 부품들이나 장치들도 함께 작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초소형화 연구의 중심에 MEMS가 있다. MEMS는 과연 어떤 기술일까.


자동차 에어백에서 이미 상용화

MEMS는 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의 약어다. 이 말을 그대로 번역하면 마이크로 전자기계 시스템으로, MEMS는 수μm(${10}^{-6}$m)-수mm의 초소형 시스템 제조 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머리카락의 몇분의 1배 또는 몇배 정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재 개발중인 첨단 초소형 장치 개발에는 MEMS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MEMS 기술은 오늘날의 정보통신 혁명을 가져온 실리콘 반도체의 집적화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반도체칩은 작은 공간 속에 점점 더 많은 전기회로의 요소들을 몰아넣도록 발전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각종 정보통신 기기들이 날이 갈수록 눈부시게 소형화되고 고성능화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1980년대 초반 전기회로만을 집적화시키는 반도체칩의 이같은 장점을 기계부품까지도 확장시켜보자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바로 MEMS가 출범한 것이다. MEMS는 단순한 소형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즉 전자, 기계 부품을 소형화시켜서 이를 조립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기회로를 한곳에 모아놓은 반도체칩처럼 일련의 공정과정을 거쳐 각종 전자, 기계 소자들을 한곳에 모아 칩화시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MEMS는 실리콘 반도체의 일괄제조 공정과 같은 방식으로 초소형 부품을 제조하고 이를 칩 위에 묶은 초소형 시스템을 의미한다.

현재 MEMS는 전자기계소자 뿐 아니라 광, 화학, 생물 소자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이 하나의 칩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반도체칩을 통해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을 대신하는 정보통신의 혁명과는 또다른 차원의 혁명이 우리 생활에 다가올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우선 장비가 점점 소형화돼 휴대성이 증가한다. 또한 반도체칩처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해진다. 따라서 이전까지 대중화되지 못했던 장비들을 누구나 소유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

실제로 MEMS가 적용돼 현재 상용화된 경우를 통해 이 점을 확인해보자. 차량에는 에어백이 터지는 순간을 감지하는 가속도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 가속도 센서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어마어마하게 줄일 때 큰 가속도를 감지해서 자동으로 에어백이 터지도록 한다.

1995년 미국의 아날로그디바이스사가 이 가속도 센서를 마이크로 규모로 제조했다. 그리고 현재 빠른 속도로 기존의 방식에서 MEMS 방식으로 교체되고 있다. 그 까닭은 마이크로 가속도 센서가 규모도 작고 제조 비용도 상당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은 약 50달러가 소요됐지만 마이크로 가속도 센서는 단지 5-10달러 정도로 비용을 낮췄다. 뿐만 아니라 좀더 기능적이고, 성능도 더 믿을만하다.

MEMS 기술은 더 나아가 새로운 형태로 개인과 결합된 정보통신기기, 센서, 의료기기, 오락기기, 개인 서비스용 기기들을 탄생시킬 것이다. 앞으로 정보기술, 나노기술, 바이오기술과 결합해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초소형 장비가 우리를 맞이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반도체 기술이 확장된 MEMS로 어떻게 각종 요소들을 칩에 올려놓는 것일까. 20여년 전 MEMS가 반도체 기술로부터 탄생됐지만, 전기회로와는 성격이 다른 요소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분명히 기존 반도체 칩과는 성격이나 공정과정이 달라야 한다.
 

동전보다 작은 초소형 첨단장비 를 제조하는 MEMS는 단지 부품을 작게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붕 떠있고 움직이는 초소형 모터

가장 큰 다른 점은 칩 위에 올려지는 MEMS는 3차원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반도체칩은 전자소자와 회로가 평면상에 집적된 2차원적인 구조를 갖는다. 단지 실리콘 표면 위에 각종 요소들을 그려넣는 것과 같다. 그러나 MEMS는 칩 위에서 돌아가는 모터와 같이 움직이는 요소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3차원 구조를 띤다. 표면에 착 달라붙어있지 않고 공간에 ‘붕’ 떠있는 구조물을 제조한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칩보다 확장된 공정과정이 필요하다.

MEMS 기술은 어떻게 3차원 구조물을 제조해낼 수 있을까. 우선 반도체칩의 공정과정을 알아보자. 반도체칩에 회로를 그려넣는 방법은 사진현상과 비슷하다. 칩을 구성하는 밑바탕인 실리콘 기판(실리콘 웨이퍼) 위에 금속막을 균일한 두께로 증착시켜 금속층을 형성시킨다. 다시 그 위에는 빛에 민감한 감광재료(photo resister)를 고르게 퍼지도록 해서 감광층을 만든다. 그런 후 반도체 기판에 표현할 각종 회로가 그려진, 사진에서 필름 역할을 담당하는 마스크를 실리콘 기판 위에 가까이 가져간다. 다음으로 마스크 위에서 자외선을 쏘여준다. 그러면 자외선에 쪼인 부분의 감광층이 화학적으로 바뀐다. 그런 후 사진에서 현상을 할 때처럼, 반도체 기판을 현상액에 넣으면 빛이 쪼인 부분의 감광재료가 녹는다. 따라서 그 아래에 있던 금속 부분이 바깥으로 노출된다. 이때 드러난 금속부분을 녹이고 다시 남아있는 감광층을 없애면, 실리콘 기판 위에 금속 패턴이 형성된다. 바로 이것이 반도체칩 공정과정이다(그림1).

이같은 공정과정이 MEMS의 3차원 구조물을 형성시킬 때 그대로 이용된다. 다만 공정과정에서 반도체칩과 다른 점은 중간에 빈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공정과정에서 사라지는 층(희생층)과 실제로 남게 되는 구조물층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반도체 기판 위에 희생층을 씌우고, 다시 그 위에 구조물층을 만들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든 후, 희생층을 없애면 옆면에서 봤을 때 가운데가 빈 3차원 구조물이 형성된다.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할수록 복잡한 MEMS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다(그림2). 마이크로 크기의 움직이는 소자들이 칩 위에서 제조되는 것이다.

한편 MEMS칩은 내부에 움직이는 부분을 포함하기 때문에 칩의 구동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내부 동작환경에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해 진공으로 밀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압력센서, 화학센서와 같이 주위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는 칩과 주위환경의 인터페이스가 잘 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그림1) 반도체칩 공정과정



아직은 응용분야 모색 단계

현재 MEMS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사실 MEMS는 부품보다 시스템 응용에서 더욱 고부가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이는 반도체칩 공정기술이 아무리 높은 집적도의 반도체칩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개발된 칩이 무엇에 쓰일 것인가가 정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 반도체칩이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려면, PC든 휴대폰이든 쓰임새가 있어야 한다.

MEMS도 마찬가지다. MEMS는 단지 21세기 초소형 시스템 제조기술일 뿐이다. 따라서 어떤 것을 제조할지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은 짧은 역사를 가졌기에 MEMS는 여러 분야로 그 자리를 뻗어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기에 MEMS 기술이 숨어있기도 하다. 바로 잉크젯 프린터다. 잉크젯 프린터의 핵심은 얼마나 작은 잉크방울을 종이 위로 뿌릴 수 있느냐다. 이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은 종이와 맞닿는 잉크젯 프린터의 헤드.

현재 잉크젯 프린터 헤드는 두가지 방식으로 미세량의 잉크방울을 뿜어낸다. 하나는 마이크로 히터를 이용한 것이다. 히터로 잉크를 뜨겁게 하면 그 안에서 거품이 발생하다. 이 거품이 터지면서 잉크방울이 튀어나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압전소자(전기를 가하면 압력이 가해지는 소자)를 이용해 전기적인 힘으로 압력을 발생시켜 잉크방울이 튀어나가는 방식이다. 이 두가지 방식 모두 압력에 의해 미세량의 잉크방울이 종이 위로 뿌려진다.

그런데 이때 뿜어져나오는 잉크방울의 양은 고작 10-15pL(피코리터=${10}^{-12}$L). 이 정도의 양을 뿜어내려면 헤드에는 너비가 20-30μm인 구멍(노즐)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즐마다 히터나 압전소자가 설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오지 않아야 할 노즐에서도 잉크방울이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히터나 압전소자 역시 마이크로 단위로 작아야 한다. 이같은 시스템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MEMS 기술이 동원돼야 한다. 잉크젯 프린터 헤드는 현재 MEMS가 응용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다른 MEMS의 대표적인 응용분야는 센서다. 이 분야는 MEMS의 초기 단계부터 많이 적용돼 왔다. 자동차 에어백에 쓰이는 가속도 센서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가속도 센서는 차량의 충돌감지에도 응용되고 있다. 또 캠코더로 영상을 녹화할 때 손떨림으로 인해 화면의 흔들림이 생기는데, 이를 보정하기 위한 센서도 MEMS 기술에 의해 개발됐다. 이 센서는 자동차의 전복감지, 3D 마우스에 응용된다.

현재 가속도와 각속도(물체가 얼마나 빨리 회전하는지를 의미한다. 골프나 테니스을 칠 때 몸동작이 회전을 하는데, 회전에 대한 방식, 즉 각속도가 자세 교정에 중요한 정보가 된다)를 하나의 칩에서 동시에 측정해 물체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는 저가의 MEMS 관성센서도 개발중이다. 또한 전자코처럼 냄새로부터 화학성분을 추출하는 마이크로 화학센서도 연구중이다. 전자코는 상한 음식의 감별이나 공기 오염을 감지하는 휴대용 기기에 응용될 수 있다.

이 외에도 MEMS는 국방, 우주항공, 도시공학, 의학,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물론 잉크젯 프린터 헤드나 에어백 가속도 센서처럼 아직까지 상업적으로 성공한 예는 많지 않다. 먼저 MEMS 미개척지를 개발하는 자가 21세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50여개의 MEMS 제조연구센터를 포함해 다수의 MEMS 설계연구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이 도출되는 MEMS의 응용 아이디어는 빠르게 실현될 것이다. 이들 센터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의 경우 수백개의 벤처회사가 창립돼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MEMS의 산업적 기반이 형성된 셈이다.
 

(그림2) MEMS 3차원 구조물 형성과정



MEMS vs. NANO

“요즘 각광을 받고있는 꿈의 초소형 기술은 뭡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나노기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노기술을 통해 꿈같은 초소형 기기들이 개발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MEMS 기술도 마찬가지로 초소형 기기를 개발하는데 쓰인다고 하는데. 과연 MEMS와 NANO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이름에서 우선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MEMS는 마이크로 전자기계 시스템으로 μm(마이크로미터 = ${10}^{-6}$m) 단위이고, 이에 비해 나노기술은 nm(나노미터 = ${10}^{-9}$m) 단위다. 따라서 나노기술이 MEMS보다 좀더 미세영역을 다룬다는 점이 우선 다르다.

그렇다면 5백nm, 즉 0.5μm 크기로 물체를 만들었다면 이는 나노기술에 속할까, 아니면 MEMS에 속할까. 이에 대해 사실 엄격히 구분하는 기준이 없는 듯하다. 몇년 전 어느 국제회의에서도 이같은 혼동으로 인해, 연구자들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해 이를 구분하는 기준이 마련되기도 했다. 당시 설정된 기준은 1백m(0.1μm)였다. 이보다 큰 경우 MEMS이고, 작은 경우가 나노기술에 속한다.

하지만 크기만으로 MEMS와 나노기술을 분류하는 것은 아무래도 여전히 애매하다. 그리고 또다른 구분법을 얘기하는 과학자도 있다. 현재 반도체칩은 선폭이 1백nm보다 가늘어지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를 맞고 있다. 나노기술은 바로 이 점을 해결해줄 차세대 기술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즉 지금보다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요소들을 집어넣을 수 있느냐가 나노기술의 관심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MEMS는 이미 발전한 반도체칩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에 칩화되지 않았던 요소, 예를 들어 기계, 광, 화학 등을 추가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나노기술과 MEMS가 완전히 서로 독립적인 기술은 아니다. 앞으로 나노기술이 발전해 현재보다 과학자들이 좀더 미세한 영역을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게 되면 결국 이 기술은 MEMS에 응용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단지 소형화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조건 작게 만든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기기에서 키보드와 같은 입력장치나 모니터와 같은 출력장치가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다면 사람이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까. 마이크로 단위에서 최대한의 기능을 발휘하는 기기가 있을 수 있고, 나노 단위까지 작아져서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를 찾아서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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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석한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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