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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저는 책 나르는 로봇 ‘어라운드’입니다”

 

11월 6일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예스24 중고서점 F1963점. 2주 전부터 서점 안에는 로봇이 돌아다니고있다. 이 로봇은 예스24와 네이버랩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책 운반 로봇 ‘어라운드(AROUND)’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어라운드가 반긴다. 바퀴가 달려 있어 울퉁불퉁한 바닥도 잘 다닌다. 사람과 충돌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린이가 걷는 속도와 비슷한 초속 50cm로 천천히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두 자녀를 데리고 방문한 조미진 씨는 “어라운드를 오늘 처음 봤는데 놀랍고 신기하다”며 “보통 책을 읽고 직접 꽂아놓거나 직원에게 줘야 하는데, 그럴 필요 없이 로봇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돼 편리하다”고 말했다. 박용성 예스24 F1963점 매니저는 “책을 읽은 뒤 아무데나 놓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어라운드가 오가며 수거해줘 직원들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점 한쪽에서는 책을 가득 실은 카트를 직원이 끌고 가고 있다. 한눈에 봐도 카트가 꽤 무거워 보이는데 직원의 표정은 편안했다. 일반 카트가 아니라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전동카트인 ‘에어카트(AIRCART)’였다.

 

사람이 카트를 미는 힘을 보조해 줘서 100kg 이상 책을 실어도 빈 카트를 미는 것처럼 힘이 거의 들지 않는다. 에어카트는 최대 160kg까지 힘을 낼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카트를 붙잡고 밀어 보니 전원을 켰을 때와 껐을 때 미는 힘 차이가 상당했다. 일반 카트로 매번 많은 책을 운반한다면 하루만 일해도 팔에 무리가 올 것 같았다. 박 매니저는 “에어카트를 도입한 뒤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로 위치 확인, 장애물은 로봇이 확인
어라운드와 에어카트는 첨단 로봇 기술을 일상생활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로봇 개발을 총괄한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어라운드의 경우 기능적인 면에서는 비슷한 로봇이 전 세계적으로 많다”면서도 “이들 로봇은 제작비용만 수천만 원이 드는 반면 어라운드는 동일한 기능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구현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비결은 자율주행로봇의 기능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로봇은 전체 공간의 지도를 만들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뒤, 경로를 계획하고,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능을 로봇 한 대가 모두 수행하려면 여러 종류의 값비싼 센서와 카메라, 컴퓨터를 장착해야 한다.

 

네이버랩스는 지도 제작을 담당하는 로봇을 따로 두고, 그 로봇이 만들어 놓은 지도를 ‘맵 클라우드(map cloud)’라고 부르는 클라우드 컴퓨터에 저장해 여기서 어라운드의 위치를 파악하고 최적 경로를 계산하도록 했다. 어라운드는 클라우드에 접속해 계산 결과에 따라 이동 방향을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자신은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는 비교적 단순한 기능만 수행한다.

 

 

이 관계자는 “어라운드에는 메모리스틱 크기의 초소형 컴퓨터와 카메라, 거리와 환경을 2차원으로 인식하는 ‘라이더(Lidar)’, 그리고 깊이 인식 카메라 정도만 탑재돼 있다”며 “깊이 인식 카메라는 사람의 눈처럼 영상에 깊이 정보를 더해 주변을 입체적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지도를 만들기 위해 예스24 중고서점 F1963점을 먼저 방문한 로봇은 ‘M1’으로 불리는 자율주행 지도 제작 로봇이었다. M1은 16개 레이저 빛줄기로 사방을 훑는 라이더 네 개를 사용해 공간을 상하좌우로 스캔했고, 여기서 감지된 사물을 3차원 공간에 점으로 채웠다. 쉽게 말해 X, Y, Z축으로 이뤄진 3차원 좌표에 점을 찍으며 3차원 지도를 그린 것이다. M1이 매장 전체 약 3000m2 면적의 지도를 만드는 데는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완성된 지도는 클라우드 컴퓨터에 저장된다. 어라운드가 2차원 라이더로 주변을 스캔해서 간단한 2차원 평면도를 만든 뒤 클라우드에 전송하면 그때부터 컴퓨터는 어라운드의 위치를 계산한다. 어라운드가 전송한 부분이 매장의 어느 위치와 맞아 떨어지는지 계산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위치가 파악되면 그 정보를 토대로 어라운드의 이동 경로를 빠르게 결정한다.

 

이 방식의 한 가지 단점은 소파나 책상, 의자처럼 위치가 바뀔 수 있는 물건이 많은 공간에서는 위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네이버랩스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구가 자주 옮겨지는 곳에 바코드를 설치해서 어라운드가 바코드를 스캔해 위치를 파악하도록 했다.

 

에어카트는 자율주행로봇보다는 근력을 강화하는 웨어러블 로봇에 가깝다. 웨어러블 로봇에 사용하는 힘 센서를 전동카트에 적용했다. 힘 센서는 사람이 힘을 주면 센서 안에 있는 금속 박막의 길이가 변하면서 저항이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한다.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힘을 많이 주면 저항이 커지고, 여기에 맞춰 모터가 내는 힘도 증가하도록 설계했다”며 “에어카트 아이디어는 연구소 내부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이 잦았던 동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대학생 인턴 연구원이 처음 제안해 시제품을 만들면서 실현됐다”고 말했다.

 

 

자동문 열고 엘리베이터 이용까지
최근 자율주행로봇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분야는 물류 서비스다. 오랫동안 로봇청소기를 개발한 유진로봇은 최근 ‘고카트(Go-Cart)’라는 자율주행 물류 서비스 로봇을 개발해 현재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병원 물품이나 환자의 혈액 샘플을 옮기는 등 시험 운영 중이다.

 

고카트는 지도 제작, 위치 파악 및 경로 설정, 장애물 회피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로봇 한 대에 담았다. 고카트는 활동할 건물을 층별로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만들고, 실제 동작할 때는 지도상의 이미지와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비교하면서 위치를 파악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물류 로봇의 상상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물체를 식별한 뒤 로봇 손으로 물체를 잡아 적재하는 기능까지 갖출 예정이다.

 

 

 

강태윤 고카트 사업팀장은 “고카트는 자동문을 이용하거나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어 고층 건물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율주행 분야에서 사용되는 센서 중 라이더는 레이저가 유리를 통과하기 때문에 유리로 된 자동문 같은 투명한 장애물을 인지하지 못한다. 고카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테레오 카메라와 3D 카메라 등을 기반으로 지도를 만들고 위치를 파악해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또 병원 자동문의 경우 사원증 등 식별카드를 갖다 대야 문이 열리는 경우가 많아 이동에 제약이 있다. 고카트는 건물 전체 제어 시스템과 연동이 가능해 자동문을 열거나 엘리베이터를 호출한 뒤 원하는 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여러 층을 오가며 자율주행할 수 있어 복층 구조의 병원과 호텔, 공항 등에서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카트는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센서를 달았다. 라이더와 3D 센서, 초음파 센서, 범퍼 센서 등이다. 라이더와 3D 센서로 앞에 놓인 장애물을 감지하고, 음파 센서로는 사각지대가 없도록 360도 살핀다. 또 최악의 경우 사람이나 물체와 부딪혔을 때 범퍼 센서가 작동해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충격을 최소화 하도록 설계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에서 자율주행 물류로봇을 개발 중인 이상덕 선임연구원은 “자율주행 기술은 물류 서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아마존이 거대한 물류창고에 로봇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런 로봇들은 바닥에 붙은 QR코드나 땅속에 묻어 놓은 자석을 따라서 이동하도록 돼 있어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로봇으로 보기 어렵다.

 

철도연은 물체의 종류를 인식해서 로봇손으로 옮겨 실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자율주행 물류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그간 자율주행 물류로봇들이 자율주행으로 물건을 이동시키는 기능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철도연은 스스로 물건을 인식해서 적재하는 기능까지 더했다.

 

이를 위해 로봇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했다. 물건의 종류와 모양, 크기 등을 파악하고 분간해 원하는 물건을 집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배달 순서에 맞춰서 적재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철도연은 내년에 이 기술을 물류센터에서 시험할 계획이다.

 

김영주 책임연구원은 “메르세데스벤츠 등 많은 기업이 자율주행로봇으로 고객에게 물건을 배달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며 “물건을 생산해서 분류하고, 적재한 뒤 고객의 손에 전달되는 모든 과정에 로봇 기술이 적용될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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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부산=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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