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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식물

중력과 굴성의 관계를 캔다

우주에서 얻은 종자를 지구에 뿌리면? 또는 다시 우주에 뿌리면?

인간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했다. 이로부터 우주선은 생물학자의 새로운 실험실이 됐으며 이미 짧은 기간의 우주여행에서 실험동식물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때 야기되는 문제가 바로 무중력 상태에 가까운 극소중력(microgravity)하에서의 생물의 활동에 대한 것이다. 지구상의 생물은 30억년 이상 지구의 물리적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해 왔으며 물리적 환경 중에서 특히 지구중력과 빛은 생물발달에 중요한 요인이다. 이 요인이 식물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동물에 비해 매우 크다. 여기는 극소중력에 의한 식물의 생장반응만을 다루고자 한다.

우주선에서 얻은 종자

동식물의 발생과 생장 그리고 진화에 미치는 지구중력의 효과에 대한 관심은 2세기 전부터 시작됐다. 연구자들은 지구중력이 지구상의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중력이 없는 데서 실험을 수행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러나 2세기동안 과학자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실험하기를 꿈꾸기만 했을 뿐 모의실험에 만족해야만 했다. 드디어 1950년대 말에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와 2호가 인간을 새로운 시대로 인도했다. 이로써 인간의 역사상 처음으로 극소중력에 인간이 처하게 되었으며 우주생물학 분야가 새로이 탄생했다.

초기의 궤도비행은 모든 유기체가 우주여행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했다. 지금은 동식물의 배(胚)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만일 극소중력 환경에서 잘 살 수 있다면 어떤 단기간의 적용 메커니즘이 있는지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구나 우주 비행시간이 크게 연장됐기 때문에 앞으로 극소중력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진화에 대한 실험이 가능해질 것이다. 즉 중력이 생물 다양성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해답을 멀지 않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주생물학에서 발생생물학의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발생생물학은 생물의 초기 단계의 수정란으로부터 시작해서 더욱 복잡하고 다세포인 형태로 발전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생물의 전체 생활사를 다뤄야 한다. 식물의 생활사는 수분이 이뤄지는 복잡한 과정과 이에 따른 배 발생을 통해 생장 및 성숙, 개화 그리고 노화의 유전적 조절과정을 거치면서 진행된다.

식물은 붙박이생활을 하기 때문에 종자를 퍼뜨리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식물세포는 단단한 세포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며 이는 식물의 발달에 중요한 억제요인이 된다. 또한 대부분의 식물은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즉 햇빛을 향해서 높이 자랄 뿐만 아니라 식물의 발달과정도 동물보다 중력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동물과 달리 식물의 또 다른 특징은 무한생장(無限生長)이다. 중동의 올리브나무와 캘리포니아의 레드우드같은 식물들은 수세기 동안 자란다.

더구나 한 종의 각각의 식물은 한종의 개개의 동물에서보다 크기와 구조에서 더욱 더 큰 다양성을 나타낸다. 동물간의 균일성은 그들의 구조에 가장 알맞는 환경을 찾아 스스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그들의 발달생장유형을 변형시킴으로써 환경에 대처한다. 또한 식물은 환경의 변화에 대해 동물보다 천천히 반응한다. 지금부터 극소중력 환경에서의 식물발달에 관한 연구가 왜 필요한가를 이야기하도록 하자.

무중력 상태에서 식물의 발달을 연구하는 몇가지 동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극소중력하에서 나타나는 식물 발달 현상의 방향성을 밝히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지구중력 하에서 고등식물의 경우, 항상 줄기는 위로, 뿌리는 아래로 자라기 때문이다. 둘째는 종자가 발아한 후에 정상적으로 생활사를 완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 때문이다. 셋째는 만약 우주선에서 종자가 얻어졌을 때 이 종자가 완전한 식물체로 발달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일 인간이 우주를 정복한다면 인간은 자신을 위해 식물과 동물을 우주에서 기르게 될 것인데, 이 경우 몇대에 걸친 동물과 식물의 증식이 우주정거장에서 가능한가 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리고 진화의 연구가 실제로 긴 우주비행동안 가능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은 주로 기술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으로 구성돼 있다.

진화생물학 분석에서 직접적인 실험은 불가능할지도 모르나 오랜 기간 우주비행을 할 경우 비교적 짧은 세대를 갖는 생물을 대상으로 진화양상을 살피면 이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른다.

극소중력 상태에서의 식물의 발달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식물의 굴중성(gravitropism)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감자를 극소중력하에서 재배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극소중력이 감자의 생산수율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왼쪽). 칼럼비아호와 함께 8일간 우주여행을 하고 온 콩. 무중력환경 하에서 콩들중 일부는 토양도 없는 곳에서 자라기도 했다(오른쪽).


식물의 이점

지구중력에 대한 식물의 생장운동을 굴중성이라고 한다. 식물의 줄기가 중력에 반해서 위로 향하고, 뿌리는 중력을 향해 아래로 자라는 것이 식물의 굴중성인데 이것이 생물의 발달에 미치는 중력효과 중에서 가장 극적이고 쉽게 볼 수 있는 예 중의 하나다. 이러한 현상의 관찰은 이미 3세기 전에 이뤄졌다. 최근 연구는 굴중성 메커니즘과 식물이 우주에서 자신의 생활사를 완성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굴중성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진척돼 있다.

식물은 우주 발생생물학자에게는 동물보다 훨씬 이점을 많이 소지하고 있는 실험대상이다. 그 근거로 다음 세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식물은 정확한 중력반응을 보인다. 둘째 우주비행을 흉내낸 지상에서의 연구가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셋째 식물은 비교적 쉽게 우주선에서 기를 수 있다.

약 30년 전에 옛소련과 미국의 인공위성에서 처음으로 식물실험이 시작됐다. 동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식물도 우주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적어도 생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따라서 식물의 경우 생장유형과 적응 메커니즘이 연구의 주요 관심사다.

옛소련의 과학자들은 우주정거장에서 작고 빨리 자라는 식물인 아기장대(thale-cress)를 이용, 식물이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가는 동안에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을 알아보는 실험을 수행했다. 우주 비행기간 동안 종자를 뿌려 약 10주 후에 첫번째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아기장대들은 무사히 자라고 있었으며 그들중 일부는 새로운 종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식물을 지구로 갖고 돌아와 지상에서 자란 식물과 비교해 보았는데 흥미롭게도 '우주식물'이 덜 자라 있었다. 하지만 우주선에서 얻은 종자를 지구에서 심었을 때 그들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자랐고 열매를 맺었다. 지상의 식물에 비해서 열매를 맺는 정도가 낮았던 것은 사실이나 국소중력 상태에서 얻어진 종자를 통해서도 분명히 새로운 종자가 만들어졌고 발달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우주에서 여러 세대의 생장과 발달과정을 알아보려는 또 다른 실험이 계획중이다. 우주에서 생성된 종자가 지구가 아니라 우주에서 뿌려질 것이고 여러 세대 동안의 식물발달 과정이 관찰될 것이다.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의 식물실. 우주선 내에서 우주인이 직접 밀 감자 채소 등을 기르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아기장대를 이용해

이밖에도 다양한 식물에 대한 우주비행 효과가 많이 보고돼 있다. 예컨대 우주에서 얻은 종자로부터 새로운 종자를 얻은 실험이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염색체 이상, 세포분열률의 감소, 생장의 감소 그리고 개화단계에서의 발달정지와 같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들이 중력이 없음으로 인해 생기는 직접적인 효과일 수도 있지만 우주선이 발사될 때 받는 스트레스, 온도의 변화, 배양기 내의 물 산소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불균형, 우주선 방사와 같은 특정 우주비행 충격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많은 식물들은 환경변화에 민감하나 빨리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생장유형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이 생장은 매우 느리다. 그래서 식물은 우주비행을 하는 동안 비정상적인 현상을 많이 보이고 있다.

최근 옛소련은 지구중력을 포함해 여러 중력을 만들 수 있는 원심분리장치를 이용,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다. 물론 이 실험은 무중력 상태, 즉 우주에서 실시됐다. 그 결과 그들은 넓은 범위의 중력 하에서도 정상적으로 자란 식물들이 많이 출현함을 알아냈다.

학자들은 처음엔 녹말체(amyloplast, 녹말입자를 포함하는 세포소기관)를 가진 분화된 식물세포-평형세포(statocyte)-가 식물세포의 중력감지 메커니즘의 첫번째 감각기(sensor)일 것으로 생각했다. 이 세포 소기관은 평형세포 내에서 중력에 의해 쉽게 물리적인 자리바꿈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녹말입자가 결여된 돌연변이식물이 분리됐는데 이 식물은 굴중성이 천천히 일어나기는 했으나 뚜렷한 굴중성을 나타냈다. 따라서 굴중성의 분자 메커니즘을 밝히려는 연구는 앞으로 계속돼야 한다.
 

무중력과 밀의 성장과의 관계^우주에서 자란 밀


옥신과 칼슘의 이동

식물의 굴중성의 인지장소는 그 반응장소와 같다. 초기 인지과정의 장소가 아직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수평으로 놓인 뿌리의 뿌리골무 세포에서 중력에 의해 녹말체가 아래로 내려앉을 때 식물호르몬인 옥신과 칼슘이 아래쪽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때 아래쪽에 축적된 칼슘이온은 세포벽의 신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굴중성 분자 메커니즘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얻으려면 옥신과 칼슘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명쾌한 실험을 수행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중력자극에 대한 식물세포의 인지, 이어서 일어나는 자극변환 그리고 최종적인 식물반응을 밝혀야만 한다.

우주선의 국소중력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식물의 반응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식물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첫번째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식물의 정확한 생활사를 밝혀내야 이 자가영양생물로부터 생활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인간이 그곳에 정착할 수 있다. 따라서 국소중력에 의한 식물생장 반응의 연구는 체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는 인간이 우주정복을 위해 화살의 시위를 당겨야만 하는가라는 우주윤리의 문제다. 우주식민지 시대가 올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인간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것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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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홍영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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