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공포가 8월 국내를 강타했다. 8월 18일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의 계란을 조사한 결과 49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과다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살충제 성분별로는 비펜트린 37곳, 피프로닐 8곳, 플루페녹수론 2곳, 에톡사졸 1곳, 피리다벤 1곳이다.
계란에 어떻게 살충제 성분이 들어갔을까. 계란 농장에서 닭의 진드기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살포했고, 이 성분이 닭의 체내에 들어가 계란에 함유된 것으로 추정된다.
1. 살충제 성분 얼마나 독한가
비펜트린은 닭의 몸에 붙은 진드기를 박멸하는 데 쓰는 살충제다. 사용 자체가 금지돼 있진 않으나,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이다. 계란에 대한 국내 잔류허용 기준은 0.01mg/kg이다.
비펜트린에 매일, 평생 노출돼도 안전한 양인 일일섭취허용량은 몸무게 1kg 당 0.01mg이다. 몸무게가 60kg인 성인의 경우 하루에 0.6mg까지 노출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비펜트린이 가장 많이 검출된 계란(0.272mg/kg)이라고 해도 중란(약 50g) 하나당 비펜트린의 양은 0.0136mg으로, 성인의 경우 하루에 44개 정도는 허용된다는 의미다.
피프로닐은 주로 개나 고양이 등 동물에 기생하는 이나 진드기를 잡는데 사용된다. 닭은 물론 돼지나 소 등 식용으로 쓰이는 동물에 직접 사용이 금지돼 있다. 피프로닐의 경우 계란에 대한 국내 허용기준은 없으며, 국제식품규격인 코덱스(CODEX)에서는 0.02mg/kg으로 정하고 있다. 또 플루페녹수론과 에톡사졸, 피리다벤은 작물의 해충을 없애는 데 주로 사용하는 살충제로 달걀에서 검출돼서는 안 된다.
2. 지금껏 먹어왔는데, 괜찮을까
무엇보다 걱정은 지금껏 살충제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계란을 먹어왔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살충제가 포함된 달걀을 먹어서 건강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검출된 5개의 살충제 중 플루페녹수론을 제외한 4개는 반감기가 7일 이내여서 최대 한 달이면 대부분의 성분이 몸 밖으로 빠져 나간다”며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에 가장 민감한 영유아가 하루에 달걀 2개를 섭취한다고 했을 때도 급성 독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반감기는 체내로 들어온 물질의 절반이 빠져나가는 기간을 말한다. 의료계에서는 반감기의 3배 정도 기간이 지나면 90% 이상이 체외로 배출된다고 보고 있다. 피프로닐, 비펜트린, 에톡사졸, 피리다벤의 반감기는 7일 이내며, 플루페녹수론의 반감기는 30일 이내다. 홍 교수는 “장기적으로 섭취한 경우에 대한 연구논문이나 인체 사례 보고는 지금까지 확인할 수 없었던 만큼 지속적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창숙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축산물안전과장은 “계란 살충제 검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계란 안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외에도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 복지농장 확대, 친환경 인증제 개선 등 제도개선 대책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 집 계란에는 살충제가 없을까. 살충제 부적합 계란 관련 정보는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와 식품안전정보포탈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를 통해 볼 수 있다. 이를 계란에 찍힌 고유번호와 비교하면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농장에서 온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또 구매했던 계란이 살충제 계란인 경우 한 알만 남아 있어도 판매처에서 환불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