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으로 수놓아진 고요한 밤하늘에 갑자기 긴 꼬리를 가진 밝은 천체가 나타난다. ‘혜성’이라 불리는 이것은 동양에서는 ‘사리별’ ‘빗자루별’ ‘꼬리별’ 등으로 불렸고, 서양에서는 긴 머리털( kometes)에서 유래한 ‘털이 있는 별’(stella cometa) 또는 ‘코메트’(comet)라 불렀다. 혜성은 긴 꼬리를 가지고 예측할 수 없이 갑자기 나타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며, 전쟁, 질병 등 재앙과 관련된 불길한 천체로 생각되기도 했다.
혜성으로부터의 선물
지구와 태양까지 거리의 약 5만에서 15만배 거리 태양계의 먼 외곽에 혜성이 탄생하는 장소라고 생각되는 ‘오르트 구름’이 존재하고 있다. 이 구름 주위를 약 1천만년에 한 번 꼴로 다른 별이 지나가면서 오르트 구름을 흔들면 구름의 일부분이 깨어지면서 수많은 혜성들이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갓 태어난 아기 혜성들의 몇몇만이 태양의 중력에 끌려 태양계로 진입하게 되고 태양을 만나기 위한 머나먼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주기 2백년 이하의 단주기 혜성들은 오르트 구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단주기 혜성의 근원지는 명왕성궤도 외곽의 카이퍼 벨트라고 하는 작은 천체들로 구성된 띠라고 추측하고 있다.
혜성은 태양을 한번 만나러 올 때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질들을 흩뿌려 아름다운 꼬리를 보여준다. 그래서 몇번씩 태양을 방문했던 혜성은 처음보다 몸무게가 줄어들고, 그 빛을 조금씩 잃어가지만, 혜성 궤도에 흩뿌려진 물질들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멋진 광경을 선물한다. 혜성이 태양을 만나러 온 길 위에 혜성의 꼬리를 이루었던 물질들이 남아 있게 되고, 바로 이곳을 지구가 통과하는 순간 지구가 이들 물질들을 끌어당긴다. 혜성의 잔해들은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불타 밤하늘의 유성이 돼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렇듯 혜성은 멋진 꼬리와 유성우라는 두 가지의 우주쇼를 연출한다.
더러운 얼음 덩어리
혜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더러운 얼음 덩어리’이다. 아름답게 밤하늘을 장식하는 그 자태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실제로 혜성은 얼음과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이 서로 엉겨 있는 얼음 덩어리이다. 누구나 눈 오는 날 학교 운동장에서 둥그렇게 눈을 굴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눈과 흙이 서로 섞인 눈 뭉치를 만들게 되는데 이것을 혜성의 ‘핵’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핵만으로는 빛나는 혜성이 될 수 없다. 혜성이 태양 근처에 이르면 태양의 도움으로 비로소 그 빛을 발하게 되는데, 뜨거운 태양열은 혜성의 얼음 물질들을 기체로 만들어 핵 주위를 감싸며 밝게 빛나게 한다. 이렇게 핵을 에워 싼 기체를 ‘코마’(coma)라고 한다. 핵의 크기가 수십km에 불과한 반면 코마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핵의 1만배가 넘는 크기로 자라기도 한다.
혜성이 태양-지구 거리(약 1억5천만km)의 약 3배 정도에 해당하는 화성과 목성의 궤도 사이에 이르면 뜨거운 태양열에 의해 혜성 표면의 온도가 차츰 높아지면서 혜성으로부터 물질이 방출된다. 이렇게 방출된 물질이 혜성의 꼬리를 이루게 되는데, 방출된 물질 중에 ‘이온’은 태양 빛이 주는 압력인 ‘복사압’에 밀려 ‘이온꼬리’를 이루게 되고, 먼지 물질은 태양에서 불어오는 ‘태양풍’에 의해 혜성 뒷쪽으로 흩뿌려져 ‘먼지꼬리’를 이루게 된다. 먼지꼬리는 혜성이 달려가는 길 뒤쪽으로 마치 머리를 흩날리듯 발생하며, 이온꼬리는 혜성의 진행 방향에 관계없이 태양을 바라보는 반대방향으로 나타나게 된다. 보통 이온꼬리는 푸른색을 띠며 먼지꼬리는 노란색 또는 약한 붉은색으로 보인다.
다시 찾아오는 혜성
1년 동안 나타나는 혜성들 중에는 지구를 처음 방문하는 것도 있지만 예전에 발견돼 태양과 아득히 멀어졌다가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시 돌아오는 혜성도 있다. 이렇게 다시 돌아오는 혜성을 ‘주기혜성’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난 뒤 다시 찾아오느냐에 따라 ‘단주기 혜성’과 ‘장주기 혜성’으로 나눈다.
단주기 혜성은 태양을 왕복하는 길이가 짧기 때문에 빨리 돌아오는데, 3.3년의 주기를 가진 ‘엔케혜성’이 있다. 이렇듯 혜성이 일정 기간 동안에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사람은 영국의 천문학자 핼리였다. 뉴턴과 친했던 핼리는 뉴턴의 연구 방법을 이용해 1531년과 1607년 및 1682년에 나타난 혜성이 같은 궤도를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혜성은 태양계의 한가족으로 태양 주변을 기다란 타원 모양의 궤도를 따라 76년을 주기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는 1705년 ‘혜성 천문학 개관’이라는 책을 통해 1758년에 같은 혜성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비록 그는 이 혜성을 다시 관측하지 못하고 1742년에 세상을 떠났으나 1758년 크리스마스 밤하늘에 그 혜성이 나타남으로써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혜성의 이름은 통상 발견자의 이름을 붙이는데, 핼리혜성은 예외적으로 발견자가 아닌 주기를 알아낸 핼리의 이름이 붙어 있다.
1910년에는 핼리혜성의 꼬리 부분을 지구가 스쳐 지나갔다. 이 당시 사람들은 꼬리에 있는 유해한 물질들이 사람을 죽인다고 믿고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혜성에는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이 섞여 있지는 않았으므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986년에 되돌아온 핼리혜성은 1910년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61년에 다시 지구를 찾아올 때도 역시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1910년과 같은 장대한 모습은 안타깝게도 2136년에야 볼 수 있다.
이렇듯 사람들에게 보일 만큼 크고 밝게 밤하늘을 수놓는 혜성은 그리 많지 않다. 10년에 하나 나타날까 말까 하는 것이다. 1년 동안 찾아오는 대부분의 혜성은 너무 작고 어두워 망원경에서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혜성들이 태양계 안을 여행하는 동안 행성에 가까이 지나가게 되면 이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행성에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1994년 목성에 충돌한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이같은 경우이고, 영화 ‘딥 임펙트’에서도 그려진 것처럼 혜성 충돌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대혜성 삼총사
●핼리혜성
혜성의 본체인 핵은 그 크기가 보통 수km에서 수십km로 웬만한 크기의 산을 능가한다. 실제로 1986년 탐사선 지오토가 근접촬영에 성공한 핼리혜성의 경우 길이가 약 15km 폭은 약 8km로 밝혀졌다.
●1811년의 대혜성
1811년 9개월 동안이나 밤하늘에 머무르며 세상을 공포에 떨게했던 대혜성이다. 코마의 크기는 최대 1백60만km로 태양보다도 더 큰 코마를 휘감은 채 우주공간을 방랑했다.
●1843년의 대혜성
1843년 2월 28일 발견된 이 혜성은 대낮에도 꼬리가 관측될 만큼 밝았으며 태양을 지난 이후 무척 긴 꼬리를 선사했다. 실제로 이 혜성의 꼬리는 약 3억2천만km의 길이였다고 추측하고 있다.
혜성 만들기
●준비물
드라이 아이스 (약 2kg) : 이산화탄소가 얼어서 된 물질로 매우 차가우므로(영하 79도)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조심한다. 아이스크림 전문판매점에서 구하고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도록 한다.
물 (2L, 약 8컵)
흙이나 고운 모래 (한 움큼)
오렌지 쥬스 (한 스푼) : 혜성을 구성하는 물질 중 유기물질을 대신해 사용한다.
암모니아 (한 스푼) : 약국에서 구입하거나, 액체 유리창 클리너로 대신 사용한다.
비닐 봉지 (3∼4 개) : 섞은 혼합물을 담는데 사용한다.
큰 그릇 : 혼합물을 섞을 때 사용하며 플라스틱으로 된 것이 좋다.
면장갑, 고무장갑 : 드라이 아이스로부터 손을 보호해야 한다.
망치 : 드라이 아이스를 부술 때 사용한다.
스푼 : 혼합물을 섞을 때 쓰며,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된 것이 좋다.
그물망 : 완성된 혜성을 담기 위해 쓴다.
●실험방법
1. 비닐 봉지의 입구를 벌려 큰 그릇 안쪽에 깐다. 그리고 물 약 8컵(2L)을 붓는다. 여기에다 각각 한 스푼씩의 오렌지 쥬스와 암모니아 그리고 한움큼의 모래를 넣고 잘 섞는다.
2. 고무장갑 위에 면장갑을 낀 채, 세 겹으로 겹쳐 만든 쓰레기 봉투 안에 드라이 아이스를 넣는다. 그리고 나서 망치로 봉투의 바깥을 치면서 드라이 아이스를 아주 잘게 부순다.
3. 잘게 부순 드라이 아이스를 기존의 혼합물이 들어있는 큰 그릇에 조금씩 부으며 스푼으로 잘 섞는다. 이때 많은 증기가 발생하므로 주의한다. 이렇게 해 드라이 아이스 반죽을 만든다. 이 반죽이 완전히 얼 때까지 계속 젓는다.
4. 손에 장갑을 낀 채로 쓰레기 봉투와 함께 반죽을 큰 그릇에서 꺼낸다. 그리고 이 반죽을 주물러 공 모양으로 둥글게 만든다.
5. 비닐 봉지를 벗기고 이 덩어리 위에 약간의 모래를 흩뿌린다. 그리고 남은 약간의 물도 덩어리에 돌려가며 붓는다. 이렇게 해 덩어리 전체에 한 겹의 얼음층을 만든다.
6. 만들어진 혜성을 그물망에 넣고 관찰해 보자. 드라이 아이스가 승화되고 껍질의 약한 곳을 뚫고 나오면서 펑 소리가 나기도 할 것이다. 실제 혜성에서는 이러한 작용으로 혜성의 궤도가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혜성의 일부분을 쪼개어 버리기도 한다.
●확인하기
혜성의 핵은 유기물질과 먼지, 흙, 동결된 가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혜성을 '더러운 얼음덩어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혜성은 실제로 75%가 얼음(대부분이 물이고 이상화탄소, 암모니아, 메탄 등도 포함돼 있음)이고 25%는 먼지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실험에서 오렌지 쥬스로 대신한 유기물질도 포함하고 있다. 실험에서 만든 혜성의 핵은 몇 kg의 무게밖에 나가지 않지만, 실제 혜성의 핵은 이보다 수백배에서 수천만배 더 무거우며 그 크기는 웬만한 산 만하다. 만일 혜성의 꼬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헤어 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보자. 혜성의 핵이 오래 남아있지는 못하지만 혜성이 증발하면서 흥미로운 효과들을 볼 수 있다. 때로는 표면 아래에 형성됐던 가스 주머니가 바깥쪽으로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제트 현상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