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봤다. 하루라도 안 보면 보고 싶다. 더 오래 못 보면 미칠 것 같다. 미안하지만, 남편 이야기는 아니다. 차가운 도시 여자가 입에 담기엔 너무나 부끄러운 이야기, 바로 똥이다. 동물의 소화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최근 ‘똥구멍의 물리학’을 밝혀내 화제다.
※ 편집자주: 식사 시간 전에 기사를 읽으면 다이어트에 매우 좋습니다. >;_<;
오늘 아침에도 봤다. 하루라도 안 보면 보고 싶다. 더 오래 못 보면 미칠 것 같다. 미안하지만, 남편 이야기는 아니다. 차가운 도시 여자가 입에 담기엔 너무나 부끄러운 이야기, 바로 똥이다. 동물의 소화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최근 ‘똥구멍의 물리학’을 밝혀내 화제다.
미국 조지아공대 기계공학과 패트리샤 양 연구원(박사과정)이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로부터 인류는 똥의 질감과 냄새(심지어 맛도!)를 관찰해 건강 상태를 파악하곤 했습니다. 동물의 건강을 관리하거나 소화생리학을 밝히려면 응당 똥에 대해서도 연구를 해야 하죠. 그런데 현실은 좀 다른 듯합니다. 똥에 대해 말하면 예의가 없거나 더럽다고 여겨지기 일쑤니까요. ‘뭘 그런 걸 연구하냐’는 타박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노란 점액이 묻어 나온 개똥. 위쪽부터 세상의 빛을 본 순서다. 전체 길이를 보면 똥이 직장뿐만 아니라 결장에도 보관됨을 알 수 있다.
똥이 항문으로 빼꼼 나온 뒤 땅바닥에 닿을 때!
연구를 이끈 미국 조지아공대 기계공학과 데이비드 후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공부할 때를 제외하고 배설에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된다”며 “그러나 우리는 소화나 배변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이런 문화는 우리 사회에 해악”이라고 말했습니다.
후 교수와 양 연구원, 똥 수집을 도운 학부생 모르간 라마르카와 칸디스 카민스키, 그리고 미국 앨라배마대 의대 다니엘 추 교수가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다양한 포유류의 배변활동을 분석해 학술지 ‘소프트 매터’ 4월 25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서 포유류 34종의 똥을 모아 분석했습니다. 지름은 직장의 지름과 비슷했지만 길이는 직장보다 2배 더 길었죠(대장은 맹장, 결장, 직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똥이 직장뿐만 아니라 결장에도 보관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전까지는 똥이 대장의 끝 부분인 직장에만 보관된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더 놀라운 사실은 다음입니다. 연구팀은 애틀랜타 동물원과 지역 공원에서 다양한 동물이 똥을 누는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투브’에서 관광객들이 찍어 올린 동물들의 배변 영상 19개도 추가로 수집했죠.
똥이 항문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뒤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를 배변 시간으로 정의했습니다. 다양한 포유류 별 배변 시간을 측정한 결과, 12(±7)초로 배변 시간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양 연구원은 “이는 놀랍도록 작은 범위”라고 말했습니다. 분석한 동물들의 몸무게가 4~4000kg으로 최대 1000배 차이가 나고, 직장 길이도 코끼리가 고양이의 10배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한 겁니다.
똥이 나오는 속도를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코끼리의 배변 시간은 초속 6cm입니다. 개에 비해 여섯 배나 빠른 속도죠. 인간의 배변 속도는 개보다 조금 더 빠른 초속 2cm입니다. 다시 말해, 몸집에 따라 똥의 양은 늘지만 그만큼 더 빨리 나와 거의 비슷한 시간 안에 배변을 마친다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초속 6cm의 비밀은 두꺼운 점액층
연구팀이 주목한 건 대장 벽에 있는 점액층입니다. 이점액층의 두께는 머리카락만큼 얇습니다. 양은 적지만 점성이 대변보다 100분의 1로 낮아 매우 미끄럽습니다. 개똥을 밟으면 쉽게 미끄러지는 이유죠. 똥 속 점액을 분석한 결과 몸집이 클수록 점액층이 두꺼웠습니다.
연구팀은 전공을 살려 소화기관의 유체역학과 똥의 물성을 고려해 배변 수학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델에 따르면,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똥이 빠르게 배출됩니다. 똥은 마치 썰매처럼, 점액층이라는 미끄럼틀을 따라 아래로 내려옵니다.
양 연구원은 “사람들에게 배변에 대해 물으면 대다수는 밀어내는 압력으로 똥을 짜낸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똥은 압출되는 대신 미끄러진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포유류가 배변 때 밀어내는 압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 정도 힘만으로 코끼리가 거대한 똥을 밀어 내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본 겁니다.
연구팀이 이런 엉뚱한 연구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4년에는 다양한 포유류 동물들이 오줌을 누는 시간을 분석했습니다. 양 연구원은 “큰 동물은 오줌도 작은 동물만큼 빨리 눴다”며 “그러나 이유는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당시 미국 애틀란타 동물원에서 코끼리, 말, 소, 강아지, 박쥐, 생쥐 등이 오줌을 누는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몸무게가 3kg 이상인 포유류는 몸집과 관계없이 오줌을 누는데 21(±13)초가 걸렸습니다. 예컨대 코끼리의 방광은 고양이보다 3000배 이상 크지만, 두 동물이 방광을 비우는 데는 비슷한 시간이 걸린 겁니다.
연구팀은 그 이유도 분석했습니다. 동물의 몸집이 커질수록 요도의 길이도 증가합니다. 즉, 코끼리 요도는 고양이보다 길기 때문에 중력이 코끼리의 요도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한다는 겁니다. 양 연구원은 “오줌을 운반하는 수직 파이프인 요도가 중력에 의해 오줌을 가속시키는 사이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규칙은 쥐와 박쥐 같은 작은 동물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요도가 너무 가늘어 중력이 오줌의 흐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표면장력에 의해 마지막 오줌방울까지 요도 밖으로 빠져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이 성과로 2015년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우주인용 기저귀, 새로운 변비 치료제 개발할까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시간에, 왜 동물의 똥과 오줌을 연구하고 있냐고요. 당신은 변비나 설사병으로 고생해 보지 않은 사람이군요!
다니엘 추 교수는 “임상의사로서 장내 점액의 역할이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점액에 따른 생리변화를 관찰하면 변비나 감염성 대장염 같은 위장병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변비를 앓는 사람은 어떤 이유에서건 장내 점액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똥구멍의 물리학’을 제대로 알아내면, 질병을 진단하는 보다 손쉬운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밝힌 똥의 물리학을 이용해 올해 초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똥 챌린지(Space Poop Challenge)’에도 참가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화장실에 가기 어려운 우주 비행사의 엉덩이를 뽀송뽀송하게 유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대회입니다. 연구팀은 똥의 점도를 고려해 똥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게 분리할 수 있는 우주 비행사용 기저귀를 설계해 출품했고, 준결승까지 올랐습니다.
앞으로 더 재미있고 유익한 똥 연구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양 연구원은 “지금도 더 많은 똥을 수집하고 있다”며 “설치류의 알갱이 똥과 웜뱃의 정육면체 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 읽을거리
패트리샤 양 외, 배변의 유체역학(doi:10.1039/C6SM02795D)
패트리샤 양 외, 소변 누는 시간은 몸집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doi:10.1073/pnas.1402289111)
in 과학동아 31년 기사 디라이브러리(정기독자 무료)
‘웨어러블 미생물 전지 시대!’(2016.6)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606N033